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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검사, '법정의 위선자들' 겨냥하다



법조

    공판 검사, '법정의 위선자들' 겨냥하다

    대검, 1월 공판 우수 업무 사례 선정

    연합뉴스#사례1
    지난해 6월 중순 부산에서 A씨가 운영하던 노래방에 지인 B씨가 술을 먹다가 행패를 부렸다. B씨는 A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손님들을 내쫓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진술했고, 검찰은 B씨를 기소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A씨는 진술을 바꿨다. B씨가 흉기를 겨눈 적이 없고 협박하지도 않았다고 한 것. 하지만 법원은 수사기관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B씨의 유죄 선고를 이끌어 냈지만 공판 검사는 A씨의 진술 변화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달라진 진술 뒤에 배경이 있다는 판단 아래 A씨에게 진술을 바꾼 이유를 캐물었다.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 결정이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B씨는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다. B씨로부터 합의금 1천만원을 받고 허위 증언을 부탁 받은 것이 진술 변화의 이유였다. A씨가 제출한 휴대전화에는 B씨가 허위 증언을 부탁하는 진술이 담긴 녹음 파일까지 발견됐다.

    #사례2
    작년 12월 초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C씨는 동업자 D씨와 E씨가 자신 몰래 수익금을 다른 영업장에 빼돌린 걸 알아채고 횡령 혐의로 이들을 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수익금을 전용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C씨의 일관된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2심에서 C씨는 "사실은 돈을 빼돌린 걸 알고 있었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 재판의 공판 검사 역시 C씨의 진술 변화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검사의 진술 변화 이유를 묻는 추궁 끝에 C씨는 진실을 실토했다. C씨가 제출했던 휴대전화 속 카카오톡에는 피고인들이 전달한 위증 지시가 고스란히 담겼다. 동업자들은 증인신문기일이 있기 전 답변까지 담긴 파일을 C씨에게 전달해 허위 내용을 숙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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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주거침입인줄 알았는데…알고보니 스토킹 범죄

    #사례3
    지난해 3월 중순 새벽 5시, F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2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G씨의 지시였다. 잠겨 있지 않은 공동 현관문을 열고 여성인 H씨가 살고 있는 집 코앞까지 다가가 현관문 밖에서 내부의 인기척을 확인했다. 3시간 뒤 F씨는 또 다시 G씨의 지시에 따라  H씨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H씨가 나오자 F씨는 "G씨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H씨는 주거침입죄로 F씨를 신고했다.  

    단순 주거침입죄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된 사건은 그렇게 처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이 단순 주거침입 사건은 지시자인 G씨의 스토킹 사건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왜 다른 사람을 시켜서 피해자의 주거 여부를 확인했는지 사건의 이면에 집중했던 공판 검사가 노력한 결과다.

    대검찰청은 앞선 사례1·2·3을 모두 우수 공판 사례로 선정하고 동료 검사들이 수사에 참고토록 했다.부산지검 임세진 부장검사와 권준택 검사는 사례1·2를 통해 법정에서 위증한 증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한 객관적 증거를 수집해 자백을 받는 등 다수의 위증 범행을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정지영 부장검사와 김수겸 검사는 단순 주거침입으로 약식기소된 주거침입 사건이 사실은 스토킹 범죄였음을 밝혀냈다. 재판 과정에서 왜 다른 사람을 시켜서 피해자의 주거 여부를 파악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해 직접 피해자와 유선으로 면담을 한 것이 주효했다. 공소 유지 과정에서 피해자가 실제 G씨를 만난 이후 이사를 하고 병원 치료를 받는 등 G씨가 자신의 주소를 찾아내는 것에 대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판 검사는 즉각 피해자 지원에도 나섰다. 또 스토킹 범죄 처리 기준을 적용해 상향 구형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및 보호 관찰을 선고 받게끔 했다. 스토킹 범죄가 반복되면 살인·상해 등 중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심이 미래 발생할 수 있었던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한 것일 수도 있다.

    수사만이 전부가 아니다…공판 검사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

    검사란 수사를 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범죄의 처단은 수사와 기소 만큼이나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능력 있는 공판 검사들은 자칫 수사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 억울한 피해자와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기도 한다.

    평택지청 형사1부(유정호 부장검사, 김진규 검사)는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며 음주운전을 부인하는 사건에서 피고인 등이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목격자 3명을 증인신문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증해 차체 높이, 승객들의 신장 등을 근거로 당시 차량 탑승자를 가려냈다.

    서울동부지검 공판부(강백신 부장검사, 박예진 검사)는 무등록 노래방 운영으로 기소된 업주와 종업원들 사건에서 노래방 종업원들에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을 끝내 뒤집었다. 공판부는 양벌규정을 근거로 종업원들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음을 주장해 유죄를 이끌어냈다. 서울 동부지검 공판부는 지난해 10월부터 4달 연속 공판 업무 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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