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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보수단체 '한글날 집회' 금지…警 '광화문 사수' 작전



사건/사고

    法, 보수단체 '한글날 집회' 금지…警 '광화문 사수' 작전

    서울행정법원, 8·15비대위 등 시민단체들 집행정지 신청 '기각'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
    경찰 "개천절 집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방역차원 불가피한 조치"
    보수단체 "정치재판에 실망…기자회견으로 대체"
    전문가들 "'무조건 금지' 아닌, 기준 세워 기본권 보장해야"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벽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9일 한글날 광화문 집회를 두고 보수단체와 경찰이 '집회 강행'과 '금지통고'로 맞선 가운데, 법원은 단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며 사실상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여전히 광화문 광장 집회의 불씨는 남아있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를 사실상 원천 봉쇄했던 경찰은 이날도 '광화문 사수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감염병 확산이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위험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차벽, 폴리스라인 등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사랑제일교회 측 강연재 변호사가 경찰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개천절 집회' 풍경 이어질까

    9일 경찰과 보수단체 등에 따르면 한글날 서울 지역에 신고된 집회는 전날 기준 총 1220건이다. 10인 이상이 참여하는 신고 집회 70건에 대해 경찰은 모두 금지통고했다. 10인 미만 집회 69건도 금지통고됐다. 차량 시위는 애국순찰팀, 우리공화당 서울시당 등 2건 예고돼 있다.

    앞서 8·15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 인도와 3개 차로, 세종문화회관 북측 공원 인도·차도 등 2곳에 각각 1천명씩 신고했다. 경찰은 서울 전역에서 10명 이상 집회를 금지한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모두 금지 통고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전날 8·15 비대위가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는 있으나, 이 사건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통보의 효력정지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8·15비대위 측은 옥외 집회에 1천명이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하지 않더라도 참가자들 상호 간에는 불가피하게 밀접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8·15비대위 측은 △KF94 마스크와 손 소독제 구비 △발열 체크 요원 및 명부 작성 요원 각 30명 배치 △방역 담당 의사 5명 준비 △1m 거리두기 담당 질서유지인 30명 배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역 계획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신청인(경찰, 서울시)은 옥외집회에 1천명을 훨씬 상회하는 인원이 참가할 것이 예상된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범유행 전염병인 코로나19의 특성상 충분한 예방 조치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8.15비대위 참여단체 자유민주국민운동 최인식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에 단체는 집회 대신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정치방역 서민경제 파탄, 문재인 정권 규탄' 한글날 기자회견을 연다고 예고했다. 8·15비대위 최인식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 재판에 매우 실망했다"며 "9일까지는 합법 투쟁에 전념하기로 했다. 특별방역 기간인 11일까지 연장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도 전날 우리공화당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종합해 보면, 신청인들(천만인무죄석방본부)이 입게 될 집회의 자유 제한에 따른 손해에 비해 이 사건 처분의 집행(집회 금지)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헀다.

    ◇ 경찰 "개천절 집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재"

    경찰과 서울시는 이날 광화문 집회에도 '강경 대응' 방침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이 투입하는 인력도 개천절 집회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서울 전체에 경찰 차량 537대가 차벽으로 이용됐으며, 투입 경력은 광복절 집회(9500여명)를 뛰어넘는 1만 1천여명 수준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차벽, 폴리스라인 등 불법집회를 사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지난 개천절 집회와 거의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신고 집회를 원천 차단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집회 차단·제지는 일차적(으로는) 불법 집회에 있고, 8·15 집회에서 확인한 바로는 집회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차벽 개수를 줄이거나 버스를 우회시키는 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의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집회 신고 장소 근처에 모이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 등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4곳 무정차 통과와 출입구 폐쇄 등 '원천 차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전날 "집회 개최 시, 철저한 현장 채증을 통해 불법집회 주최자·참여자는 고발 조치하고,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국감 뜨겁게 달군 '광화문 집회'

    개천절 당시 경찰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 설치한 차벽을 두고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측은 전날 국회 행안위의 경찰청 국감에서 3일 집회 당시 경찰이 설치한 차벽을 '재인산성'이라고 비판하며 "공권력을 불공정하고 정치편향적으로 악용했다"고 했다.

    특히 과거 판례를 들어 광화문 광장 차벽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2009년 6월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이후 열린 불법 집회를 막겠다며 차벽을 설치한 행위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청장은 "헌재가 해당 건에 위헌 결정을 한 것은 노제가 열리는 하루를 제외한 약 2주 동안 서울광장 전체를 차벽으로 완전 봉쇄했기 때문"이라며 "차벽 자체가 위헌이 아니고 필요 최소한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차원에서 위헌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차량·보행자 통행로를 확보한 지난 개천절 집회 당시 경찰의 조치는 이와는 다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청도 지난 6일 '10·3 개천절 집회 차벽 설치의 적법성 설명자료'를 내고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해 3일 집회 차벽 설치가 적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야당 측은 "차벽을 아침 9시에 설치하려면 그 많은 버스가 적어도 1~2시간, 2~3시간 전에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했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경찰 187개 부대, 차량 537대가 동원된 데 대해 '과잉 인력 투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무조건 금지'는 안 돼…명확한 기준 세워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회의 자유와 국민의 생명권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인 이상 집회 금지' 등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일괄적 조건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전면 금지'가 아니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집회 시위를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합리적 기준 없이 '제한을 위한 제한'으로 쏠리는 것이 아닌지, 이 같은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며 "예를 들면 광화문 광장에서 2m 간격을 두고 몇 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근거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집회 시위를 허용하는 범위를 밝히면, 보다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국민 방역을 위해 일정 정도 제한을 가하는 것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방역 조치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라도 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인가. 디테일한 문제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보다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 이에 저촉되기 때문에 (집회 개최가) 안 되는 것이라고 규정해야 국민들은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적 오해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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