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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되는 돼지보며 나도 묻으라 절규…마을 전체 슬픔에 빠져"



사건/사고

    "매몰되는 돼지보며 나도 묻으라 절규…마을 전체 슬픔에 빠져"

    방역당국, 경기 김포 ASF 감염 돼지 등 3180마리 매몰처분
    ASF 감염 농가 지난해 구제역 이어 올해 또 피해
    방역당국 "전염 확산 차단 총력"…파주선 4번째 확진 농가 발생

    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 앞에 매몰처분을 위해 굴착기가 준비하는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어둠이 짙게 깔린 23일 오후 11시 30분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에 가스차량이 들어갔다. 감염돼지에 대한 매몰처분이 시작됐다.

    질식가스가 퍼져 돼지들의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던 굴착기 기사는 "예전에도 구제역 때문에 소들을 매장한 적이 있는데 이미 죽은 가축이라고 하지 일일이 굴착기로 집어서 옮기는 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방역당국의 ASF 확진 돼지에 대한 매몰처분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전염 확산 차단을 위한 예방적 매몰처분도 함께 이뤄졌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이를 지켜보는 농가와 마을 사람들의 슬픔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ASF 확진 판정을 김포의 돼지농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의 매몰처분을 겪은 곳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ASF가 확진된 김포 돼지농장 농장주 A(75)씨는 지난해 김포에 닥친 돼지 구제역으로 농장의 돼지들을 모두 땅에 묻었다. 당시 인근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사고 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던 이 마을의 돼지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매몰처분했기 때문이다.

    A씨는 1년 동안 재기를 위해 열심히 돼지를 키워 곧 출하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ASF가 발목을 잡았다. 전날 어미돼지 1마리가 임신 상태에서 폐사하고 다른 어미돼지 4마리는 유산했다며 방역당국에 신고할 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전날 오후에도 A씨는 "간이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며 감염 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농장은 지난 19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ASF 방역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들렸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ASF 확진 농가가 나오면서 모든 돼지농가가 김 장관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할 때였다.

    지난해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돼지들에게 남은 음식도 먹이지 않고 방역작업도 열심히 했던 A씨는 장관의 방문이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농장 근처를 자주 오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의심스럽고 원망스럽다.

    24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김포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돼지 매몰처분을 위해 굴착기가 움직이는 모습 (사진=주영민 기자)

     

    이날 A씨 농장을 비롯해 반경 3㎞ 이내의 돼지농장 5곳에서 매몰처분이 이뤄졌다. 농식품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매몰처분 범위를 발생농가 반경 3㎞ 이내로 확대했다.

    A씨의 농장에 있던 돼지 1800마리를 포함해 모두 3180마리의 돼지가 땅에 묻혔다. 농식품부가 전날 오후 7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했기 때문에 매몰처분은 모두 각 농장 내부에서 이뤄졌다.

    마을 주민들은 A씨를 비롯한 돼지농가들이 이번에도 재기하길 바라고 있다. A씨의 한 이웃주민은 "농가들 모두 매몰처분이 시작되자 주인들이 나와서 나도 같이 묻으라며 절규했다"며 "마을 전체가 슬픔에 빠졌지만 A씨가 잘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ASF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포에서 매몰처분이 진행 중이었던 이날 오전 정부는 경기 파주에서는 올해 네 번째 ASF 확진 판정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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