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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손정민 양말에선 왜 한강 안쪽 10m 흙만 나왔을까?



사건/사고

    故손정민 양말에선 왜 한강 안쪽 10m 흙만 나왔을까?

    경찰 "익사 추정…양말과 강10m 지점 흙 유사"
    손씨 유족 "10m만 검출? 날아갔단 거냐" 반박
    전문가 "한강 흙 매번 달라…10m 이내 사망 가능성도"

    손정민씨가 실종 당시 신고 있던 양말.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먹고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인을 '익사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어떤 경위로 물에 들어갔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입수 경위를 가늠해 볼 물증은 손씨 양말에 묻은 흙이 사실상 유일하다. 국과수는 한강 여러 곳과 손씨 양말의 흙 성분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 수심 1.5m에 이르는 한강 안쪽 10m 거리의 토양과만 유일하게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최소 10m까지는 걸어갔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손씨가 반드시 10m까지 걸어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강의 토양 성분을 거리별로 구분하기가 어렵고, 낮은 수심에서도 충분히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 "만취한 상태로 익사 추정"…양말의 흙과 10m 지점 흙 '유사' 결론

    서울경찰청은 지난 27일 손씨 사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 비강·십이지장에 물이 차 있고, 폐·신장·심장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사인으로 볼만한 질병은 없었고, 혈액 등에서 약독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머리 2개소 좌열창(피부가 찢어지는 손상)은 생전에 발생한 손상으로 볼 수는 있으나, 사인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손씨의 '입수 경위'는 파악이 안 됐다. 다만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모종의 경로에 의해 물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손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로 나왔으나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이 포함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 실제 농도는 약 0.105~0.148% 수준이고, 음주 약 2~3시간 후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국과수 결론이다.

    경찰은 손씨가 입고 있었던 셔츠·티셔츠·바지·속옷·양말·지갑 등에 대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셔츠 좌측 어깨와 목 부위에서 손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셔츠 뒷면 좌측 아래 부분에는 약 2cm 길이의 찢어진 흔적이 나왔다. 다만 타인의 혈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손씨는 양말만 신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이 손씨 양말에 묻은 흙과 손씨가 실종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 주변의 토양을 채취해 국과수에 비교·분석을 의뢰한 결과 육지에서 한강으로 10m 들어간 지점의 흙과만 유일하게 유사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강 안쪽으로 7.1m까지는 수심이 무릎 높이인 0.52m 정도지만, 10.5m가 지나면 1.5m로 급히 깊어진다.

    경찰이 토양을 채취한 지점은 총 일곱 군데로 △손씨와 A씨가 돗자리를 펴고 머물렀던 잔디밭 △돗자리에서 직선거리에 있는 강물과의 경계선 2곳 △경계선 2곳으로부터 강 안쪽으로 각각 5m·10m씩 떨어진 지점 등이다. 양말에 부착된 200μm 미만의 입자를 분석했는데, 10m 지점의 흙과 유일하게 색상·편광형상·성분조성비가 서로 유사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찰은 손씨가 입고 있었던 상의와 하의 등에서도 토양이 검출되긴 했지만, 잔디밭 등 서로 다른 지역의 토양이 혼입될 수 있어 분리 실험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 손정민 父 "10m만 검출? 공중으로 날아갔냐" 반박…

    경찰 발표에 손씨 유가족은 반발했다. 양말에서 10미터 이내의 흙은 나오지 않고, 딱 10m 지점의 흙만 검출이 됐다면 손씨가 공중으로 날아갔냐는 것이다.

    손씨 아버지 손현씨는 본인의 블로그에서 "강 상류와 하류의 토사 성분이 다르다고 하면 얘기가 되지만, 그 좁은 곳에서 10m 떨어진 곳이 같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냐며 "어쨌든 정민이는 익사니까 끌려가든 걸어가든 강바닥을 밟았을 것이다. 강바닥을 안 밟았다고 한 적이 없다. (가는 길의) 토양성분이 없다면 둥둥 떠서가든, 날아가든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 상황을 발표한 27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

     

