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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원하청 해결 '골든타임'…정부 대책에 숙련공 돌아올까



경제 일반

    조선업 원하청 해결 '골든타임'…정부 대책에 숙련공 돌아올까

    정부 "조선업계, 향후 3~5년이 체질 개선해 경쟁력 키울 '골든타임'"
    조선업 원-하청 기업 상생협약 후 노사 모이는 공동협의체 발족해 업계 구조 개선 모색키로
    勞 "원청 자본과 하청업체 사장이 '자율'적으로 구조 개선하겠나" 우려
    인력난 해법으로 제시된 이주노동자 투입·특별연장근로 확대엔 "저임금 구조 유지하겠다는 것" 비판
    "정부가 구조적 문제 개입 시도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향후 실천 지켜봐야" 의견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당시 사진. 이형탁 기자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당시 사진. 이형탁 기자
    정부가 수십 년 동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조선업의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남는다.


    정부, 先 원·하청 기업 상생협약 後 노사 공동협의체 구성 추진


    정부는 지난 19일 '조선산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50일 넘게 이어졌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목숨을 건 파업으로 조선업 노동자, 특히 하청노동자들이 장시간·저임금·고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널리 알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파업 당시만 해도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불법행위' 종식에 초점을 맞췄지만,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방향을 틀어 당시 사태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로 재정의하면서 정부 정책도 원·하청 상생 방안을 향해 고쳐앉았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3~5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2016년부터 불황에 빠져있던 조선업계가 최근 수주 물량이 회복되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조선업계가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권기섭 차관. 연합뉴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권기섭 차관. 연합뉴스
    노동부 권기섭 차관도 대책 발표 전날 진행한 사전브리핑에서 "지금부터 3~5년 정도가 조선업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중구조 문제의 핵심은 결국 숙련도를 키우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가 핵심"이라며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조선업계에) 들어와 평생 숙련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주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된 대책의 첫머리는 내년 초에 주요 조선소 원청 5개사와 하청업체가 맺을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 협약'이 장식했다.

    원·하청 업체들이 우선 모여 적정 수준의 기성금 지급을 약속하고, 가장 처우가 열악한 물량팀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등 임금체계 및 다단계 하청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협약이 마무리되면 원·하청 노동자들까지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발족하고, 이러한 조선업계 노사의 협의 과정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와 정부 합동평가단이 모니터링한다는 구상이다.

    이 외에 3개월 근속 시 취업정착금 100만 원 지급, 조선업 희망공제, 채용 사다리 제도 등으로 정부가 처우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조선업 현장에서 일하도록 사업장별 고용허용인원 확대, 탄력배정분 추가 활용 등도 제시됐다.


    '고양이 쥐 생각'…勞 "원·하청 사장들이 자율적으로 구조 개선하고 임금 올리겠나" 비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노조법 2ㆍ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노조법 2ㆍ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노동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 대책으로는 어떠한 실효도 거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가 제기한 가장 큰 불만은 뿌리 깊은 조선업계 비정규직·다단계 하청 문제를 단순히 원·하청 업체 대표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맡겨서는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원청을 대상으로 하청업체가 과연 제 목소리를 낼 것인지도 의심스럽거니와, 이들의 논의 테이블에 정작 원·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충분히 다뤄질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갑 중의 갑인 원청 자본과 원청이 생명줄인 하청업체 사장들이 모여 '자율'로 원청이 하청에 주는 기성금을 늘리고, 동등한 거래 관계를 맺고, 이익을 노동자와 공유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며 "이 정부는 사업 진행 도중에 기성금을 지급하는 일도 발생하는 조선소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 만약 알고도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면 그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직접 나선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실망을 넘어 절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주노동자를 대거 투입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이주노동력을 늘리려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가 바로 저임금 구조 유지에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시간·고위험·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재의 노동조건을 그대로 둔 채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하는 것은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불리한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인력 난 속에 최근 급증한 수주량을 소화하도록 특별연장근로 한도를 180일까지 확대하는 방안 역시 정부가 사측의 입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노동자들로서는 조선업계가 한층 더 매력 없는 직장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노사관계 전문가인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도 "결국 원청이 하청에게 기성금을 조금 올려주고 하청노동자에게 분배를 늘리자는 얘기인데, 지속 가능한 해법이겠느냐"며 "물량팀 문제나, 저임금 상태의 임금 격차 등이 지금 논의되는 수준으로 충분히 해결되는 것인지 따져보면 미봉책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교수는 원청 조선 대기업들의 문제 해결 의지가 담보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대통령, 정부가 눈치를 주니까 문제의식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 몰라라' 할 수도 있잖느냐"며 "가장 큰 피해를 보고 희생된 노동자까지 포함해 목소리를 담는 상생협약, 사회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우조선 출신의 조선업계 전문가인 경남대 양승훈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산업은행이 공적 자금을 투입하거나, 사측으로부터 자구안을 받아 구조조정을 해서 여유자금을 얼마나 마련할 것이냐 정도만 얘기했고, 내부 거버넌스에 개입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정부가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원·하청 상생협약이나 공동협의체보다 이를 정부가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상생협의체 틀은 울산, 거제, 경남 등 지자체에서도 계속 해왔는데, 이제 중앙정부가 의지를 보인 것에 의미가 있다"며 "결국 정부가 일정 부분은 그립을 쥐고 가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하청 간의 임금 격차는 기성 단가를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깜깜이니까 원청이 마음대로 후려치거나 잘 아는 업체를 짬짬이로 더 줘서 신뢰가 깨지곤 했다"며 올 하반기에 발표될 표준하도급 계약서 개선방안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양 교수는 "현재는 마스터플랜 수준으로 낸 것이니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방향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행 계획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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