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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고발인 법정 세운 전광훈, 돌연 "예수 재림 믿어?"



법조

    [법정B컷]고발인 법정 세운 전광훈, 돌연 "예수 재림 믿어?"

    전광훈 재판 나온 고발인 평화나무 김용민, 종로서 수사관‧과장
    정작 질문은…전광훈 "예수 재림 믿나?" 변호인 "건물 월세가 얼마?"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20.8.11 전광훈 목사 공판 증인신문中
    변호인(이하 변) "전광훈 처벌하고 구속하는 활동은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데요?
    김용민(이하 김) "부합합니다. 그러면 한기총이 반정권 투쟁하고 대통령 물러나게 하려는 건 한기총 목적 사업 중 어디에 해당합니까?
    변 "반정부 투쟁하고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는 게 문제입니까?"
    김 "그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한기총의 이름으로 하면 안 되죠"
    전광훈 목사 "정관에 그렇게 돼 있어. 정관도 안 봅니까?"
    재판장 "피고인, 나중에 발언기회 드립니다. 중간에 그러면 곤란해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전광훈 목사의 재판. 총선을 앞둔 올해 초 특정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는 전 목사의 최근 재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상 형사재판에서는 혐의를 벗으려는 피고인, 피고인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검찰 간의 팽팽한 법정다툼이 벌어지는데요. 하지만 이 재판에서만큼은 피고인이 다투려는 대상도, 다툼의 양상도 다른 재판과는 다소 다릅니다. 전 목사 측이 기소 후 법정에서 내내 각을 세운 대상은 바로 법정증인들입니다.

    1일 재판의 증인신문에서 전 목사 변호인단의 질문공세는 그 어느 때보다 거셌습니다. 이날 증인은 바로 '나는꼼수다(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씨였습니다.

    나꼼수 전 멤버 김용민씨(사진=연합뉴스)

     

    전도사이기도 한 김씨는 기독교계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나무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 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도 평화나무인데 이 고발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져 전 목사는 결국 재판에 오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발인(김용민씨)이 피고발인(전광훈 목사)의 재판의 증인이 된 흔치 않은 상황이 된 것이죠.

    왜 고발인이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의 재판까지 나오게 됐을까요? 바로 전 목사 측이 이 사건의 수사 착수부터 공소제기까지 위법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맞서 온 자신을 처벌하기 위한 평화나무와 경찰의 '표적수사'라는 건데 그 근거로 고발인 조사 없이 수사를 착수했고 다른 사건보다 고발 직후 신속히 배당했다는 내용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고발인 김씨를 불러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2020.8.11 전광훈 목사 공판 증인신문中
    변호인(이하 변) "건물 등기부 보니까 지하 1층에 지상5층 건물 중 1층과 지하 1층 쓰는 것 맞아요?"
    김용민(이하 김) "네"
    변 "월세는 얼마씩 내고 있죠?"
    김 "그 것을 왜 묻습니까?"
    재판장(이하 재) "잠시만요. 그게 고발 사건이랑 무슨 관련이 있죠?"
    변 "운영 수익이 어디서 오는지 관계가 있습니다."
    재 "아니 그러니까 그게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변 "평화나무 활동이 공익 활동이라는데 아니기 때문에 그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간단히 할게요. 피고인, 월세 말하기 싫어요?"
    김 "말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위법 수사를 다투기 위해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고서는 느닷 없이 평화나무의 월세가 얼마인지를 묻는 변호인. 급기야 재판장까지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며 제지하지만 변호인은 굴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갑니다. 이후 증인신문에서도 질문의 소재만 달랐지 유사한 장면은 반복됩니다.

