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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늦어서 죄송합니다…전우원 감상기



칼럼

    [칼럼]늦어서 죄송합니다…전우원 감상기

    각성의 뒷배는 누구인가…새로운 뒷배가 된 그들

    사과도 어렵지만…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용서
    43년전 5·18로 가는 문턱엔 언제나 4·3 제주 있어
    반성조차 없는 게 日뿐일까…요원한 '진실과 화해'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박종민 기자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박종민 기자
    사과(謝過)는 용기(勇氣)다. 그래서 보통 늦다. 내 잘못인데도 아직 사과하지 않은 가족이, 친구가, 또는 동료가 이 글을 읽는 지금도 한 명쯤 떠오를 것이다. 월요일부터, 글 초입부터 너무 큰 숙제를 드렸다.

    사과도 어렵지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용서(容恕)다. 사과한다고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러니 사과보다 늦을 수밖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화해(和解)는 또 어떤가. 사과와 용서가 있어야 이뤄지는 절차다. 사과도, 용서도, 화해도 느리고 힘든 세상이다. 저마다 이해를 좇아 내놓는 변명과 거짓의 속도는 빠르되, 그만큼 진실(眞實)의 속도는 늦다. 그러니 언제나 역사 앞에, 진실은 늦어서 죄송하다.

    전두환의 친손자 우원씨가 사흘전 '피의 사과'를 했다. 1996년생인 그가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43년전 일이다. 친할아버지가 벌인 피의 학살에 그 핏줄로 처음 사죄했으니 그리 부를 만하다.

    뉴욕에 있던 27살 청년 우원씨는 광주에 발을 딛고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각성(覺醒)을 일으킨 게 누군가들의 비아냥처럼, 약물에 찌든 치기뿐일까.

    "앞으로 삶을 의롭게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회개하고 반성하고 살아가겠다". 그의 참회에서 각성의 과정과 뒷배를 본다.


    용서란 언제나, 사과보다 쉽지 않다. 43년간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5·18과 광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5·18정신은, 광주 정신은 또다시 '뒷배'를 자처하고 나섰다.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에 줄곧 그리해왔듯이.

    "항상 용기를 잃지 말고 광주의 한을 풀 수 있는 횃불이 되어달라". "우리가 뒤에 뒷받침할테니 힘내달라". 5·18 유족들의 격려에 정신이 다 아득하다. 용서해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 이 용기의 발끝이라도 따라는 갈 수 있는 걸까, 거듭 까마득하다.

    화해와 진실은 더더군다나 늦어서 죄송하다.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없는 사회에선 명백한 진실도 언제나 발목 잡히기 일쑤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가능성 있는 의혹'으로, 사법부도 인정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허위사실'로 평가한 전력의 진실화해위원장을 보유한 나라면 더욱 그렇다.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가 5·18 학살의 주범",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 "(헬기 사격은) 너무나 당연한 증거인데도 할아버지가 발뺌을 했다". 전가(全家)의 첫 사죄 이후에도 수많은 발뺌과 발목잡기가 뒤따를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43년전 5·18의 광주로 가는 문턱엔 언제나 4·3의 제주가 있다. 오늘이 그 75주년이다.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 봤던 진실과 화해의 수장,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건재한 마당에 그러한 선동을 담은 펼침막이 제주 여기저기 걸렸다는 소식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여전히 반성조차, 사과조차 않는 가해자들이 우리 주변에 비단 옆 나라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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