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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처음 본 '마이너스 유가'…정유사 시름 깊어진다



경제정책

    모두가 처음 본 '마이너스 유가'…정유사 시름 깊어진다

    수요 급감에 선물 만기일 겹치며 발생한 기현상
    "수요 절벽 상황 극명하게 보여준 마이너스 유가"
    부담 커지는 정유업계
    유류세 인하 지적 나와…국내 기름값의 60%는 세금
    국제유가 폭락에도 국내유가는 찔끔 하락

    (사진=연합뉴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결국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속에 거래됐다. 물론 선물 만기일 시점에서 거래돼 가격이 왜곡된 측면이 있지만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는 현재 국제유가 시장에서 '공급 과잉, 수요 절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에다 저유가 흐름의 고착화는 곧장 국내 정유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류세를 손질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한다. 국내 기름값에는 약 60%의 세금이 고정적으로 산정돼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높은 유류세가 국제유가 폭락에도 국내 기름값이 제한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인 데다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위해서라도 유류세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땅에도 바다에도 보관할 곳이 없다'…마이너스 유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일(현지시간),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40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한 국제유가를 두고 '집계 오류 아니냐'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기름 수요 부족, 공급 과잉 문제가 쌓인 상황에서 선물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발생한 기이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기름 수요는 없는데 미국, 러시아, 사우디 등 산유국 간의 갈등으로 공급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땅 위 석유 저장 창고가 꽉 찬 것은 물론 바다 위 유조선에도 석유를 보관할 공간이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유의 만기일(이달 21일)이 다가왔다.

    기름 수요 부족에 기름을 보관할 장소마저 없는 현재 상황에서 다수의 선물투자자는 5월물을 받지 않고 다음 달인 6월 선물로 교체하는 '롤오버'를 선택했다. 5월물 기름을 받아도 처분할 방법이 없으니 당연한 결정인 셈이다.

    결국 5월물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마이너스 유가를 두고 "기름 수요가 바닥난 현재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담 커지는 정유사…유류세 손질 목소리 커져

    기름 수요 부족과 저유가는 곧장 정유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선 코로나19로 기름 수요가 급감해 기름을 팔 곳이 없다.

    여기에다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 과거 사놓은 기름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법적으로 3개월 치의 기름을 보관해야 한다.

    결국 유가가 급락하면 과거 비싸게 사놓은 기름에 대한 재고 평가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정유 업계의 1분기 영업 손실은 2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유류세를 손질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름값에는 약 60%의 세금(유류세)이 고정적으로 적용돼 판매되고 있다. 세금의 비중이 높은 데다 이마저도 일률적으로 고정돼있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도 실제 국내 기름값의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최근처럼 기름 수요가 급감한 시점에서 유류세를 조정해 업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국내 정유업계의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라며 "저유가가 이어질수록 유류세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며 유류세를 조정해 부담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는 휘발유는 물론 항공유 등 다양한 유종을 계속해 생산하는데 수요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유종을 보관할 창고도 없는 상태라 향후 국내 정유사가 가동을 멈추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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