    2020.8.11 '공직선거법 위반' 전광훈 목사 공판 中
    변호인(이하 변) "김어준씨와 친한데 김용민씨도 비슷한 영향력을 이 정부에 미치는거 아닙니까?
    김용민씨(이하 김) "김어준이 있다고 김용민이 영향력이 어떻게 있겠습니까"
    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김어준, 김용민같은 분. 현 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4.15 총선 승리하도록 앞장 선 것 같습니다.
    김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것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변 "유시민이 총선 직전에 유튜브에서 범여권 187석 발언한 것은 왜 고발 안 합니까?"
    재판장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것 논쟁하지 말아주세요"
    변 "이런 질문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재판에 나온 증인은 김씨만이 아닙니다. 이날 전 진행됐던 재판들에서는 서울 종로경찰서의 일선 수사관부터 담당 과장까지 줄줄이 증인석에 섰습니다. 모두 전 목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고발 및 수사의뢰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들입니다. 자신을 수사했던 이들을 상대로 마치 취조하듯 질문을 퍼붓는 변호인, 참다 못해 폭발한 증인, 결국 제지에 나서는 재판장. 이 재판에서는 익숙해진 웃지 못할 광경입니다.

    2020.6.29 전광훈 목사 공판 종로서 안모 경위 증인신문 中
    변호인(이하 변) "결국 무혐의 처분 되고 말 사건을 증인이 고발인 조사도 없이 마음대로 수사해도 되는 겁니까?"
    안모 경위(이하 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처분 요지에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으로 했잖아요.
    변 "결국 혐의 없는 사건이잖아. 그러면 고발인을 불러서 먼저 조사하고 정보 상황 확보하고 수사해도 되는건데"
    안 "아니, 변호사님…"
    변 "왜 그랬냐고!"
    안 "아니 왜 반말을 하세요. 제가 듣고 다 답을 하잖아요. 좀 기다리세요.
    재판장 "변호사님, 계속 반복되는 질문을 하고 계시는데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 다음 재판에 출석한 같은 경찰서의 전‧현직 수사과장들은 "사건 관련 속기록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까지 피고인 측에게 들어야 했습니다. 계속된 질문의 반복에 재판이 예정보다 한참 길어지거나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증인이 법정에 서보지도 못하고 발을 돌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 목사 측의 위법 수사 주장 자체에는 어떠한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면 법정에서만큼은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실 여부를 다투는 게 마땅한 일이죠. 재판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고발인이든 경찰관이든 그 누구라도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법이 정한 의무에 따라 증인석에 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재판 내용과 상관 없는 질문을 듣고 피고인 측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라고 증인출석의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요. 사실상 전 목사를 고발하고, 수사했다는 책임으로 법정에 나온 이들에 대한 피고인 측의 황당한 증인신문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볼썽사나운 장면이 변호인의 증인신문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재판의 당사자, 전광훈 목사는 한술 더 뜬 재판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5일 오후 열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재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달라면서 "볼턴이 말한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해야 한다"며 생뚱맞은 발언을 해 논란이 됐는데요.(참고로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이 간첩이라거나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했다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돼있습니다.) 11일 재판에서 김씨와 변호인 간 설왕설래가 오가던 중 전 목사는 김씨의 답변이 마음에 안 들었는 지 돌연 김씨를 지적하다가 재판장에게 제지당하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결국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증인에게 정식 질의할 기회를 얻은 전 목사. 그 질문은 "예수님의 재림을 인정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재판과 상관 없는 정도를 넘어서 다소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2020.8.11 전광훈 목사 공판 中
    전광훈 목사(이하 전) "마지막으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증인, 전도사라고 했죠. 예수님의 재림을 인정하십니까?"
    김용민(이하 김) "제가 답변해야 합니까?"
    재판장 "안해도 됩니다"
    전 "본인 신앙과 다른 사람을 무조건 공격하는게 공직선거법 위반입니다. 그 전에도 저를 빤스목사라고 공격하고 많이 비판했는데 저도 많이 참았어요. 자신과 신앙이 다른 목사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하지 마세요"
    김 "(재림 질문에 관해) 부인한 적 없습니다.
    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는 건, 제가 선배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전도사 때 목사님들 눈도 못 쳐다봤습니다. 교회도 질서가 있는 겁니다. 이상입니다"


    전 목사가 재판에 넘겨진 지도 벌써 5개월째. 이같은 증인신문이 이어지며 정작 기소된 혐의 자체에 대한 심리는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듯 재판장도 우선 다음 기일에 가능한 남은 증인을 모두 불러 신문을 마무리한 뒤 9월 말에는 판결까지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 목사의 재판, 어떤 결론이 나오게 될까요?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8월 24일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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