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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강대강 캐릭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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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강대강 캐릭터 플레이

    [노컷 리뷰]

    7일 개봉하는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사진=㈜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 제공)

     

    ※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의 내용이 나옵니다.

    누나와 둘이 사는 소년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의 청소를 돕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빛나는 재능을 지녔다. 바로 바둑이다. 더 좋은 수를 일러줬다가 놀림감이 되고 말지만, 그의 눈에는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둘 수 있는 묘수가 무엇인지, 이 판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신의 한 수: 귀수편'의 얼개는 흔히 보던 소년의 성장물과 복수극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하다. 귀신 뺨치는 바둑 솜씨를 지닌 귀수는, 허드렛일을 거들던 집의 주인인 바둑 대가가 누나를 겁탈하는 것을 목격한다. 프로 선수 대여섯 명은 찜쪄먹듯 이기는 프로 기사 앞에선 역부족이었던 귀수는 '빨리', '더 빨리' 두라는 채근 속에 지고 만다.

    누나가 받은 품삯을 들고 이곳에서 가장 먼 곳, 서울로 떠나는 그는 하루아침에 기원의 명물이 된다. 기원 붙박이들은 단돈 100원으로 바둑 한판을 신청하는 귀수를 우습게 여기지만, 앉은자리에서 몇천 원, 몇만 원까지 벌어들이는 실력자라는 게 금세 드러난다. 귀수를 유심히 본 허일도(김성균 분)는 그를 제자로 들이고, 그때부터 몹시 혹독한 훈련이 시작된다.

    아무리 도제식이라고 해도, 거의 아동학대에 가까운 수준이다. 5초 안에 바둑판 돌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다시 그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물쇠를 걸어 잠근 움집에 갇혀, 바둑판도 돌도 없이 그저 머리로만 바둑을 두고, 허일도를 이겨야만 나갈 수 있다. 하루를 꼬박 지새운 귀수는 결국 본인 손에서 나온 피로 바둑판을 그려 승리를 거둔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상 그대로다. 귀수는 손 한쪽을 잃은 허일도의 '고스트 플레이어'로서 돈을 쓸어 담는다. 이 과정에서 내기 바둑에서 진 이가 분신자살하는 것도 목격한다. 양심 때문에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귀수에게 허일도는 그저 기계가 되라고 한다. 후반부에는 그래도 인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 말을 정정하는 대목이 나오지만 영화의 일관성을 따져볼 때 기계이기를 주문하는 것이 더 진심에 가까워 보인다.

    걸핏하면 얻어맞았던 작은 체구의 귀수(권상우 분)는 청년이 되고 나서는 똥선생(김희원 분)을 만나 전국을 돌며 실력을 확인한다. 각 지역의 실력자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이때부터 강자 대 강자의 캐릭터 플레이에 시동을 건다. 패자의 생니를 뽑아버리는 잔혹함을 지닌 부산잡초(허성태 분)와는 아주 빠르게 두는 초속기 바둑을, 장성무당(원현준 분)과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색(같은 색) 바둑을, 외톨이(우도환 분)와는 죽은 바둑돌을 올리면 특수장치가 작동하는 사석(죽은 돌) 바둑을 둔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영화다. (사진=㈜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 제공)

     

    귀수는 비상한 두뇌와 바둑 실력은 물론, 수련하며 체구와 체력도 길렀기에 끝판왕처럼 보인다. '어차피 다 이기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그 순간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와의 대결을 연이어 배치함으로써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끝내 주인공이 이길 것을 알면서도 시시한 승리로 기억되지 않도록 다른 캐릭터에도 힘을 준 것이 느껴진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쾌속 열차 같은 영화다. 누나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던 바둑 대가를 실력으로 꺾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칠 것 없이 질주하는 귀수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귀수가 지나쳐가는 '과정'에도 신경을 쓰는 관객이라면 진부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만한 구석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순수하고 착한 소녀인 누나가 희생양이자, 귀수의 각성제로 쓰이는 설정이다. 누나가 품삯을 모아두었던 동전 지갑은 그의 대결 때마다 등장하고, 어린 소녀일 적의 누나 모습은 종종 등장한다. 장성무당과 바둑을 둘 때는 목 매단 누나의 다리가 허공에 뜬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바둑 대가와의 마지막 판, 귀수가 두는 마지막 수는 누나가 겁탈당할 때 옷에서 떨어진 단추다.

    인생을 걸고 바둑을 두는 이야기이다 보니 잔혹한 장면도 적지 않다. 패자는 그저 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생니가 뽑히거나, 팔이 잘려 박제되거나, 화상을 입거나, 달려오는 열차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중간 단계에 빠질 수 없는 사소한 것들이라고 여긴다면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권상우는 좀처럼 말이 없지만 바둑에도 무술에도 능한 귀수 역으로 제 장기를 뽐냈다. 김희원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맘 편히 숨 쉴 구멍으로 기능하는, 가장 사람다운 똥선생으로 웃음을 줬다.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인상을 깊이 남긴 허성태는 약간의 타협 여지가 있는 부산잡초로 변신했고, 우도환은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묻히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기분 나쁘게 소름 끼치는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은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 중 하나였다.

    7일 개봉, 상영시간 106분 1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범죄·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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