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3일 서울중앙지검 1,2,3,4차장을 모두 교체하는 대대적인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검찰은 설 연휴를 앞두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전격 기소했다.
법무부와 검찰 모두 자신들의 스케쥴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이지만, 묘하게도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최강욱 기소'는 수사팀이 1주일째 결재를 요구한 사안이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판단을 하지 않고 버텨 결국 23일 오전 이뤄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최 비서관 기소를 지시했고, 이성윤 지검장은 전날까지 결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최 비서관은 변호사 재직 당시 조 전 장관 부부로부터 부탁을 받고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대학 후배다.
검찰은 최 비서관이 한 차례 직접 발급해줬고, 두 번째는 조 전 장관이 위조했다고 보고있다.
구체적으로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변호사 업무와 문서정리 등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최 비서관에게 보내면 최 비서관이 직인을 날인하는 방식으로 위조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최 비서관 기소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최종 전자결재로 사건을 법원에 넘겼다.
주요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이 직접 사건을 지휘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최 비서관 사건도 수사 단계에서부터 윤 총장에게 모두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최 비서관 사건에 결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지검장은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사팀의 결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 장관 첫 인사로 중앙지검장에 부임한 이 검사장은 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 내 '친문(親文)' 인사로 거론됐다.
정권겨냥 수사를 담당하는 중앙지검 수사팀은 전출 이동이 있기 전 막바지 수사에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 일가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송경호 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발령났다. 휘하의 고형곤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도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떠난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도 이날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인물로 분류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연달아 소환하며 조사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21, 22일에 이은 조사다.
해당 사건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신봉수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지난 '1·8 검사장급 인사' 때는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발령 전 청와대의 검사 세평수집 사건을 반부패수사3부(허정 부장검사)에 배당한 뒤 인사인동하기도 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8일 경찰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직무 범위를 넘어 검사에 대한 세평을 수집했다는 의혹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최 비서관 등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통상 정치권에서 들어오는 고발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반부패수사부 배당은 검찰의 수사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오전 고검검사급 검사 257명과 일반검사 502명 등 총 759명에 대한 인사를 다음달 3일자로 단행했다.
고검검사급 검사 전체 680명 중 252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실시했다. 일반검사의 경우 461명에 대해 정례 전보인사를 냈고 사법연수원 49기 수료자 등 총 36명을 신입으로 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