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우리의 인생이 '신'이 부여한 '홈스테이'라면



영화

    우리의 인생이 '신'이 부여한 '홈스테이'라면

    [노컷 리뷰] 외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감독 팍품 웡품)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와이드 릴리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만약 나의 인생이 잠시 '나'라는 몸에 머물며 '나'와 내 주변의 존재에 대해 배우고 함께해 가는 과정이라면 어떨까. '홈스테이'(homestay)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발 물러서서 지켜본다면,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우리네 인생도 희극이 될 수 있을까.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감독 팍품 웡품)는 숨이 멎은 순간 눈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신의 제안으로 두 번째 목숨을 얻기 위해 100일 안에 정체불명의 고등학생 민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야만 하는 라이프 카운트다운 스릴러다.

    신에게 민의 몸과 100일이라는 시간을 받은 '나'(티라돈 수파펀핀요)는 누가 민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찾아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삶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나는 민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홀로 죽음의 비밀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나는 민이라는 낯선 인물이 돼 민의 일상에 던져진다.

    민이 된 '나'는 조금씩 민의 일상에 녹아든다. 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수콴 불라쿨), 민을 챙겨주는 친구 리(사루다 키엣와라웃), 어느새 좋아하게 된 파이(츠쁘랑 아리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나눠주는 따뜻함에 '나'는 민의 죽음을 파헤치는 걸 잊는다. 그런 '나'를 일깨우듯 신은 갑작스레 방문해 그가 100일이라는 시간을 받게 된 목적을 일깨운다.

    원래 목적대로 민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쳐 가며 나는 가족과 파이가 감춘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분열된 가족관계, 경시대회를 위해 위험을 자초하는 파이까지 모든 게 내가 알던 표면적인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그리고 '민'을 죽인 것은 '모두'라고 신에게 답한다. 엄마, 아빠, 형, 파이 모두가 민을 쓰레기 취급했고, 민을 죽인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민을 죽인 것은 '모두'가 아니었다. 틀린 답에 두 번째 목숨을 얻지 못하게 된 나는 남은 사흘, 제멋대로 산다. 그러나 신의 장난처럼 사흘 동안 '나'는 자신을 둘러싼 '모두'가 사실은 얼마나 '민'을 아끼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기억을 되찾은 '나'는 자신이 곧 '민'이었음을 떠올린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와이드 릴리즈㈜ 제공)

     

    어떻게 보면 영화는 빤하다.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모른 척 지내 온 소년이 한 번의 죽음을 겪고 나서 한정된 삶을 부여받은 후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자주 봤음 직한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이런 빤한 사실을 잊고 산다. 소년 민처럼 가족도, 친구도, 일상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고 익숙해서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삶이라는 게 항상 행복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기엔 힘겨운 일도, 슬픈 일도 많기 때문이다.

    영화 속 신은 굉장히 짓궂은 모습으로 나온다. 애초에 100일이란 시간을 주며 거래를 한 것을 봐도 신이란,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은 것임을 느끼게 된다.

    한 번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한 민의 기억을 지우고, 제3자적인 입장에서 민의 삶을 바라보도록 한 것은 아마 스스로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원한 신의 뜻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처럼 말이다. 민이 '나는 불행하다'는 어두운 감정에 갇혀서 자신은 물론 주변을 보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제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원제는 '홈스테이'(Homestay)다. 영화 초반 '나'에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질 때 신은 그에게 '홈스테이'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나'이자 '민'에게 두 번째 목숨이 주어졌을 때 신은 이렇게 말한다. "잊지 마, 넌 홈스테이 중이라는 걸."

    영화는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삶이 힘겨울 때, 인생을 '홈스테이'라고 생각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어쩌면 조금은 다른 모습이 보일 거라고 영화가 묻는 듯하다.

    4월 8일 개봉, 136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와이드 릴리즈㈜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