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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로 성폭력 상담 느는데 '산재 신청'은 저조, 왜?



사건/사고

    '미투'로 성폭력 상담 느는데 '산재 신청'은 저조, 왜?

    2년간 성폭력 산재 인정 5건 늘었지만 상담은 300건 증가
    전문가들 "산재 인정된다는 확신 없으면 나서기 힘들어"
    조배숙 의원 "산재 기준에 '성범죄' 포함" 법안 발의…1년 넘게 국회 계류 중

     

    #A(28)씨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한 달 동안 상사로부터 지속해서 성추행을 당했다. 상사는 외근 등 단둘이 있을 때를 노려 A씨의 손이나 팔, 어깨 등 신체를 만지고 성희롱 발언까지 일삼았다. 결국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2주간 회사를 쉬었다. 계속되는 어지럼증과 이명 등으로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진단도 받았다.

    #대학병원 간호사인 B(36)씨는 회식자리에서 교수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B씨는 이후 그 말이 계속 생각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두통과 불면증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A씨와 B씨는 모두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최근 이들처럼 직장 내 성폭력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1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2016년 8건, 2017년 11건, 2018년 13건으로 점차 늘고 있다. 주목할 건 산재 인정률이다. 최근 3년간 신청 건 전부 산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높은 인정률에 비해 신청률 자체는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미투(Me too) 열풍 이후 직장 내 성폭력 상담은 급증했지만 산재 신청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올해 직장 내 성폭력 상담 건수는 지난해 819건으로 2016년 509건보다 2년 만에 300건 이상 늘었다. 직장 내 성폭력 상담이 수백건 늘어나는 동안 늘어난 산재 건수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산재 인정이 여전히 까다로운 현실 때문에 신청이 저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직장 내 성폭력을 산재로 인정하도록 하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있지만, 법적 산업재해 분류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산재로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법적 차원으로 넘어가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현행 산재 인정 기준은 생산직이나 남성 노동자를 표본으로 만들어졌다. 아마 직장 내 성폭력으로도 산재 인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아예 산업재해 인정 기준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법은 37조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업무상 사고 △질병 △출퇴근 재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들이 더 쉽게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은 지난해 6월 이런 취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발의한 지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 의원은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처리 현황이 매년 늘고 있는 만큼 상위법상에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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