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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 대신 사명감'…국선변호사 "밤새 머리 박고 자책하죠"

경인

    '수임료 대신 사명감'…국선변호사 "밤새 머리 박고 자책하죠"

    국선변호사 전국 228명, 수임료 없고 매월 보수 지급
    피고인 대부분은 경제형편 어렵거나 흉악사건 범행
    "수임료 없지만 사명감 있어…중형에 밤새 벽에 머리 박기도"
    '공짜'·'의욕없다' 편견…"무죄 받으면 기뻐서 커피 돌려"

    수원고등·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 정성욱 기자수원고등·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 정성욱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 분주하게 서류뭉치를 뒤지던 이승재(32·변호사시험 9회) 변호사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 변호사는 "○○○씨 맞으시죠? □□□씨 사건 때문에 연락드렸어요"라고 말하곤 질문을 이어갔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연신 손목을 돌려 시간을 확인하던 그는 "오후 재판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며 서류를 챙기곤 법원으로 향했다. 이 변호사는 "추석 연휴 전이어서 오늘은 그나마 여유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선은 의욕없다? 무죄받고 커피 돌려요"

    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인 이승재 변호사. 정성욱 기자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인 이승재 변호사. 정성욱 기자
    3년간 서울고법 형사부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한 이 변호사는 올해부터 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계기는 단순했다. 국선변호사의 열정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을 국선변호사가 치열하게 변론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국선변호사는 사건을 대충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막상 옆에서 재판을 보니까 전혀 아니었다"며 "사선을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피고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국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게 하루 일과를 묻자 "오전 10시 재판을 시작으로 전화를 돌리고 조서도 쓰고, 구치소 접견도 간다"며 "하루가 매일 정신없이 지나가긴 하는데 일하는 방식은 사선변호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수임 방식에선 큰 차이가 있다.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재판부가 담당 국선변호사를 지정해준다.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받는 사선과 달리 국선은 고정적인 보수를 받는다. 때문에 국선변호사를 향해 '공짜변호사', '의욕없는 변호사'라는 편견이 뒤따른다.

    이 변호사는 "국선변호사가 재판에 불성실하다는 시선이 있는데, 우리 사무실만 해도 피고인이 무죄를 받은 날에는 기뻐서 커피를 돌린다"며 "지금까지 커피를 꽤 많이 얻어먹었는데 그만큼 결과도 좋았다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수임료 대신 사명감…"피고인 중형 받으면 밤새 자책"

    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인 김가람 변호사. 정성욱 기자수원지법 국선전담변호사인 김가람 변호사. 정성욱 기자
    지난달 21일 만난 김가람(35·5회) 변호사는 오전에만 사건 2건을 처리하고 민법 스터디까지 마치고서야 사무실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시간이 될 때 일을 해야 밀리지 않는다"며 "국선은 형사사건 외 재판은 맡을 수 없는데, 민법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스터디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년차 변호사인 김 변호사는 사선으로 시작해 현재는 국선전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해관계에 휘둘리지않고 변호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국선전담이 됐다.

    김 변호사는 "사선변호사는 아무래도 의뢰인과 변론 방향을 놓고 갈등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선변호사로 활동하고부터는 법률에 따라 객관적인 변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특히 국선변호사로 일하면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하루를 버티는 원동력이 됐다. 경제형편이 어렵거나, 강력사건을 저질러 다른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게 국선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피고인이더라도 우리 만큼은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수도 없다며 "국선으로 일하고 나서 '내가 진짜 변호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정성욱 기자수원법원종합청사. 정성욱 기자

    그러나 강력 사건을 저지른 흉악범이나 성범죄자를 변호할 때는 지인에게마저 핀잔을 듣는다. 그는 "뉴스에 나올 법한 흉악범 역시 변호인 선임이 안 돼 결국 국선이 맡게 되는데, 그럴 때면 지인에게 연락이 와서 '왜 그런 사람을 변호하고 있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국선을 선임해서 형량이 높았다'라고 말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속상하다"며 "재판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날 밤에 벽에 머리를 박으면서 자책하고 몇 날 며칠을 끙끙 앓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래도 변호사끼리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지옥에 가지 않을 변호사는 국선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다른 조건이나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피고인을 위해 일한다는 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국선변호사? 형사사건 전담…수임료 아닌 매월 보수


    국선전담변호사는 2006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국선변호사는 228명(7월 기준)이다. 수원고법에도 38명이 있다.

    국선변호사는 형사 사건을 제외한 사건을 맡을 수 없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민사나 행정사건에 대해 신청하는 소송구조 사건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채용은 각 지방법원이 위촉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계약기간은 2년이다. 재위촉 여부에 따라 최대 6년까지(3회 위촉) 국선으로 일할 수 있다. 위촉 기한이 종료된 뒤 사선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국선으로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다.

    건당 수임료 수백만원부터 시작되는 사선변호사와 달리 국선변호사는 보수가 정해져있다. 처음으로 국선변호 업무를 시작할 경우 월 600만원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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