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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부, 낙태죄 개정안 '비범죄화'로 재검토해야"



사건/사고

    인권위 "정부, 낙태죄 개정안 '비범죄화'로 재검토해야"

    지난 6일 상임위서 결론 못 내고 30일 전원위서 의결
    위원 10명 중 대다수 '형사처벌은 말아야' 의견 모아
    결정문 내용, '헌재 권고 반영여부' 등은 의견 엇갈려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부의 '낙태죄' 관련 법률개정안에 대해 여성 당사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비(非)범죄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인권위는 연내 이같은 결정문을 작성해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인권위는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의실에서 제19차 임시전원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초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어떤 경우에도 (임신중절을 한) 여성을 법적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참석한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7명 등 10명 중 7~8명의 위원들은 국제사회의 큰 흐름상 낙태를 이유로 여성만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일 제37차 상임위원회에서 해당 건에 대한 의견 표명여부를 논의했지만, 위원들 간 의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전원위 부의를 결정했다.

    당시 담당사무처로서 정부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던 인권위 성차별시정팀은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표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성차별시정팀은 "임신과 출산, 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므로 여성이 임신 유지 또는 종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토대로 자신이 처한 경제적·심리적 상황 등을 깊이 고민한 전인적 결정"이라며 "국가는 이 결정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요건을 두는 것은 낙태를 방해하는 장벽으로 기능할 위험이 높고, 임신의 책임을 오로지 여성에게 전가하는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심의·의결 시 낙태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비범죄화를 견지하면서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상임위에서 인권위가 국제조약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정문자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유엔(UN) 조약기구 권고는 단순히 참고사항이 아니다. 인권위는 이를 연구, 표명, 권고하며 국내에서 잘 이행되도록 모니터링할 의무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헌재가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 비춰봤을 때 형법 제269조·270조 1항 등 위헌으로 판단된 조항을 그대로 두고 (위법성) 조각사유를 신설한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 임신주수에 따라 처벌을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명확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의료적·사회적 시스템을 둬 여성도 안전하고 태아도 안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민호 비상임위원도 "낙태를 반대한다는 것이 낙태죄를 처벌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처벌하지 않는다 해서 그걸 조장하거나 권장하는 것이 아니란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이미 스스로 도덕적으로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운 상임위원 역시 "낙태죄를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하는 국제적 논의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성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안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범죄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힘을 실었다.

    다만 "'적법한 임신중절'의 개념을 도입해 태아의 성장과정을 반영한 임신중절의 허용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낙태죄를 말함이 아니라, 어떤 경우의 낙태든 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상 폐지를 전제로 하고 모자보건법상 일정한 규제를 통해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하면서 또 한편으론 태아의 보호도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달 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 개정안이 헌재의 권고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여부 등 각론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비상임위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준일 교수는 "헌재의 결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저희가 전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오독한 것"이라며 "적어도 개정안이 헌재의 취지를 반영했다는 부분은 인정해야지, 우리의 결론을 이미 내어놓고 어떤 (특정)의견 표명을 위해 (헌재 결정을) 끌어다 쓰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어느 한 가치에 절대적 우위성을 뒀다기보다 절충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이것이 인권위가 모든 인권문제를 다뤄올 때 판단기준이었다"며 "낙태(자체)에 대한 거라면 비범죄화에 찬성한다. 다만, 법무부가 제시한 안이 헌재와 인권위 권고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단 부분도 (결정문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원정 비상임위원은 모자보건법을 통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박 상임위원의 발언에 대해 "'적법한 임신중절'이란 표현이 사실 좀 위험성이 있단 우려가 든다. 규범적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단 생각"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같은 의견들을 종합해 결론적으로 "큰 방향에서 정부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권고를 담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그러나 자칫 여전히 (어떤 요건들을)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한단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재검토하고 여성이 임신 및 임신중단과 관련해 자기결정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한다, 정도로 가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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