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年 6천명 환자 돌본 '소아신장' 교수 "두려워서 떠난다"



사건/사고

    年 6천명 환자 돌본 '소아신장' 교수 "두려워서 떠난다"

    "8월 31일 사직 희망" 안내문 내건 서울대병원 강희경 교수
    환자들에게 사직 안내…"화 내는 환자도, 아쉽다는 환자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제가 너무 욕심스럽게 환자를 본 거죠. 1·2차 의료가 붕괴되는 것에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도 합니다."

    지난달 말 진료실에 '사직 안내문'을 붙인 서울대병원 강희경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대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강 교수와 안요한 교수로 총 2명인데, 이들은 모두 '8월 31일에 사직을 희망한다'며 안내문을 내걸었다.

    강 교수는 2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직 희망일에 8월 31일이라고 기재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현재 돌보고있는 환자들과 학교 2학기 시작 시점 등을 고려해 오는 8월 31일을 사직 희망일로 정했다.

    그는 "내가 보는 환자들은 대개 장기 환자들"이라며 "환자들을 보내기 전에 정리해서 보내야해서 여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2학기에 임용됐으니 2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퇴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후임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드리는 것도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지난해 외래 환자 6천명을 볼 정도로 '환자 욕심'이 있다. 지금도 전국에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 절반 이상인 20~30명을 받고있다.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
    강 교수는 "2023년에 진료한 외래 환자 수가 6천명이 되더라"며 "욕심스럽게 환자들을 지역이나 1·2차 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끼고 있었다. 1·2차 의료가 붕괴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환자들에게 '사직 안내'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거리가 먼 곳에서 오는 환자들은 별말 없이 "아쉽다"고 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의사가 그럴 수 있느냐"며 화를 내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같이 사직을 생각하는 교수는 강 교수뿐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로 시작된 의대 교수들의 사직 현실화가 다가오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에 이어 집단 진료 중단도 논의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주변에 사직을 고민하는 교수들이 많으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실제 사직서 제출이 별로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 그건 정부가 생각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힘들어서 우리는 더이상 못한다. 이미 '번아웃'에 휴직하는 교수들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며 "이렇게 왜곡된 의료 현실을 더 왜곡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강행된다면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나"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미움받고 돈만 아는 존재로 치부되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존재로 남아있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강 교수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를 해결하는 것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여러 사람이 이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방향에 대한 수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나도 직을 걸고 '이게 아니다'라고 외치기 위해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강 교수는 소아과 의사들이 '두려움'에 병원을 떠나고 있는 의료현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이렇게 있다가는 결국 '내가 쓰러져 죽겠구나'하는 마음"이라며 "혹시나 잘못되거나 운이 안 좋아 소송을 당하면 풍비박산이 난다는 두려움에 점점 병원을 떠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 두려움을 해결해주면 의료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