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한달 동안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중국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상징 친강 외교부장(장관)이 결국 면직됐다. 대신 전임 외교부장이었던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7개월 만에 다시 외교부장을 맡게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열린 회의에서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다. 이에따라 친 부장은 주미 중국대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으로 발탁된지 7개월여 만에 실각하게 돼 중국 역대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게됐다.
다만, 전인대는 친 부장의 면직 사유는 공개하지 않아 그의 실각 이유는 상당기간 미스테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 러시아, 베트남 관리들을 만난 이후 이날까지 한달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지난 10일 홍콩 소재 성도일보는 친 부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휴양 중으로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코로나19 확진설은 힘을 잃었다.
여기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친 부장을 대신해 그의 전임자이자 상급자인 왕 위원이 참석하면서 외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의 실종에 대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단기간 회복이 힘든 중병에 걸렸다는 중병설이 나오는가 하면 주미 중국대사 시절 행적으로 인해 정부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조사설도 나왔다.
특히, 친 부장이 주미대사 시절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홍콩 방송국의 한 여성 앵커와의 불륜으로 혼외자까지 낳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불륜설도 제기되고 있다.
SNS 상에는 해당 앵커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을 친 부장의 행적과 연결시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떠돌았고, 대만 매체 연합신문망(UDN) 등 일부 언론매체들도 이같은 소식을 보도하면서 불륜설은 갈수록 확산됐다.
다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아 5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중국 정부 외교수장 자리에 오른 친 부장을 사생활 문제로 단숨에 실각시키는 것이 중국의 정치구조상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면직된 친강 외교부장. 연합뉴스일각에서는 거친 언사로 일관해온 친 부장이 전랑외교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시 주석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미중관계를 비롯해 정작 본업인 외교에 있어서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외교라인내 갈등만 증폭시킨 것이 그의 실각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외교부장으로 돌아온 왕이 위원이 그동안 혼란에 빠진 중국 외교라인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던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승진시키지 않고, 왕 위원에게 다시 외교부장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왕 위원은 지난 2013년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연말까지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아왔다. 왕 위원은 외교부장 재임 중이던 지난해 10월 중국 서열 24위 이내인 정치국 위원으로 승격하며 친 부장에게 외교부장 자리를 물려준 뒤에도 중국 외교라인 1인자 역할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