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尹-전공의 만남에 또 분열하는 의료계…대화 '출구' 있을까



보건/의료

    尹-전공의 만남에 또 분열하는 의료계…대화 '출구' 있을까

    '140분' 면담에도 상징성 外엔 남은 것 없다는 냉혹한 평가
    10여 명 비대위원이 '전체 전공의 대표할 수 있냐'는 반감도
    "내부의 적이 더 큰 어려움" "감성적 접근으로 풀 문제 아냐"
    의대교수비대위 "의료대재앙 임박…이제라도 의제 제한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지 45일 만에 성사된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이 의(醫)·정(政) 갈등의 실타래를 더 꼬이게 만드는 모양새다. 현재 의료공백의 중심에 선 전공의와 정책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얼굴을 맞댔다는 상징성 외엔 '남은 게 없다'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전격적으로 이뤄진 면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반면, 의료계는 무려 140분간 진행된 '밀실 대화'에 응한 것부터가 패착이라며 뼈아파하는 분위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병원을 떠나며 발표한 7대 요구사항 중 핵심 항목인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는 의료계가 대체로 공감하는 소통의 선결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의사들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한 정부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선애치환(先愛治患)'이라고 적힌 붓글씨 작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선애치환은 '먼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치료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선애치환(先愛治患)'이라고 적힌 붓글씨 작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선애치환은 '먼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치료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면담 이튿날인 5일에도, 배정까지 마친 의대 증원규모(2천)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안'을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는 이상 이미 결정된 정책사항을 변경할 까닭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면담 전부터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했던 내부의 우려는 결국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나갔느냐는 반발로 퍼지고 있다. 박 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탄핵' 도모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굳이 나갔어야 했나 싶다. 상황 자체가 달라진 게 없잖나"라며 "제가 그 위치였다면 잃을 것만 있는 자리에 나가진 않았을 것 같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전공의 '막내 연차'인 신규 인턴에 합격했지만 수련을 포기한 B씨는 "계속 가만히 있으면 (전공의 쪽에) 유리해질 수 있는 판도인데, 총선 사전투표 직전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주변에)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한 2020년 사태가 재현될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계가) 완전히 의견이 합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얼렁뚱땅 정부와 (9·4) 합의가 되고 파업이 끝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4년 전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배' 격인 의협이 정부와 대치를 종결지었다는 트라우마가 있는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 10여 명의 의견만 취합해 전공의 1만여 명을 '대표'하려 했다는 분노와 당혹감도 읽힌다.
     
    A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박 위원장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신상 불명의 전공의는 박 위원장의 탄핵을 주장하는 성명서에서 "(박 위원장과 대통령 간 면담은)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만 상의됐을 뿐, 나머지 병원 대표들과는 사전에 총회나 투표 등의 방식으로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화 이후에도 관련 내용이 전공의들에게 전혀 공지되지 않고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비대위가 곧 면담 내용 등을 정리해 공유하지 않겠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전공의들도 있었다.
     
    다만,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당정에 '좋은 그림'만 만들어줬다거나, 정부는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에 이용당했다는 시각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의대 증원 필요성을 역설한 대통령과 '결자해지'를 시도한 박 위원장의 선의가 되레 분열의 기제로 작용한 셈이다.
     
    전공의 C씨는 "동의 여부를 떠나 (박 위원장이) 어려운 결정을 한 건 맞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녹취 등은 100% 불가능하니 본인이 말하고 들었던 이야기를 다 기억하지도 못할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의협 지도부와 의대 교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의협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 outside'(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적었다.
     
    '내부의 적'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30시간 넘게 연속 근무 중'이라고 밝힌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D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마디로) 가면 안 되는 자리였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번 면담의 발단이 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조윤정 전 홍보위원장의 호소("(대통령이) 전공의 한 명이라도 딱 5분만 안아 달라")를 두고는 "그런 감성적 접근을 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전공의 세대에게 먹히지도 않는다"며 "그런 게 (박 위원장에게) 나갈 수밖에 없는 압박이 돼버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D 교수는 "영수회담을 할 때도 어느 정도 의제가 확정되고 논의를 어떻게 할지 사전 조율을 하고 만나잖나"라며 "상황이 더 나빠졌다.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전공의에게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면담이 국면 전환의 물꼬가 되려면, 정부가 좀 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 증원 논의 시 전공의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발표가 공수표가 아니라는 믿음을 달라는 취지다.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한 의사가 벚꽃 나무 아래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한 의사가 벚꽃 나무 아래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 후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이제부터라도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대해 의제 제한 없이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현재까지 회동의 성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 "심지어 (정부는) 2천 명 의대 증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또다시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일 부로 3천 명의 인턴이 올해 수련을 못 받게 돼 향후 4년 이상 전문의 수급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이는 의료 붕괴의 시발점"이라며 이는 연쇄적인 '대재앙'이자 '불가역적인 파국'이 될 거라 경고했다.
     
    비대위는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하는 중차대한 시국에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절차를 중단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당장 진정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