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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대부‧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주역' 서재송 옹 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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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입양인 대부‧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주역' 서재송 옹 위독

    23일 급성 뇌출혈 수술…재생불량성 빈혈 진단
    코로나19에 혈액 부족…종교인‧정당인‧사회운동가 헌혈릴레이 '역부족'
    "지역사회 관심 절실"

    서재송(91) 옹과 부인 인현애(89) 여사(사진=서옹의 작은 딸 서은미씨 페이스북 사진 캡처)

     

    해외 입양인의 대부이자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서재송(91)옹이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입원 투병 중이다.

    26일 가천대길병원과 서재송 옹의 가족 등에 따르면 서옹은 지난 23일 새벽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는 상태로 치료를 위해 하루에 A(Rh+)형 혈소판 5개(파인트‧Pint)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옹은 현재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은 피를 만드는 골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체내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즉 스스로 피를 만들지 못한다. 특히 서옹은 피를 멈추게 하는 혈소판이 정상수치(15만~40만개)보다 한참 모자란 1000개 내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출혈도 체내 지혈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경을 헤매는 서옹에게는 매일 성인 4~5명의 헌혈이 필요하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헌혈증 모으기에 나섰고 병원도 혈액 수급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헌혈도 줄면서 혈액 수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은딸 서은미씨는 "가족들의 혈액으로 혈소판을 공급하려 했으나 건장한 성인 남성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혈액만이 가능하다고 해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929년 인천 덕적도 출신인 서옹은 부산 수산대(현 부경대) 재학 중에 유엔군 소속으로 미군 제7사단에 배속돼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다.

    전역 후 귀향한 1962년에는 당시 '서해 낙도의 슈바이처'라고 불린 고(故) 최분도(Benedict A. Zweber‧1932~2001) 신부와 함께 덕적도에서 고아 15~30명과 가족을 이루고 살았다. 당시 방이 모자라 한 방에 10명의 아이들이 모여 살기도 했다.

    쌀과 학비는 최 신부와 후원자들의 몫이었지만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돌보는 건 서옹과 그의 부인 인현애(89) 여사의 몫이었다. 이후 인천 동구 송현동, 부평구 부평동으로 이동하면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했다. 1994년 서옹의 아동복지시설을 거쳐 간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은 무려 1천600여명에 이른다.

    1970년대에는 최 신부와 함께 도시 빈민 운동, 민주화운동에도 투신했다.

    1995년에는 호인수 신부의 요청을 받고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핵폐기장 반대운동에도 헌신했다. 당시 환경운동가로 이 운동에 참여했던 한국원자력안전재단 김혜정(56) 이사장은 서옹을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품어준 어른"이라고 회상했다.

    서옹은 아동복지시설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의 사진이나 아동카드 같은 입양기록물 1천600여 건을 보존‧관리하다가 2016년 이를 중앙입양원에 제공,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을 도왔다. 이 같은 공로로 서옹은 201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어른이 된 입양 아동들이 가족을 찾을 일을 돕고 있었다.

    서옹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종교인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선생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혈소판 확보를 위한 지정헌혈도 나서고 있다. 서옹을 도우려면 근처 혈액원을 방문해 서옹의 지정헌혈을 설명하고 A(Rh+)형 혈소판 5파인트가 필요하다고 고지하고 헌혈하면 된다.

    서옹과 함께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서해평화운동본부 허선규 공동대표는 "어르신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기원한다"며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응호 인천시당위원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정헌혈을 권장하는 등 서옹의 쾌유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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