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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소녀만을 위한 '원 사이즈' 옷가게…美 '갑론을박'



미국/중남미

    마른 소녀만을 위한 '원 사이즈' 옷가게…美 '갑론을박'

    연합뉴스연합뉴스
    특별한 로고나 심볼도 붙이지 않고 그냥 단 하나의 사이즈만을 파는 옷가게가 있다고 치자. 사람들의 몸 크기가 천차만별인데 이렇게 해도 과연 장사가 될까.
     
    '원 사이즈(one size)' 옷의 장점은 대충 이렇다. 
     
    한 사이즈의 옷만을 만들기 때문에, 보통 5~7개 사이즈를 생산하는 업체처럼 재고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XXL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원단을 아낄 수도 있다. 사이즈 변수를 없앴기 때문에 상품 개발 프로세스도 간단해 유행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크기는 똑같으니 맘에 드는 디자인만 선택하면 된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지만, 장점을 듣고보니 원 사이즈 옷을 파는 것이 낯설기는 하되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법하다. 
     
    누군가는 날로 치열해지는 옷가게 경쟁속에서 타 업체와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를 준 매력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칭송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옷가게가 마른 소녀들만을 위한 옷을 제공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해당 옷가게는 요즘 미국에서 십대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브랜디 멜빌'이다. 
     
    브랜디 멜빌은 'one size fits most'(대부분에게 맞는 원사이즈)'를 주장하지만, 현실은 'one size fits few'(일부에게만 맞는 원사이즈)이다. 
     
    이 가게는 아름답고 날씬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모델과 매장 직원으로 기용한다. 
     
    십대들의 인스타그램 셀피(selfies)에 유독 브랜디 멜빌을 입은 사진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일부 청소년과 마른 체형의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체형을 '특권'처럼 여기게 하는 일종의 공식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랜디 멜빌이 '모든 사람이 우리가 파는 옷을 입을 수는 없다'는 마케팅 전략이 소셜미디어에서 강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랜디 멜빌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십대들도 많지만, 신체 이미지와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로 인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14세 소녀 밀라 파텔은 "친구들이 모두 브랜디 멜빌을 입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대학생인 알리로누는 "한때 브랜디 멜빌을 입고 싶어 체중 감량을 생각했지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매장에 흑인 직원도 거의 없는 그런 곳에서 기분 상해가며 옷을 사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22세 심란 후세인도 "거기서 쇼핑하는 십대들과 판매 직원들이 나의 몸을 판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반대' 주장도 옷의 스타일, 품질,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브랜디 멜빌의 인기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인디애나주에 사는 17세 안나는 "내 친구들은 모두 브랜디 멜빌을 입고 학교에 간다"며 "이 옷은 지위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에 사는 6학년 레이첼은 "브랜디 멜빌을 입으면 스타일이 좋고 인기가 많아져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자랑했다.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프랭크는 "브랜디 멜빌의 메시지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옷은 귀엽고 매력적인데다 비교적 저렴하다"며 "조금씩 다른 옷들을 팔기 때문에 해외를 가도 브랜디 멜빌 매장은 꼭 방문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본사인 브랜디 멜빌은 유럽의 주요 도시에 매장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LA에 진출해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미국 내에만 약 40~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연간 매출은 2억1250만달러(약 3천억원)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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