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뒤끝작렬] '타 아이돌 비하' 홍빈, 가벼운 입으로 만든 거대한 후폭풍



뒤끝작렬

    [뒤끝작렬] '타 아이돌 비하' 홍빈, 가벼운 입으로 만든 거대한 후폭풍

    빅스 홍빈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요란하고 불쾌한 주정이었다. 개인 트위치 방송 1년을 맞았다는 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술방'(술 마시고 하는 방송)을 했다고 해도, 엎지른 말은 수습이 안 된다. 남성 아이돌 그룹 빅스 멤버로 2012년 데뷔해 올해 9년차를 맞은 현직 아이돌 홍빈은, 가벼운 입으로 순식간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요는 '아이돌 비하'다. 같은 직종인 다른 동료들을 깎아내렸다. 샤이니의 '에브리바디' 무대 영상을 보고는 "누가 밴드 음악에 이딴 아이돌 음악을 끼얹어? 허접하게"라며 '밴드 음악'과 '아이돌 음악'을 분리했다. 레드벨벳의 대표곡이자 대표적인 여름 시즌 송으로 꼽히는 '빨간맛'을 듣고는 "너무 덕후다. 너무 아이돌이다. 너무 색깔 진하다. 대중 몰라요? 대중?"이라며 "선택 실패"라고 훈수를 뒀다.

    더 거친 표현도 동원했다. 엑소의 '늑대와 미녀'를 듣고 홍빈은 "뱀파이어와 늑대는 늘 상극"이라며 "늘 뱀파이어가 이겼어. 원래 역사에 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신세대에 남는 사람은 뱀파이어인가, 울프인가. 난 뱀파이어라고 생각해. 따라오든가"라고 말했다. 엑소가 '늑대와 미녀'에서 선보인 늑대 콘셉트와 빅스가 '다칠 준비가 돼 있어'에서 선보인 뱀파이어 콘셉트와 비교한 발언으로 보인다.

    인피니트 '내꺼하자' 무대 영상을 보면서는 "안무 짠 사람을 때렸으면 좋겠다. 안무를 저딴 식으로 짜?"라며 역정을 냈고, 온앤오프 '모스코 모스코'를 두고는 "옛날 노래 같다"라고 말했다. 모든 '사적 발언'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두서없는 내뱉음까지 존중해야 할까. 동료 아이돌의 작업물과 퍼포먼스에 대한 애정이 깃들거나 사려 깊은 비평도 아닌 것을.

    '우상'이라는 뜻의 아이돌은 완전히 다르게 풀이될 때가 있다. '아이돌다움', '아이돌 포즈', '아이돌 군무', '아이돌 몸매', '아이돌 인기', '아이돌상' 등으로 호명될 때는 긍정적인 의미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인 만큼, 무언가 '뛰어남'을 돋보이게 할 때 으레 '아이돌 OO'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가창력'이나 '작사 작곡 능력', '음악성' 등 본업과 관련된 핵심을 거론할 때는 딴판이다. 감탄이 날 만한 결과물에는 '탈 아이돌', '아이돌답지 않은', '아이돌 꼬리표를 뗀', '아이돌이라는 틀 안에 가두기는 아까운' 따위의 수식어가 꽤 자주 붙곤 했다.

    다행히 아이돌인지 아닌지가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지'와 직접 연결된 게 맞느냐고 의문을 표하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이돌 음악 위주로 재편된 가요계 상황 때문에 아이돌 음악이 '주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단지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음악을 얕잡아 보려는 시도는 적어도 덜 발견되는 추세다.

    "한국사회에서 대중음악을 예술적 창조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목록에 아이돌의 노래와 앨범이 들어가고, 상을 받는 것은 이제 그리 생소한 풍경만은 아니다.

    빅스 홍빈은 1일 새벽 트위치 생방송을 하던 도중 샤이니, 엑소, 인피니트, 레드벨벳, 온앤오프 등 타 아이돌을 언급하며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홍빈 트위치 방송 캡처)

     

    이런 예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특정 장르(아이돌 음악)로 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덜한 것'으로 낙인 찍는 태도가 과연 온당한가. 더구나 그 구분은 분명하지도 않다. 댄스, 일렉트로니카, 팝, R&B, 어반, 디스코, 발라드, 힙합, 레게, 록, 메탈,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거나 자신만의 색을 이미 만들어 가고 있는 아이돌이 상당수이니.

    홍빈의 실언은 특히나 자신의 '동료'를 저격했다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다. 아이돌 산업은 더 고도화되고 있고, '플레이어'이거나 혹은 '메이커' 역할까지 해내는 아이돌은 그만큼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노래, 안무, 뮤직비디오, 무대 연출, 의상과 메이크업을 포함한 스타일링, 세계관까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하고자 하는 동료들의 노고를 무시한 셈이다. 이는 본인이 속한 '아이돌' 빅스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홍빈의 음주 방송은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었다. 맥락 없는 비난이 튀어나오는 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현직 아이돌'로서 견해를 펼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만큼 과음한 채 생방송을 켠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발언 내용도 그렇다. 훌륭한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서 가혹한 희생이 당연시되는 아이돌 산업의 그늘을 비판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홍빈은 1일 오후에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려 "잘못된 언행으로 상처받으신 아티스트분들과 아티스트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빅스 멤버와 팬들에게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으나, 홍빈의 그 진심이 팬들과 대중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다. 술에 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것을 염려한 개인 방송 시청자들, 경솔함을 지적하는 사람들과 기싸움하듯 횡설수설한 사과방송이 자꾸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홍빈은 자신이 언급한 아이돌 중 인피니트, 엑소 관련 내용만 선택적으로 사과하는가 하면, "제 팀을 너무 좋아해서 실수를 한 게 맞아요. 죄송합니다. 팀 부심(자부심)이 맞아요"라며 애꿎은 팀을 소환했다. "나는 그냥 원래 방송하던 대로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네. 아이고 무서워. 세상 조심해야 돼"라며 "저 욕하시면서 그냥 저 씹으시면서 주무시면 좋겠네요"라고 했고, 방송 중 손가락 욕까지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음주 방송은 끝났지만, 홍빈이 가볍게 움직인 입이 만들어 낸 폭풍은 그리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예술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누군가의 땀과 뜨거움을 쉽게 깎아내려선 안 된다는 생각이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깊게 스며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라는 같은 멤버 라비의 사과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자신의 일과 동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길 바랄 뿐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