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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한 잔만"…'조폭 도박장' 잠입취재기



사회 일반

    "칵테일 한 잔만"…'조폭 도박장' 잠입취재기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박희영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620억원 대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과 상습도박자 등 41명이 검거됐습니다. 특히 업주는 과거 영등포구 일대에서 활동했던 조직폭력배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단독 취재한 사회부 박희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어떤 계기로 취재를 하게 됐나요?

    =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저연차 기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일명 '경찰서 마와리'(기자들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담당 출입처를 도는 일) 돌면서, 우연히 경찰 압수수색 정보를 입수하게 됐습니다. 무심결에 최근에 단속된 불법도박장 없었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바로 직전에 경찰의 도박장 단속이 있었던 거예요.

    해당 도박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 불법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합법적인 홀덤펍'도 차려두고 함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홀덤펍'이란게 술을 마시면서 카드게임 등을 즐기는 형태의 주점을 말합니다.

    홀덤펍에서 도박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뭔가요?

    = 이번에 검거된 업주는 합법적인 홀덤펍을 찾는 손님들 중 일부를 불법도박장으로 유치하기도 했던 건데요. 불법도박장은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도록 검은색 시트지로 창 전체를 덮어 완전히 차단돼있었고, 회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현금을 칩으로 바꾼 뒤 도박을 진행하고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법 도박장 옆, 합법적인 홀덤펍은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합법적인 홀덤펍은 제가 보도 이전에 찾아갔을 때도 정상 운영 중으로,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도박장에 직접 가봤더니 어떻던가요?

    정다운의 뉴스톡 캡처정다운의 뉴스톡 캡처
    = 해당 불법 도박장이 있던 곳은 지하철역 인근이고, 식당과 학원 등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입니다. 그런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 불법 도박장이 버젓이 운영됐다는게 충격적인 부분이기도 한데요.

    금요일 오후 10시쯤 홀덤펍 안에 직접 들어가봤는데요. 제가 홀덤펍에 들어서자 "지금 대회 중이다. 뭐하러 오셨냐?"라면서, 손님을 맞이한다기보다는 '얘가 왜 왔지?' 싶은듯한 눈빛으로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저를 맞아줬어요.

    제가 "처음 와보는데, 구경 좀 하고 싶다. 칵테일 한잔 마시겠다"고 하면서 친구랑 20분 정도 앉아있다가 나왔어요. 저 스스로 느끼기에도 제가 매우 수상해보이긴 했는데, 딱히 내쫓기진 않았습니다.

    홀덤 게임에 참여하려면 보통 7만원을 기본 요금으로 내야 했습니다. 한 테이블당 30~40대 남성들이 8명 정도씩 세 테이블 정도로 나뉘어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고요. 업장 내부에 밥솥이 있어서, 휴식시간에 손님들이 흰식판에 김치, 김 등 밑반찬을 떠서 식사를 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입구쪽 구석에는 전원 꺼진 ATM기기도 있었습니다. 환전을 하게 되면 불법 도박이 되는데, 업장 안에 ATM기기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습니다.

    정다운의 뉴스톡 캡처정다운의 뉴스톡 캡처이런 홀덤펍은 게임 진행 일정을 공유해주는 오픈카톡방이 있는데요. 참여인원이 대략 1천명 가까이 됐습니다. 오픈카톡방을 확인해보니 제가 간 날도 게임이 거의 다음날 오전 4시쯤 마무리된 것 같았습니다.

    불법거래금액이 원래 100억원대로 파악됐다가 더 불어났다구요?

    = 처음 신고자 협조로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한 금액이 190억원이었는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연결 계좌가 드러나 총 23개 계좌에서 확인된 불법 거래금액이 620억원이었습니다.

    또 경찰 현장 압수수색 과정에 확인된 장부도 9개 정도 발견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 액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620억원대나 되는데도 적발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요?

    = 사람들이 도박장에서 돈을 잃으면 112에 신고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고자들도 대부분 신고 이후 협조가 안되고, 불법 도박 입증이 쉽지 않았던 겁니다.

    이번에 경찰이 신고자 협조를 얻어 금융계좌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 도박장을 적발해낼 수 있었던 겁니다.

    경찰이 파악한 불법 도박장 출입 손님은 2천명이 넘는데, 현재 검찰에 한 차례 송치한 이들엔 1억원 이상 액수로 도박에 참여한 고액 도박자들입니다. 경찰은 1억 원 미만 금액으로 도박에 참여한 이들도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도박장 개설자가 조폭 출신이라구요?


    해당 업주는 과거 경쟁 조직의 행동대장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전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주 A(54)씨는 지난 2004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출소 이후에도 2010년 재물손괴죄로 벌금형을 받았고, 2012년 A씨가 여성을 폭행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씨는 폭력행위 등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누범기간 중에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이후 10년만에 다시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로 다시 검거된 셈입니다.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될까요?

     형법상 도박장소개설죄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수익금 규모가 크고 주범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3년 이하 징역을 선고 받아 법정형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일당에 대해 도박장 개설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 구성죄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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