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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 공안사건 수사 '조정' 권한, 42년 만에 축소



법조

    [단독]국정원 공안사건 수사 '조정' 권한, 42년 만에 축소

    국정원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 개정
    檢 신병처리·공소보류 국정원 '조정→의견청취'
    1964년 이후 중정이 안기부, 국정원으로 개칭
    관여 권한도 '지시'에서 '조정', 다시 '권고'로 약화

    연합뉴스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검찰 공안사건 등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안보수사조정권'이 42년 만에 대폭 축소된다. 검사가 주요 정보사범을 구속할 때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도록 의무화한 규정이 손질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타 기관의 수사와 기소에 초월적으로 관여했던 과거 정보기관의 막강한 권한을 상당 부분 내려놓는 개혁으로 해석한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최근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대통령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선 검·경 등 수사기관이 정보사범에 대한 신병처리 및 공소보류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던 기존 규정을 국정원장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규정은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 즉 대공 수사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등의 초월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끔 그 근거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이 △정보사범의 신문과 신병처리, 공소보류 결정 등에 대해 반드시 국정원장 조정을 받고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불송치 결정을 뒤집을 때도 국정원장과 협의하도록 강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 중 신병처리와 공소보류 두 가지 부분에 관한 '의무 규정'을 폐지하고, 대신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권고 규정'으로 바꿀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대공사건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지만 인신 구속과 소추라는 검찰의 고유 권한에 초월적으로 관여하던 정보기관의 권한이 '의견을 내고 협의하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달리 현재도 국정원은 수사 기관에 의견을 제시하며 협의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며 "이번 개정은 오래 전 만들어진 규정을 현실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제공국정원 제공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활동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이 규정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폐지 및 개정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2018년 10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고문 은폐 사건'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김근태에 대한 고문과 은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기획과 조정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이 시행령 제3조와 제5조, 제7조, 제8조, 제9조 등 5개 조항이 '안보수사조정권'의 근거 조항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수사 조정권을 명시(제3조)하고, 정보사범의 내사(입건 전 조사)와 수사, 송치, 기소 여부, 재판 결과 등을 국정원에 즉시 통보하도록 규정(제7조)하는 식이다.

    과거사위는 제8조와 제9조를 독소 조항으로 꼽으면서 "바로 이 규정 때문에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에서 안기부 조정대로 검찰이 수사·공소한 것"이라며 "대공 사건이라는 이유로 정보기관이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기관이 검찰 공소권을 통제하는 규정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 저촉된다"고도 했다.

    이 조항은 검찰이 주요 정보사범의 신병처리와 신문을 할 때 반드시 국정원장 조정을 받도록 한다. 검찰이 국정원이나 경찰의 수사 결론과 다른 판단을 할 때도 의무적으로 국정원과 협의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당시 과거사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을 두고 "과거 시행령의 위법적 요소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국정원의 힘은 상대적으로 줄이고 검찰권을 강화하는 측면도 보여 양면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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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은 1964년 중앙정보부 보안업무규정을 제정할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시행령은 수사기관이 정보사범의 신병을 처리할 때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를 받도록 했다. 정보사범을 신문하거나 공소보류하려면 정보부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1981년 중정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 규정도 개정됐다. 정보사범의 신병처리 때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거나 공소보류 때 '승인'을 받던 것을 '조정'으로 하향한 것이다.

    과거 검찰은 정보기관의 허락 없이는 안기부가 송치한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죄목을 변경하는 일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대통령령이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상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돌이켜보면 중정이 안기부로,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정보기관의 수사 관여 권한도 지시에서 조정, 조정에서 의견 청취로 함께 약화했다. 규정 제정부터 59년, 안기부 창설 기준으로는 42년이 걸렸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0월 2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윤석열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공포된다. 다만 내사와 입건, 기소, 재판 결과 등을 국정원에 통보하도록 강제하는 기존 규정은 유지된다. 국정원의 정보수사 조정권의 근거가 되는 조항도 그대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내년 1월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국정원은 검찰·경찰과 함께 합동수사기구에 참여해 대공수사에 개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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