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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냐 신이냐…선택의 기로에 선 '만신'



영화

    인간이냐 신이냐…선택의 기로에 선 '만신'

    [노컷 리뷰] SF영화 '만신'(감독 노덕)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SF8 in BIFAN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우리는 종종 나의 운명을 누군가에게 일임한다. 그것은 신일 수도, 운세일 수도,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혹은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 또한 결국 내 몫이다. 이러한 인간의 운명과 선택을 SF적으로 풀어내는 영화, '만신'이다.

    '만신'(감독 노덕)은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 만신에 의존하게 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SF 작품이다.

    대부분 사람은 만신 앱에 가입하고, 만신이 알려주는 운세에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위험하니 외출을 삼가라고 하면 삼가고, 만신이 운세가 좋다고 하면 그 말에 행복을 느낀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만신과 함께한다. 일부는 단순하게 참고하는 것을 넘어 맹목적으로 만신의 메시지를 따른다.

    정가람(이동휘) 역시 그런 인물 중 하나다. 만신을 믿고, 만신이 말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토선호(이연희)를 만나며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긴다. 토선호는 모두가 만신에 의존하는 시대에 만신 앱을 깔지 않고 자신의 선택대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정가람은 만신의 운세대로 옷에 '북극성'이 그려진 토선호와 함께 만신의 실체를 찾아 나선다.

    사실 정가람이 토선호를 따라나선 건 단순히 만신의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다. 만신을 믿고 만신을 따르지만, 만신의 실체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을 따르면서도 내심 그 신의 존재를 직접 목격하고 싶은 마음을 품은 것처럼 말이다.

    만신을 믿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는 토선호의 상징이 북극성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는 모든 이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별이 북극성이다. 누군가 정해주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북극성을 보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토선호와 들어맞는 장치다.

    반대로 정가람을 상징하는 건 '비둘기'다. 극 중 정가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고, 그런 그와 얽힌 게 바로 '비둘기'다. 실종된 정가람을 찾아 나선 토선호가 그를 찾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도 비둘기다. 흥미롭게도 비둘기는 종교적으로 신의 말씀과 메시지를 상징하는데, 정가람은 만신을 맹신하는 인물로 나온다.

    이처럼 영화는 운명이라는 소재와 그 길 위에 놓인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갈래의 길을 종교적 키워드를 녹여내 그려낸다.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흥미로운 지점은 감독이 그려낸 '만신' 속 세상은 일종의 디스토피아라는 데 있다. 보통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물에서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협하는 '악'으로 나온다.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서 인간을 지배하려 하는 게 인공지능이다.

    '만신' 속 만신 역시 인공지능이다. 마지막 만신 앱 업데이트를 앞두고 인간은 인공지능에 선택을 맡긴다. 절대 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불완전한 인간이 될 것인지 말이다. 여기서 만신은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인공지능은 높은 적중률을 포기하고 스스로 만신 운세 서비스의 적중률을 50%로 떨어뜨린다. 인공지능이 완전한 신이 되어 인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좌지우지하려 하기보다, 하루하루 절반의 확률을 갖고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불완전한 '인간'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인공지능 만신이 스스로 적중률을 50%로 낮춘 것은 곧 인간에게 만신의 메시지를 통해 삶의 길을 걸어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나아갈 것을 권한 셈이다. 결국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몫은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만신에 길든 사람은 당분간 혼란을 겪겠지만, 자신만의 북극성을 따라 길을 찾을 것이다. 정가람이 그 길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운세'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롭게 풀어낸다. 일상에서도 누구나 힘이 들거나 인생의 갈림길에 놓일 때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게 묻는다. 나의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어느 길로 가는 게 옳은 길인지 말이다.

    반반의 확률에서 어쩌면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믿음과 확신을 더하기 위해 전지전능한 존재를 찾고 그들에게서 답을 구하는지도 모른다. 신이 우리에게 어떤 길을 안내해 준다고 해도 그것을 따를지 말지의 선택 또한 결국 인간의 몫이다. '만신'은 결국 인간과 인간의 운명에 관한 해답이 '인간'에 있음을 말한다.

    현실을 약간 비틀어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과 욕망을 좇을 수 있는 것은 역시 SF 장르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여기에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감각적인 화면이 현실인 듯 아닌 듯 미묘한 맛을 낸다. 외모에서부터 파격 변신을 시도한 이연희와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또 다른 이동휘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만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웨이브(wavve) 독점 선공개, 8월 중 MBC 방송, 53분 상영.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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