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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관광객 앞에서 '노 재팬'?…도 넘은 지자체 '반일' 경쟁



사건/사고

    日 관광객 앞에서 '노 재팬'?…도 넘은 지자체 '반일' 경쟁

    서양호 중구청장, '반일' 배너기 해프닝
    명동 상인들은 '불안'…"구청에서 단 한 번 협의 없었다"
    전문가들 "관 주도 불매운동, 민간 순수성 훼손할수도"

    (사진=서양호 중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구청장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뜻의 신조어) 하시죠."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무역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구청장까지 '반일(反日) 불매운동'에 나서자 한 시민이 남긴 비판 글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이 앞다퉈 '반일' 목소리를 높이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국가 간 갈등 국면에 지자체가 나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구청은 '반일' 배너기(광고 깃발)를 일본인 관광객이 붐비는 명동 한복판에 게시하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하루 만에 철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 마저도 지자체의 '반일 경쟁'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서양호 중구청장, 논란 커지자 '노 재팬' 배너기 내리기로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난 5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보이콧 재팬'이라고 적힌 배너기를 관내 1100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명동 한복판에 '노 재팬(No Japan)' 깃발을 걸겠다는 계획에 시민들은 "일본(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구별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중구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구청장실'에는 "낄끼빠빠 해라" "민간 주도 불매운동에 숟가락 얹지 마라"는 비판 글이 이틀 동안 수백개 올라왔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중구청이 '노 재팬' 배너를 걸려면 당장 구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며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에 관(官)이 편승하는 것도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중구(中區)라는 지명이 지난 1943년 당시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밀집 거주 지역에 특권을 주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도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무도하고 치졸한 아베의 일본이지, 한국이 좋아서 찾아온 이들은 아니다"고 짚었다.

    ◇명동 상인들 "한 차례 협의도 없었다"…답답함 토로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일 갈등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명동 상인들에게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명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6일 "이런 식으로 가다 일본인 관광객이 끊기면 명동 가게 다 문 닫아야 한다"며 "구청장이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명동에 오는 일본인들은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배너기 걸기'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중구청이 이번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명동 상인들과 단 한 차례도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방송 뉴스를 보고 구청에서 배너기 건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다른 상인도 "상인들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 어제(5일) 상인들 단체 대화방이 왈칵 뒤집혔다"며 "(우리가) 일본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상인 의견을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뛰어드는 지자체들…전문가들 "민간 순수성 훼손 우려"

    (사진=연합뉴스)

     

    중구청장 뿐 아니라 지자체장들의 '반일' 대열 합류는 지난달 말부터 우후죽순 이어져왔다.

    서울 구로구는 6일 '일본 경제침략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고, 서대문구는 같은날 구청 각 부서에서 사용하던 일본제 사무용품을 수거해 타임캡슐에 봉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강남구는 테헤란로와 영동대로, 로데오거리에 있는 만국기에서 일장기를 내리기도 했다.

    수원시는 일본 제품과 일본 여행을 거부하는 '신 물산장려운동'을 선언했다. 수원뿐 아니라 안양, 군포, 시흥, 양주 등은 일본제품 구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지자체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충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감정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관(정부)이 앞서서 견인하거나 부채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관은 당당하되 차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성균관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한 (불매운동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정부가 훼손할 수 있다"라면서 "훨씬 더 정교하고 스마트한 불매운동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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