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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에 5주' 슈퍼개미만 유리한 청약제도 개편되나



금융/증시

    '1억에 5주' 슈퍼개미만 유리한 청약제도 개편되나

    '영끌' 1억 원에 고작 5주 배정…개미 '대실망'
    금융위 제도개선 시동…추첨제 등 거론
    "소액투자자에 형평성!" vs "언제부터 청약에 관심?"

    (그래픽=김성기 기자)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청약에 58조 원을 훌쩍 넘는 자금이 몰렸다. 최종 경쟁률도 1500대 1을 넘기며 IPO 역사를 새로 썼다.

    다만, 1억원을 넣어봤자 고작 5주를 배정받는 것에 그치면서 현금부자, 즉 슈퍼개미에게만 유리한 현행 공모청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끌 1억 원에 고작 5주…개미 '대실망'

    카카오게임즈 IPO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일 오후 4시 마감 기준으로 최종 청약 경쟁률은 1524.85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무려 58조 5542억 9904만 원이 청약 증거금으로 접수되며 기존 역대 최대 증거금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30조 9889억 원)을 가볍게 제쳤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며 주요 기업 IPO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만큼 청약에 도전한 개인투자자들이 배정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예를 들어 1546대 1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855만 2천 원의 증거금을 넣어야 겨우 1주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넣어도 고작 5주를 받는데 만족해야 한다.

    1억 원을 넣은 투자자가 카카오게임즈 상장 이후 소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할 경우 수익률은 160%, 평가 차익은 19만 2천 원에 그친다.

    최근 은행 예·적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지는 등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괜찮은 투자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용대출까지 받아 소위 '영끌'을 한 투자 치고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사진=자료사진)

     

    신용대출을 이용해 5천만 원 가량의 투자금을 미리 마련해 놓은 박모(41)씨는 "청약 둘째날 경쟁률을 보고 넣으려고 했는데 5천만 원에 2주 정도 밖에 못받을거 같아 아예 포기했다"면서 "주변에도 경쟁률 보고 청약을 포기한 동료나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 제도개선 시동…추첨제 등 거론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까지 최근 IPO 청약이 소위 '쩐의 전쟁'이 되면서 IPO 시장에서도 소액투자자, 소위 개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해 금융당국이 현행 IPO 공모청약 제도 개편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20%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면 소액투자자들에게 불리한 부분이 있어 고쳐보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우량고객에게는 1인당 청약 한도를 대폭 늘여주며 슈퍼개미를 우대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카카오게임즈 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 우량고객에게 최대 17만 4천 주(증거금 20억 8800만 원)를 청약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도 우량고객은 12만주(증거금 14억 4천만 원)까지 청약이 가능하다.

    각 증권사에 중복청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량고객으로 우대를 받는 슈퍼개미들이 수십억원씩 뭉터기 자금을 넣으면서 청약 경쟁률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당장 거론되고 있는 청약 제도 개편 방향은 일반 공모청약 물량 가운데 일부를 소액투자자들 몫으로 떼낸 뒤 추첨방식으로 주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본은 추첨제로 주식을 배정하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소액청약우대·추첨배정 방식으로 주식을 배정하고 있다.

    ◇"소액투자자에 형평성!" vs "언제부터 청약에 관심?"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018년 말 '증권 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는 우대고객구분 우대배정, 고액청약물량에 비례한 안분배정 등 고액자산가, 대출청약자, 복수계좌청약자에게 유리하게 일반청약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금융정책당국은 자율규제기구 및 인수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일반청약자 의무배정에 대한 형평성 기준(소액청약자 우대, 추첨방식)을 규정화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청약물량 구간별 추첨방식 △복수계좌 청약을 금지 △소액청약 풀과 고액청약 풀 안분배정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전체 공모청약 물량 가운데 일반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일반 공모청약 물량을 20% 이상으로 해야한다는 규정만 있을뿐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전체 공모청약 물량(1600만주)의 20%인 320만 주만 일반에 배정됐다.

    다만, 경기상황에 따라 IPO 시장도 냉온탕을 오간다는 점에서 현 상황만 보고 섣불리 일반 공모청약 물량을 늘려놨다가 추후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IPO 주관사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한 IPO 주관사 관계자는 "공모청약 미달사태가 날까봐 IPO를 미뤘던게 불과 몇달전 얘기인데 시장이 반짝 활황을 맞았다고 제도를 뜯어고쳤다가 나중에 다시 시장이 침체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라고 반문했다.

    소액투자자 우대와 관련해서도 "평소에 IPO 시장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소액투자자를 우대할 것이냐, 평소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IPO 시장에 거액을 넣는 슈퍼개미를 우대할 것이냐를 놓고 보면 답은 간단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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