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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휘어지고·구명조끼 둥둥…허블레아니호 사고 '상흔' 그대로



사건/사고

    철망 휘어지고·구명조끼 둥둥…허블레아니호 사고 '상흔' 그대로

    한국인 추정 실종자 3명, 헝가리인 선장 시신 수습
    발견한 시신 중 1구는 6세 여아…구조대원들은 거수경례
    두꺼운 쇠줄로 조금씩 끌어올려…7시간 만에 인양 마무리

    인양된 허블레아니호(사진=김재완 기자)

     

    허블레아니호가 침몰 13일 만에 인양됐다. 11일(현지시간) 오전 7시10분쯤 허블레아니호에서 가장 높은 곳인 조타실이 일렁이는 물살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 인양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와이어를 걸어서 당기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푸른 방수포와 부유물이 엉겨 붙은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선실과 갑판 등 선체가 빠른 속도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타실 창문으로 실종된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였다.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모여있던 취재진 100여명이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허블레아니호는 지난달 29일 대형 크루즈선에 들이받히는 사고로 침몰했다. 유람선은 7초 만에 강물 아래로 침몰했다. 물 위로 올라온 배의 모습은 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20년 넘게 배를 타온 선장도 조타실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뱃머리와 조타실 주변에는 주황색 구명조끼들이 둥둥 떠 있었다. 그 구명조끼들이 제 자리에 있었다면, 바로 아래층 승객들은 목숨을 구했을 수 있었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크레인 클라크 아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하고 있다. (사진=김재완 기자)

     

    조타실 뒤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5분 간격으로 시신 3구가 연달아 나왔다.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승객들이었다. 바지선에 있던 구조팀은 수습한 시신 앞에서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인양 개시 후 7시간이 흐른 오후 1시40분쯤 허블레아니호는 바지선 위에 안착됐다. 두께 22밀리미터의 쇠줄 10개가 뱃머리부터 끝까지 나뉘어 배를 지탱하고 있었다.

    선실 창문에는 혹시 모를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한 쇠막대기가 일일이 박혀 있었다. 신속대응팀 잠수사들은 인양 며칠 전부터 강물을 수십번 들락날락하며 쇠막대기를 박았다고 한다.

    이날 인양은 돌발상황이 생기며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선체 후미가 예상보다 심하게 파손된 것이다. 선체를 받칠 쇠줄을 추가로 걸었다. 작업을 지켜보던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은 입이 말랐다. 선미 쪽 갑판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실종자와 사망자 가족들은 차마 인양 작업 현장에 나오지 못했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 관계자는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원하지 않았다. 인근에서 영상으로 인양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신속대응팀은 선체 내부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기 위해 허블레아니호를 바지선에 완전히 거치했다. 허블레아니호는 수색 작업 후 부다페스트 남쪽 체펠 항구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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