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샤오치지'. 최철 기자다음 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만 1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명물이었던 판다 일가족이 중국으로 떠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동물원이 중국으로부터 임대했던 판다 3마리가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부부 메이샹과 톈톈, 그리고 새끼인 샤오치지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메이샹과 톈톈은 지난 2000년 12월 미국으로 왔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8월에 기적적으로 샤오치지를 낳았다.
이들의 반환은 다음달 7일로 다가온 임대 계약 만료로 인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최근 미·중 관계를 반영해 징벌적 차원에서 판다를 데려가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징벌적 판다 외교'란 중국이 세계 각국에 대여 형식으로 보낸 판다를 잇달아 중국으로 반환시키면서 생겨난 표현이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이번에 미국에서 들어오는 판다 부부는 20년 넘게 미국에 있었고, 지금은 고령으로 일부 노인성 질병까지 생겼다"며 "가능한 빨리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번 '판다 반환'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회담을 결정하자 중국측은 보란 듯이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 두 마리를 중국으로 데려갔다.
또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판다 대여기간을 연장해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미 샌프란시스크에서 열리는 APEC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고, 미·중 정상회담까지 열릴 경우 워싱턴DC의 판다 가족도 임대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최철 특파원중국의 판다가 워싱턴DC에 처음 온 것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판다를 보고 감탄한 팻 닉슨 영부인에게 판다 임대를 약속하면서 미국에 판다가 상륙한 것이다.
이후 1983년 워싱턴조약 발효로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자, 중국은 돈을 받고 판다를 장기 임대했던 것이다. 판다의 연간 임대료는 1쌍당 약 14억~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4마리가 남아있지만, 이곳 역시 내년에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워싱턴DC 국립동물원은 지난 9월 말 '판다 팔루자'라는 행사를 열고 대대적인 작별 예행 연습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DC 국립동물원은 중국측에 다시 판다 한쌍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