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 이한형 기자 살인적인 무더위 속 열리는 도쿄올림픽. 그 이면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미국 방송사의 입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신문은 30일 사설에서 "한여름 경기 개최는 거액의 중계권료를 낸 미국 언론의 의향으로 알려졌다"며 "미국에서는 가을에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와 프로농구 NBA가 개막한다. 이 시기와 겹치는 것을 피하려고 올림픽을 여름에 개최하는 것이라면 "'선수 우선'"이 아니라 'TV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OC의 바탕에 깔린 배금주의를 고쳐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북반구의 많은 대도시에 7월과 8월에 더위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개최 시기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IOC가 방송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일본 측의 안이한 대응도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도쿄도(東京都)는 유치 활동 당시 이 시기가 '맑은 날이 많고 온화하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후'라고 홍보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허언(虛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관중으로 올림픽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관객 중에 몇 명이 쓰러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도쿄신문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다음 달 24일 개막하는 패럴림픽과 관련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휠체어를 탄 선수 중에는 경추손상 등으로 체온 조절 기능을 상실해 더위가 치명적인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더위에 지친 선수들. 연합뉴스실제로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지난 29일부터 도쿄올림픽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변경하기도 했다. 폭염으로 인한 선수들의 불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여자 단식 준준결승에 출전한 파울라 바도사(29위·스페인)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와의 경기에서 열사병으로 기권을 선언했다.
같은 날 11시에 경기를 시작한 남자 단식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올림픽위원회)도 폭염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이나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그는 "나는 경기를 끝낼 수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죽으면 ITF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 방송 관계자는 주간지 '아레아'를 통해 "테니스 경기가 오전 11시에 진행된 것은 미국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에 맞추기 위해서"라며 "통상 무더운 여름에는 테니스 경기가 저녁에 시작된다. 하지만 IOC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받은 탓에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뒷전이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