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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자세한 北 핵 무력 사용 교리, 어떤 의도?



통일/북한

    너무나 자세한 北 핵 무력 사용 교리, 어떤 의도?

    핵심요약

    北 최고인민회의 핵 무력 정책 법령 채택 '총 11개항'
    핵무기 사용 5대 조건 적시…자의적 판단 가능성 다분
    김정은 핵 무력 유일적 지휘통제로 통치정당성 강화
    김정은 유고 상황도 반영해 사전에 핵 작전 방안 마련
    핵 무력 질량적 강화도 법 규정…김정은 "전술핵 가장 중요"
    김정은 시정연설·핵 법령 채택으로 7차 핵실험 명분쌓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연합뉴스북한 최고인민회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국가 핵 무력 정책 법령은 핵 무력의 사명, 지휘통제, 사용원칙, 사용조건 등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북한의 핵 무력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을 매우 상세하게 법적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핵보유국의 핵사용 교리가 통상적으로 '핵이 없는 국가에 대해서는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토대로 포괄적이고 애매하게 표현되는 것에 반해 북한이 이번에 법적으로 규정한 핵 사용 교리는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주 상세하게 규정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도 언급했지만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 물도 없다"는 입장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 선제 타격에서 더 나간 핵무기 사용 5대 조건 

    먼저 북한이 법적으로 규정한 핵무기 사용 조건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 선제 타격을 자주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5가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 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군사적 공격이 임박했음을 판단하는 데는 북한 지도부의 주관적 상황 인식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게다가 전쟁 상황과 별개로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을 추가한 것은 핵무기 사용 범주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北 한미동맹 겨냥 "다른 핵 보유국과 야합하면 핵무기 사용"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특히 핵무기 사용원칙으로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대목은 결국 한미동맹을 겨냥한 대목일 수밖에 없다. 핵이 없는 남한이 미군과 손 잡고 북한에 대응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핵 무력의 지휘통제 체계와 관련해서는 "핵 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하고,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핵이 곧 수령이고 국가'라는 논리로 김정은 통치정당성 강화

    국가의 절대적 힘을 상징하는 핵무기에 대한 통제 권한을 김정은 위원장에 유일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핵이 곧 수령이고 국가'라는 통치 정당성을 과시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법령 채택을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역사적 진군을 확고히 담보할 수 있는 법적무기를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북한 내부적으로 핵 무력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법령의 주요 내용으로 "국가 핵 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 된다"고 규정한 점도 주목된다.
     

    한미 참수작전 등 유고 상황도 가정한 핵 사용 교리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한미의 이른바 '참수작전'을 대비해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자동적인 핵 원점 타격에 나설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유고 시까지 가정한 핵 사용 교리로 보인다.
     
    핵 무력의 사명 조항에 따르면 "(북한의) 핵 무력은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의 기본역량"이다. 법령 서문에서 "핵 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 근본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라고 정의한 대목과 같은 내용이다.
     
    '영토완정'은 중국의 대만 통일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이지만, 지난 1950년 한국전쟁 직전에 김일성이 '국토완정론'을 제기한 적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갱신'도 법령에 규정

    북한은 법령에서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을 분명히 했다. "외부의 핵 위협과 국제적인 핵 무력 태세 변화를 항시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게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갱신, 강화"하며, "핵 무력이 자기의 사명을 믿음직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각이한 정황에 따르는 핵무기 사용 전략을 정기적으로 갱신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절대적 힘을 무한대로 끌어올려 공화국무장력을 더더욱 불패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 앞에 나선 제1혁명과업"이라고 말했다. 법령에까지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을 적시했으니,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추가 행동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현대전에 상응한 새 세대 무장장비개발"을 본격화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 핵 무력의 전투적 신뢰성과 작전운용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게 전술 핵 운용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하여 핵 전투태세"를 강화하며, 아울러 "첨단전략전술무기체계들의 실전 배비사업을 부단히 다그치며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강화하기 위한 총력전"을 강조했다.
     

    김정은 '전술핵 운용공간 확장' 가장 중요…7차 핵실험 명분 쌓기


    북한 ICBM 화성-17형. 연합뉴스북한 ICBM 화성-17형.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전술 핵 운용 공간의 확장과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가장 중요'하다고 한 만큼 향후 국방력 강화 기조는 무엇보다 남한과 주한·주일미군 등을 겨냥한 핵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술 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7차 핵실험은 중국의 10월 16일 당 대회,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북한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을 거쳐 시일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이 전례와 사례가 없는 법제화로 핵전략을 자세하게 밝힌 것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기 때문에 이제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 또는 군비 제한 협상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더 나아가 향후 협상에서 법제화됐다는 명분으로 퇴로를 막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최대치 이해를 관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013년 채택한 '핵보유국 지위 법령'이 대외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데 비중을 뒀다면 이번 법령은 핵 보유에 초점을 둔 원칙의 제기가 아니라 불가역적인 핵 정책 차원에서 핵 무력의 구체적 운용과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핵포기 불가 입장을 최고인민회의와 9.9절을 맞아 보다 선제적이고도 분명하게 표시했다"며, "전술 핵 운용 확대 등을 거론하면서 핵이 자위적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남선제 위협용으로도 실전 사용될 수 있음도 경고했고, 이번 연설과 법령 채택을 명분으로 향후 일정한 시점을 골라 7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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