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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비부부 덮친 잠원동 건물, 서초구청 현장점검 안했다



사건/사고

    [단독] 예비부부 덮친 잠원동 건물, 서초구청 현장점검 안했다

    • 2019-07-05 16:37

    서초구청, 철거 전후 현장점검 한 차례도 없어
    조건부로 통과됐는데도…구청 "심각하다고 판단 안 했다"
    예비부부, 결혼반지 찾으러 가던 중 사고로 안타까움 더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인근 철거 중인 건물 외벽이 붕괴된 모습.(사진=서민선 수습기자)

     

    예비신부가 숨지는 등 4명의 사상자를 낳은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해당 건물은 사고 전부터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여러 위험징후를 보였는데도 정작 서초구청 측은 한 번의 현장점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해당 건물은 철거 전 안전심의가 한 차례 부결되고 재심의 끝에 여러 보완책을 전제로 한 '조건부'로 통과되는 등 안전위험이 있던 것으로 파악돼 구청 측의 안전관리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초구청 등에 따르면, 1996년 세워진 지상 5층‧지하 1층짜리 해당 건물에 대한 최초 철거 신청은 지난달 3일 접수됐다.

    당시 건물주 측은 지상과 지하를 한 번에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구청 측은 주변 지반 보강공사 등 여러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면서 "지하층은 놔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2주 뒤인 지난달 17일, 건물주 측은 "지하층에 대해 보강공사를 한 뒤 원래 계획대로 지상과 지하를 한번에 허물겠다"며 다시 심의를 신청했는데 구청 측은 별도의 현장점검 없이 단 이틀 만에 철거 계획을 통과시킨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또한, 건물이 무너져내린 지난 4일까지 2주 넘는 기간 동안 구청은 단 한 차례의 현장점검도 실시하지 않았다.

    서초구청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이날 CBS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원들과 재심의를 하면서 심의조건만 이행해 공사를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심의과정에서 특별히 위험하다고 하면 특별점검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다고 판단이 안 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청 때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돼 '조건부'로 통과된데다 철거 중에는 이미 건물이 휘거나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는 등 붕괴 징후를 보였는데도 담당 구청은 "큰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철거가 시작한 지난달 29일 기준, 휴일을 빼면 2~3일만 에 사고가 일어났다"며 "(평소에) 순차점검 등 계획을 세워서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점검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현장 관리업무는 '감리제도'를 둬서 전문감리가 관리하도록 돼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당국 관계 기관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이같은 해명 역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자치구청의 책임회피성 발언일 뿐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감리제도는 공무원이 할 수 없는 전문가 역할을 대신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그렇다면 이를 감독을 했어야 한다"며 "감리가 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구청을 포함한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 3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잠원동 사고현장에서 정확한 붕괴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차 감식에 들어갔다.

    전날 당국은 매몰 현장에 추가 사상자가 없는 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고, 현장인부 등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여성 A(29)씨와 동승자 B(31)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며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차를 몰고 서초구 잠원동을 지나다 무너져 내린 건물벽에 깔렸고, 차에 갇힌 채 4시간 만에 차례로 구조됐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중상을 입은 B씨는 현재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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