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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우유 주고파"…1987 명동성당에 모인 시민들의 온정



사건/사고

    "빵‧우유 주고파"…1987 명동성당에 모인 시민들의 온정

    "전씨 가문은 전두환을 제외함" 유쾌한 쪽지도

    1987년 610 민주항쟁 당시 6월 15일 기준 명동성당에 전해진 지원 내용. 2000만 원이 넘는 성금에 엔화와 달러화 등 외화도 더해졌다.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1987년 6‧10 민주항쟁을 전국구로 확대한 '명동성당 농성투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5일 '명동성당 농성투쟁 상황일지'를 공개하면서 십시일반 모인 일반 시민들의 지지와 후원의 내용을 밝혔다.

    일지에 따르면, "농성에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당시 6월 15일 기준 1680명의 개인과 28개 단체로부터 2000여만 원이 넘는 성금이 접수됐고, 48달러와 1000엔 등 외화도 들어왔다.

    농성단에 대한 위로와 성원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중구 명동의 코스모스백화점 앞에서 3000여 명 규모의 시위가 열리고, 사제단을 중심으로 한 미사의 영향으로 12일부터는 시민들의 지원 문의 전화가 빗발쳐 왔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빵 2상자, 우유 5개, 알코올과 연고 등 의약품, 휴지 1통, 사탕 2통 등 보급품 현황이 기록돼 있다. 오후 6시 10분부터 40분 사이엔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묻는 시민들의 문의가 8건이나 이어졌다.

    김치, 속옷, 수건, 컵라면, 김밥 등 생필품은 물론 식염수, 연고와 같은 최루탄이나 부상 상황에 대비하는 물품들이 계속해서 농성단에 전달됐다.

    13일 오전 9시 40분쯤 강남구 논현동의 한 회사에서는 속옷과 쌀, 부식류 등 지원 물품을 문의했고, 오후 12시 55분에는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이 "현금도 도움이 되는지" 문의했다.

    또, 이날 오전 10시 15분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한 주부가 "지원 물품을 보내고 싶지만 사정이 어려울 것 같아 현금으로 지원하고 싶다"며 "이 투쟁의 대열에 뜨거운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일지는 밝혔다.

    14일 오전 9시 30분에는 성당 마당에 설치된 성금센터에 200여 명이 모여 찬송가와 아침이슬 등을 합창하고 성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명동성당 안으로 던져지거나 전달된 재치있는 쪽지들도 공개됐다.

    당시 명동성당으로 전달된 시민의 쪽지를 일지 작성자가 옮긴 내용.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전두환에게 고함. 전두환은 우리 전씨 가문에서 제외되었음을 선언함-전씨 일동", "특보: 염라대왕은 대머리파 두목인 전두환을 강제 구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방법으로는 날벼락 등이 거론되고 있다"와 같은 기록이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송동현 관장은 "철거민과 학생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농성의 취지에 호응하고 함께 나섰다"며 "진정한 시민운동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성당과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 '암묵적 통로' 역할을 도맡았던 계성여고 재학생들 관련 기록도 공개됐다.

    당시 여고생들은 도시락과 쪽지를 보내며 "보내는 물건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라면서 "언니, 오빠들이 원하는 것이 이뤄질 때 웃으며 보고 싶다"고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12일 오후 1시 30분쯤 '음식 지원 들어옴' 항목에 적힌 계성여고 도시락 20여 개와 우유 40여개도 그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당시 노원구 상계동 철거로 보금자리를 잃고 성당에 들어와 있던 철거민 가운데 한 아주머니는 11일 8시 경찰이 최루탄 45여 발을 난사하자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선창했다고도 한다.

    기록에 따르면, 아주머니는 '군부독재 몰아내고 민주정부 수립하자' '살인고문 획책하는 군부독재 몰아내자' '독재지원 내정간섭 미국은 물러가라' 등을 외친 것으로 전해진다.

    송 관장은 "6‧10 민주항쟁은 촛불집회 이전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장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며 "두 운동은 직선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민주화 역사의 큰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명동성당 농성투쟁 상황일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오픈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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