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앞으로 수주 내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중국은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발표할 일정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연기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여건이 되면 이뤄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2월 초 중국 방문을 앞둔 블링컨 장관이 소위 '정찰 풍선' 사태로 방중을 전격 취소한 이후 양국간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방중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여러차례 나온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양국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회동 이후 양국간 대화 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양국간 소통 재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최소한 겉으로는 블링컨 장관 방중을 포함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중미 관계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미국에 양국 긴장 고조의 책임을 돌렸다.
연합뉴스 이어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진지하게 존중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고, 함부로 도발하면서 소통과 교류를 요구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소통을 원한다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반도체 등 핵심소재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 중국 주요 기업과 인사들에 대한 제재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부터 바꾸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8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 측의 진정성이 보일 때까지 미국인을 잠시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는 게 중국 사회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미국이 중국이 제시한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상생'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더욱 깊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 역시 이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대화에는 필요한 조건과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불가능하며, 미국의 패권적 요구를 일방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일 열린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이 제안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했다. 대화를 위해서는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먼저 풀라는 것.
미국은 리 부장이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무기 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8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제재 대상에 올린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긴장 고조가 중국 입장에서도 이로울게 없다는 점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도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조만간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대로 블링컨이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양국 정상간 회담까지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 측이 주장하는 '선결 조건'에 일부 호응하는 협상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