    이어 "애초 낚시꾼의 목격에 4문항이나 할애한 것이 이걸로 밀어붙여 정민이의 자진입수로 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며 "평소에 물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정민이가 예전에 물놀이를 한 적이 있다고 한 번도 안 들어가 본 더러운 한강 물에 술 먹고 새벽에 13도의 물에 시원하다고 하면서 옷을 입고 들어갔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수사한다고 하면서 단순 실족사로 결론을 내고 몰아붙이는 분위기는 누가 내고 있나"라고 경찰의 발표를 비판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특히 손씨는 한 토질 전문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손씨에 따르면 그 전문가는 "하상퇴적토는 상류로부터 실려 내려온 흙이 골고루 가라앉아 퇴적하기 때문에 주변 흙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10m 내외의 흙이 주변 흙에 비해 독특한 토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족 반발에 경찰은 추가 입장을 내놨다. 서초경찰서는 "하상퇴적토의 기본적인 성분은 비슷해서 10m 내외의 흙이 주변에 비해 독특한 토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형의 유속이나 위치·형태 등에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여러 곳의 시료를 채취해 육안상 관찰되는 색상·편광형상 및 성분조성비를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행의 특성, 신발을 신고 걸어가다 일정한 지점에서 벗겨졌을 가능성, 유속의 흐름으로 인해 접착된 토양이 이탈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발이 10m 지점에 이르러서 벗겨졌거나, 가는 도중 양말에 묻은 흙은 물살에 휩쓸려 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씨는 평소 신발을 꺾여 신는 버릇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의 신발은 양쪽 다 발견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벗어 놓고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씨가 신발을 신고 물에 들어간 뒤 어느 단계쯤에서 벗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10m까지 걸어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경찰의 발표를 접한 전문가들은 손씨가 10m까지 걸어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한강 수중퇴적토의 경우 물에 쉽게 쓸려가기 때문에 매일 달라져 국과수 감정 결과가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조원철 명예교수는 "지금 같은 계절에는 한강에 뻘이 많다. 한강의 뻘은 농경지에서 내려온 가는 입자로, 오래돼 화학적으로 결합이 된 바닷가의 뻘과는 그 성분이 다르다"며 "강의 뻘은 흐르는 물에 오래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매일 쓸려 내려가고, 새롭게 쌓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리별로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흙 성분이 다를 수는 있다. 안 쪽으로 들어갈수록 입자가 더 크다"면서도 "그렇다고 단정적으로는 얘기 못한다. 10m 지점과 같은 흙이 얼마든지 1~2m 거리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흙을 밟을 때 몸무게 때문에 5~10cm 정도 파이는데, 뻘의 특성상 걸음에 따라 그 깊이가 매번 달라질 수 있다"며 "1~2m 거리에서 5~10cm 파여진 흙하고, 10m 거리의 2~3cm 파여진 흙하고 같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명예교수는 손씨가 꼭 10m 거리까지 걸어가지 않고 얕은 물에서 숨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술 취한 사람이 뻘에서 10m 거리까지 걸어 들어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10m면 몸을 가누지를 못한다"며 "그쪽은 좌안이라고 하는데 유속이 있기 때문에 만약 물에 들어간다면 몸이 왼쪽으로 계속 쏠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10m 안쪽까지 들어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실족을 했으면 시신이 떠내려 갔을 가능성이 높은데, 닷새나 지났는데도 실종 장소 인근에서 발견됐다"며 "수심이 50cm보다 훨씬 얕은 데서도 사람이 빠져 죽을 수 있다. 한강공원에는 잔디밭이 있고 콘트리트 구조물이 있고, 그 밑에 석축이 있는데 여기서 미끄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초 손씨를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씨 또한 "익사라는 사인은 의식을 잃은 채로 물속에 던져져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손씨 상태는 매우 깨끗했다. 셔츠도 단추가 다 풀려 있었는데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어딘가 쓸렸다면 옷이 벗겨지거나 했을 것이다. 뺨 근육의 패인 상처와 머리에 생긴 상처가 왜 생겼는지 경찰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이에 경찰 관계자는 "한강의 경우 다리 위에서 떨어진 사람이 일주일 후 그보다 상류 쪽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서해안의 만조 간조 여부에 따라 시신이 꼭 떠내려가지 않기도 한다"며 "흙 채취는 국과수에서 충분히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진행했다. 채취와 검사할 때 (여러 가능성 등을) 모두 감안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토양의 성분은 비슷할 수 있지만, 10m 지점과 다른 지점의 '성분비'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ABC라는 성분이 여기저기 다 있는데, 10m 지점과 양말이 같다고 본 이유는 A 40%, B 35%, C 25% 등 원소 비율이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하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머리와 뺨의 상처에 대해서 경찰은 '좌열창은 통상적으로 바닥면·구조물·둔기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하는데, 손상 부위 모두 보통 발생할 수 있는 형태로 그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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