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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잔재 벚나무 잘라내야" vs "한국인들 집착일 뿐"



국제일반

    "일본 잔재 벚나무 잘라내야" vs "한국인들 집착일 뿐"

    NYT "제국주의와 무관한 벚꽃 찾는 한국"
    한국 156만 벚나무 중 토종은 200그루 뿐
    일제 시절 식민지 정책으로 심은 벚나무
    해방 후 잘라냈다 한일 수교로 다시 심어
    한국 벚나무로 교체하는 캠페인 진행 중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리는 시간이죠. 앉아서 세계 속으로. 오늘은 박수정 PD가 벚꽃 소식을 가져왔네요.

    ◇ 박수정>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벚꽃 파묘' 움직임을 다루는 기사를 냈습니다. 영화 <파묘>가 무당과 주술사들이 어떤 묘를 파헤치면서 일어나는 사건 다룬 영화잖아요.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가 일본 식민 지배 시대의 잔재를 파헤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뉴욕타임스가 직접 '파묘'란 표현을 쓴 건 아니지만 이번 기사가 영화 <파묘>와 맞닿는 점이 있어요.


    ◇ 박수정> 3월 29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인데요. 제목을 보시면 '제국주의가 없는 벚꽃을 구합니다'라고 쓰여있어요. 한국에서 제국주의가 없는 벚꽃을 원한다는 뜻이 될 텐데요. 이 기사에서는 한일 양국 간 오래된 벚꽃 논쟁을 소개하고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벚나무 품종 교체 움직임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2020년 산림청 통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가로수 중에 제일 많은 나무가 바로 벚나무예요. 156만 그루 정도가 있대요. 전체 가로수의 16.6%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으로 한국 가로수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벚나무 중에서 단 200여 그루만이 한국 벚나무라고 해요. 나머지는 다 일본의 벚나무입니다.

    ◆ 채선아> 뭔가 다른 점이 있나 보네요.


    ◇ 박수정> 일본 벚나무와 한국 벚나무가 다릅니다. 이 중에 어떤 게 원조 벚나무냐는 벚꽃 원조 논쟁이 100년 이상 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냐 아니면 한국의 제주도냐를 둘러싼 논쟁이었대요. 그리고 결론이 났습니다. 2018년에 우리나라의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둘 중에 원조는 없고 일본의 왕벚나무 그리고 제주도의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종이라고 결론이 난 겁니다.

    ◇ 박수정> 아예 품종이 다르다는 건데요. 한국 왕벚나무, 그리고 일본의 소메이요시노 왕벚나무를 육안으로 보면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하고요. 구별법은 꽃이 피기 전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새싹에 털이 복슬복슬 달려 있으면 일본 나무고 털이 없으면 한국 벚나무라고 하네요. 우리가 지나치면서 보는 대부분의 벚나무는 일본의 소메이요시노 벚나무라고 아시면 되겠습니다.


    ◆ 채선아> 우리나라 벚나무는 한 200그루밖에 없다고 그랬잖아요. 어쩌다 전국에 150만 그루가 넘는 일본 벚나무가 퍼지게 된 건가요?

    ◇ 박수정> 17세기 에도 시대 때 벚꽃이 일본의 상징으로 지정이 됐대요. 그리고 20세기 일본 제국주의 시절에 나라에 목숨을 바치는 군인들이 젊은 나이에 죽잖아요. 그래서 그 군인들을 이렇게 벚꽃처럼 짧게 피었다가 아름답게 흩날리면서 가는 그런 존재라고 미화하기 위해서 선전용으로 사용하면서 벚꽃이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문화적인 세련미를 심어주기 위한 일환으로 일본의 특산종인 소메이요시노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게 지금까지 한국에 내려왔다는 의견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로수 벚나무가 일제의 잔재라고 보는 시각은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조석영> 그래서 해방 이후에 일제 잔재 청산해야 하니까 일본이 심어놓은 벚나무를 막 잘라냈다고 하더라고요.

    ◇ 박수정> 많이 잘라내기도 했는데 한일 양국 수교가 1960년대에 이루어졌거든요. 그 이후로 한국에서도 봄 벚꽃 축제를 유치하기 위해서 전국 지자체에서 벚나무를 다시 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때 심었던 나무가 일본의 소메이요시노 벚나무라고 합니다.

    ◆ 채선아> 베어놓고 또다시 심기 시작한 거네요.

    ◇ 박수정>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이 주도하는, 이른바 '왕벚 프로젝트 2050'를 주목하고 있어요. 2050년까지 일본 벚나무를 한국 벚나무로 대체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캠페인입니다. 특히 국회의사당이나 현충원, 그리고 한국의 주요 유적지 명소들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한국 벚나무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하거든요.


    ◆ 채선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요해 보일 수 있는데 뉴욕타임스는 왜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건가요?

    ◇ 박수정> 이런 움직임에서 한국의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모습이 이런 움직임에서 보인다고 분석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게 민족주의적인 선전과 (나무의) 유전적 진화에 얽혀 있는 문제라면서 '요시노 벚나무는 언제나 식민주의의 정치와 얽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조석영> 우리와 일본의 관계가 사실 여느 나라들과 외교랑 좀 다르잖아요. 정치권에서도 한쪽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 배상이나 사죄를 제대로 안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본이랑 친하게 지내냐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언제까지 과거의 역사로 싸우기만 할 거냐고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벚꽃도 그냥 벚꽃이 아닌 거예요.

    ◇ 박수정> 이런 벚나무를 식민 지배의 잔재로 청산해야 할 것으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그냥 복잡한 유전학적인 나무 진화의 결과물로 봐야 하느냐 이거에 대한 의견이 좀 갈릴 수 있다는 평가가 있거든요. 여기에 대한 미국 뉴욕타임스 독자들의 반응이 재밌는데요.


    ◇ 박수정> 베스트 댓글을 하나 가져와 봤거든요. '한국인들 이제 좀 그만 집착해라.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착이 한국인들을 하찮게 보이게 만든다'라고 하면서도 뒷내용은 다 한국 칭찬이에요. 한국은 너무 잘하고 있고 성취한 것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제 미래로 나아가라는 의견이었어요.

    반면에 두 번째 베스트 댓글은 의견이 정반대입니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나무를 다 바꿔라. 그걸로 역사를 바꿀 수 없겠지만,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자생 왕벚나무는 해남 대둔산, 제주도 봉개동 그리고 제주 신례리에 있다고 하거든요. 혹시 가까이 계신 분들은 가보시면 좋겠네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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