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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비대면 시대 끝내고 활기찬 대학가, 高물가에 하숙집 북적



사회 일반

    [르포]비대면 시대 끝내고 활기찬 대학가, 高물가에 하숙집 북적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노마스크 대면 개강 앞둔 대학가 기쁨도 '반짝', 고물가 속 주거비 걱정에 학생들 '씁쓸'
    공과금에 높아진 월세까지 임대료 걱정에 하숙집으로 몰리는 대학생들..인기 시들했던 하숙 골목들 빈 방 없어
    전문가들 "생존하려는 대학생들 더 이상 외면 안돼. 정부가 나서야" 주문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하숙집들. 구본호 기자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하숙집들. 구본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개강'이라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물가에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비싼 임대료에 관리비까지 내야 하는 원룸 대신 끼니 걱정을 덜 수 있는 하숙집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하숙 생활'이 때아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학생들이 북적이고 있다. 구본호 기자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캠퍼스 안으로 학생들이 북적이고 있다. 구본호 기자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최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대학 캠퍼스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개강 전부터 활기를 띠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던 학생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친구들과 캠퍼스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개강 전이지만 점심시간 학교 안 식당은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는 학교 밖 식비를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학생들과 싼 가격에 배불리 배를 채우려 식당을 찾은 이들로 북적였다.

    다가올 학교생활에 대한 설레임으로 떠들썩했던 시간도 잠시, 학생들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너무 비싼 '방값' 문제로 모아졌다. 월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 오르는 물가에 난방비 걱정까지 학생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대화를 이어갔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대학원에 다니는 구성모(28)씨는 "1년 전과 비교하면 가스는 똑같이 썼는데 내야하는 요금은 30%나 늘었다"며 "이번에 재계약할 때 (월세를)조금 늘려서 했고 주변에도 집주인들이 10만원 이상 월세를 늘려달라고 해 새로 방을 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호소했다.

    평소 같으면 개강을 앞두고 방을 구하려는 세입자들로 붐볐던 대학가 부동산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신촌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저번 주에 기숙사 합격 발표날이라 주말에 학생들이 몰려올 줄 알았는데 공쳤다"며 "월세만 듣고 방을 본 사람들은 계약하자고 얘기까지 하는데 관리비 얘기만 나오면 부담스럽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종호 서울북부지부장은 "고물가에 높은 금리 때문에 (부동산)거래 자체가 어렵다. 부동산 심리가 굉장히 위축돼 있다"며 "대출받은 임대인들이 이자 부담이 가중되니까 월세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인하하고 전반적인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하숙길 골목. 구본호 기자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하숙길 골목. 구본호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이 하숙집으로 몰리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높은 보증금에 관리비 부담이 큰 원룸과 저렴하지만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고시원 대신 월 40~50만원이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하숙 생활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가 하숙집 골목. 차 한 대 오르기도 어려울만큼 가파른 언덕길에 작은 '하숙' 안내문만 덩그러니 놓여져 알아보기도 어려웠지만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하숙집은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벽을 바로 마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집주인에게 '빈 방이 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는 '빈 방이 없다'는 하숙집 주인의 답변에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인근 10여곳의 하숙집들 중 빈 방이 있는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하숙 생활이 인기를 끌면서 하숙집 주인들은 안도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하숙집 업주 박모(53)씨는 "2년 전에 전세로 운영하겠다던 사람이 학생들이 없어서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내가 운영하게 됐다. 2년간 거의 공실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대면 수업하면서 옛날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숙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집들도 50~60% 가까이 없어졌고, 귀해지면서 하숙집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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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하숙 생활을 선택한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이 가장 컸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 전 하숙 생활을 시작한 김희정(21)씨는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원룸은 월세 60만원에 전기랑 가스도 별개다 보니까 부담이 됐다"며 "부모님이 혼자 있는 점을 불안해 하기도 하고 가성비가 좋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채 원룸 생활을 접고 하숙을 선택한 김경한(25)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자취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경제적 부담이 커서 하숙집으로 오게 됐다"며 "금리나 기초적인 공과금부터 원래 지내던 곳 월세 시세도 올랐는데 하숙집은 식사도 다 제공해주니까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신촌 일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서울연구원이 이달 9일 발표한 '2021 서울청년패널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20대 청년들의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RIR)은 18.8%로 평균(17.5%) 대비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부모님들한테 의존하기도 미안한 대학생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학식을 먹고 원룸보다 더 저렴한 하숙집으로 들어가 버티고 있다"며 "공부하며 생존하려는 학생들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학생들을 위한 생활비 대출이자 감경 등 지원대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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