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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된 '시설'…장애인 #미투를 가뒀다



사회 일반

    감옥이 된 '시설'…장애인 #미투를 가뒀다

    [나는 왜 '#미투'를 못 했나 ③] 쫓겨나면 갈 곳 없는 그들, 폭로는 미친소리로 여겨

    보복이 무서웠다기보다는 가족이 돌아설까 두려웠고, 가족마저 없어서 단념해버렸던 이들의 뒤늦은 #미투에 보내는 #위드유 연속기획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엄마라서, 아내라서"…20년 침묵 끝 '#미투'
    ② 근데 죄인은 나...'이방인' 노동자의 #미투
    ③ 감옥이 된 '시설'…장애인 #미투를 가뒀다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바깥세상과는 단절됐고, 소리치면 돌아오는 건 보복이었다. '시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침묵의 강요와 호소의 단념 외엔 달리 도리가 없어보였다.

    쫓겨나면 갈 곳도 없었다. 시설장애인들에게 #미투는 #미투가 아니었다. 용기를 냈더니 '미친 소리'로 치부되기도 일쑤였다. 성폭력의 아픔은 멍울졌다.

    ◇ 감옥이 되어버린 시설… "쫓겨나면 갈 곳도"

    1급 지적장애가 있는 A씨는 8년 전 충남의 한 공립특수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했다. 수업시간에는 추행을 하던 교사가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19살 때 일이었다.

    대전의 한 자립생활센터 활동보조인은 2014년 10대 지적장애인을 집에 바래다주는 차 안에서, 경기도의 한 장애인시설 원장은 2012년 시설에서 지적장애인 9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거나 구속된 상태다.

    일부 시설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장애인 시설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데다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는 장애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 범죄로 지목됐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원장이나 종사자나 같은 시설 내 기득권자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말도 못 꺼낸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2년 전국의 시설 거주 장애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10년 이상 시설에 거주한 장애인 비율은 55%를 넘었다. (10년 이상~15년 미만: 22.44%, 15년 이상~20년 미만: 13.17%, 20년 이상: 19.03%)

    또한 입소 후 퇴소 경험이 전혀 없는 장애인 비율도 84.5%다. 시설이 일시적인 거처가 아니라 평생을 사는 집인 것이다.

    민들레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가족이 없거나 대체 주거공간이 없어 시설에 머무는 장애인들에게 시설을 제공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요구할 경우 거절할 힘이 없다"며 "'밉보여 쫓겨나면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에 참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진술 신빙성 떨어진다"…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기관

    용기를 내 주변의 도움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처벌을 요구해도 지적장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수사기관의 태도는 이들을 두 번 울게 한다.

    3년간 강제로 성매매에 이용된 지적장애 여성 B 씨는 지난해 9월 가족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B 씨 가족의 말을 들어보면, 경찰은 '지적장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애 증명서류와 피해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B 씨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복구해 증거로 냈지만, 경찰은 '동사무소에서 추가자료를 가져오라'는 입장이었다고 그의 가족들은 전했다.

    민들레 활동가는 "최근 미투운동으로 난리가 나도 여전히 장애인 성폭력에 대해선 '진술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는 게 절대 다수일 것"이라며 "장애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일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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