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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케이크로 끼니 때워…급식돌봄 대란에 맞벌이 '발동동'



교육

    밥 대신 케이크로 끼니 때워…급식돌봄 대란에 맞벌이 '발동동'

    "먹을 것 챙겨줘야" 하교 시간대 학부모들 몰려 혼란
    "파업 취지 공감하지만…빨리 해결되길"
    맞벌이 가정 피해 커…자녀 챙기려 상경한 조부모도

    급식 조리원과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과 주스 등을 먹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 번이야 괜찮지만 지금 엄마들 다 난리예요. 집에 엄마가 기다리는 아이들이야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맞벌이여서 집에 아무도 없는 애들은 어떻겠어요? 도서실에서 빵 뜯어 먹고 있다가 엄마 집에 오면 들어오겠죠."

    3일 학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을 벌이면서 교육당국이 대체급식 등 현장 혼란 최소화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파업 취지는 공감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불편이 많아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대체 급식이 이뤄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입구에는 하교시간 대에 맞춰 자녀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혼란상이 빚어졌다. 자녀를 찾는 부모들의 목소리와 부모를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몇몇 아이들은 "배고프다"며 부모의 손을 끌며 허겁지겁 집으로 향했다.

    학교 입구에서 만난 학부모 양모(50대·여) 씨는 "아이들이 단축수업으로 점심을 먹지 못해 챙겨주기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잠시 나왔다"며 "그들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자녀들의 하교 시간을 맞추지 못한 맞벌이 가정 중 일부는 백발의 조부모들이 대신 아이들의 하교를 맞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외손자를 둔 김모(60대·여) 씨는 "손자가 하교하는 모습을 봐주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어제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학부모 불편도 이해가 되고, 파업하는 근로자 입장도 이해가 되니 이번 사태에 딱히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들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백모(40대·여) 씨는 "이번 파업으로 불편한 건 있지만 급식 관련 종사자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힘들겠지만 2~3일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전모(40대·여) 씨 역시 "학교 급식이 부모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이번에 느꼈다"며 "아이들 식사를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인데 고용주가 파업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좀 더 들어주면 좋겠고, 내일 좋은 마음으로 도시락을 싸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간편식 제공(개별포장 빵과 음료)'이라고 적힌 급식 현황판을 보며 불평보다는 오히려 신기하다는 눈치였다.

    이 학교에 제공된 급식은 빵과 초콜릿 케이크, 과일 젤리, 과일음료였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최근 유행하는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몇몇 학생들은 부모가 싸준 도시락과 급식을 꺼내 급우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한편 학교 급식조리원 등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3일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지역별 집회를 열어 △전 직종 기본급 평균 6.24% 인상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해소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 해소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적 차별 해소 △교육공무직제 법적 근거 마련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총파업에는 급식조리원, 돌봄전담사, 특수교육실무사 등 42개 교육공무직과 10개 교원대체직종 근로자 4만 명이 참여했다. 파업의 여파로 이날 전국 1만426개 국·공립 유치원·초·중학교 중 2572개 학교가 3547개 학교가 급식을 실시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2573개교는 빵과 우유 등 대체식을 준비하거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745개교는 기말고사로 급식을 하지 않으며 230개교는 단축수업을 한다. 서울의 경우 105개교에서 급식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중 77개교에서는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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