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애플·테슬라에 어른거리는 삼성·현대차[베이징노트]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국제일반

    애플·테슬라에 어른거리는 삼성·현대차[베이징노트]

    핵심요약

    콧대 높은 팀 쿡 애플 CEO, 1년새 3번 中 찾아 러브콜
    美화웨이 제재 맞서 타켓된 아이폰, 급격한 실적 악화
    테슬라, 시장포화에 경쟁사 약진으로 시장점유율 하락
    정치적 요인과 중국 특유의 국가 지원이 시장 좌지우지
    사드 사태로 삼성·현대차 실적 급락…中기업 어부지리

    21일 중국 상하이 애플 새 매장 찾은 팀 쿡. 연합뉴스21일 중국 상하이 애플 새 매장 찾은 팀 쿡. 연합뉴스
    매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이 24일 개막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중국 고위급 인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중국 베이징에 집결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팀 쿡 애플 CEO로 그는 포럼이 열리기 나흘 전인 지난 20일 중국에 도착해 광폭행보를 시작했다. 21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상하이 징안 애플스토어 개장식에도 참석해 중국인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또,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와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를 찾아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홍보했고, 애플워치를 활용하는 중국 여자 럭비 국가대표팀도 직접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고위 관료와도 만나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쿡은 지난해 3월에도 발전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는 등 최근 1년사이 무려 3번이나 중국을 찾았고, 그 때마다 중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콧대높기로 유명한 애플이지만 유독 중국을 상대로는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쿡이 직접 밝힌대로 "중국은 애플에 중요한 시장이자 핵심 공급망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또, 전세계에 판매되는 아이폰의 80%가 중국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위탁 생산된다.

    스타 CEO 친중 행보도 무용지물, 고전하는 애플·테슬라

    이렇게 중국에 공을 들여온 애플의 아성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제재로 휘청이던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7nm(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애국소비가 불붙었고 애플의 점유율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몇년간 애플은 자국의 대중국 제재 덕분에 경쟁자 없는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이것이 부메랑됐다.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도 버거운데 중국 정부도 암묵적으로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또, 올해 첫 6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4% 급감했다. 반면 화웨이는 같은 기간 매출이 64% 늘었고, 시장점유율도 9.4%에서 16.5%로 두배 가까이 늘며 애플을 뛰어넘었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의 CEO도 문턱이 닳도록 중국을 방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더욱 거세지고 있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와도 현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테슬라의 상황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매출 성장이 올해는 '제로(0)', 내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아성이 이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출하량은 6만 365대로 전년 동월 대비, 전달 대비 각각 19%와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데다 테슬라와 경쟁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이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4분기 52만 6409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48만 4507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으로 올라섰다. 여기다 수직계열화를 이룬 BYD는 총이익률에서도 테슬라에 앞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가격 인하 경쟁에서 테슬라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내로라하는 친중국 기업인이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열린 기업인 만찬에서 참석 명단에도 없던 그는 행사장에 무작정 찾아가 입장을 요구하는 소동을 빚은 끝에 시 주석과 악수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테슬라는 (공급)망 디커플링에 반대하며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며 러브콜을 쏟아냈다. 하지만 애플과 마찬가지로 CEO의 친중국 행보가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외적 요인이 시장 좌지우지…맥없이 무너지는 기업들

    스마트폰과 전기차라는 두 첨단 제품군에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 온 두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시장 경쟁이 치열했고, 같은 제품군을 만드는 다른 기업들의 기술 수준도 꾸준히 우상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임에도 유독 중국 시장에서 두 기업이 보다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모두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 보다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맞대응이라는 정치적인 요인, 그리고 중국 특유의 자국 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해 아이폰 사용 금지 카드로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우리는 최근 상당수의 매체에 애플 휴대전화의 보안 관련 사건이 나온 것을 확실하게 봤다(마오닝 외교부 대변인)"며 아이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테슬라와 관련한 정치적 이슈는 수면 위로 부각된 바 없지만 중국 당국은 자국 전기차 기업들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테슬라가 선점한 시장을 빼앗아 오고 있다. 이를 두고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BYD는 소위 당성(黨性)이 좋은 기업"이라며 BYD의 급성장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애플과 테슬라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과거 삼성과 현대차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운데 하나였던 두 회사 제품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에 육박했던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현재 1%대에 머물고 있고, 한해 176만대나 팔리던 현대차의 판매량은 3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를 단순히 사드 사태 때문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두 기업이 휘청대는 사이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