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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대포통장 사건이 '진짜' 일어난다면?



사건/사고

    내 이름의 대포통장 사건이 '진짜' 일어난다면?

    [보이스피싱 알고 막자]
    보이스피싱 수사 베테랑 경찰·검찰에 물어보니
    실제 대포통장 수사는 '계좌 지급 정지'부터 시작
    '통장 잔고 인출·이체·보관' 지시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 의심해야
    검사가 SNS 채팅으로 수사? "말도 안 되는 일"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은 채팅 메시지로 가짜 공문서 이미지를 보내 피해자를 현혹시킨다. 하지만 실제 수사기관은 SNS로 공문서를 보내지 않는다. (사진=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미끼는 '대포통장'이다.

    "당신의 명의로 된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운을 띄우고 "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곧바로 해결책도 제시한다. "안심 계좌에 돈을 맡기라"며 통장을 인출하도록 한 뒤 갖가지 방법으로 돈을 가로챈다.

    그렇다면 진짜 내 명의의 대포통장이 범행에 사용된다면 실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보이스피싱 범죄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한 검찰과 경찰에 물어봤다.

    명쾌한 한마디 대답이 돌아왔다. "결코 현금 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 찾아라, 돈 보내라" 무조건 보이스피싱 범죄 의심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무턱대고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당신의 재산이 위험하다"고 겁을 주고는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어떤 국가기관도 사유재산을 대신 보관해주지 않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국가 안전계좌에 돈을 넣으면 안전하게 보관해준다고 피해자들을 꾄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개인의 돈을 맡아주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포통장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해당 통장에 대해 지급 정지 조치를 한다.

    범죄 증거품인 통장을 보존하기 위해 자금이 더 이상 사용되지 못하도록 통장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다.

    이밖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정식 출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출석 요구는 관련 공문서를 당사자에게 발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간단한 사안일 경우 전화로 통보하고 일정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처리할 때 피해 계좌번호는 지급 정지가 되는 것이 기본 시스템"이라며 "어떤 기관에서든 계좌에서 돈을 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당사자부터 조사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은 공문서를 카톡으로 보내지 않는다

    최근엔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가짜 공문서까지 등장했다.

    범인들은 허위 공문서를 채팅 메시지로 보내 피해자들을 현혹시킨다.

    '범행에 연루됐다', '통장이 위험하다'는 말에 다급해지면 범인들이 꾸민 가짜 공문서에 깜빡 속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수사기관은 채팅 메시지를 이용해 공문서를 보내거나 수사하지 않는다.

    사건 관계자에게 보낼 공문서는 반드시 공식 절차를 거쳐 우편으로 전송되거나 직접 전달한다.

    필요한 경우 전화나 문자로 출석 일자 등을 조율하고 안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출석하는 경우에도 절대 통장의 돈을 빼서 가져오라고 하지 않는다.

    만일 범인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구속하겠다"라고 협박한다면 이 또한 의심해야 한다.

    구속 여부를 전화상으로 알리는 수사기관은 없다.

    ◇SNS 오픈채팅에 들어가 '합동수사본부'를 찾아라?

    전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도 따라 진화됐다.

    과거엔 단순히 목소리가 범행 도구였다면 이젠 채팅앱 메시지로 상대방을 속인다.

    SNS 오픈채팅도 신종 유인 수단 중 하나다.

    피해자에게 사건 내용을 알려주겠다며 채팅앱의 오픈채팅으로 끌어들이는 경우다.

    오픈채팅에서 '합동수사본부'를 검색해 특정 채팅방에 들어오면 사건번호와 담당검사의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방식이다.

    실제 모 채팅앱의 오픈채팅에서 '합동수사본부'를 검색하면 '금융기업범죄', '합동수사본부 민원실', '서울중앙지검 합동수사본부' 등이 검색된다.

    채팅앱 오픈채팅 검색창에 '합동수사본부', '서울중앙지검'을 입력하면 수사기관을 사칭한 채팅방이 여러 개 검색된다. (사진=피해 시민 A 씨 제공)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공식적인 사건 수사를 채팅으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SNS를 통한 수사는 100% 의심하라고 당부했다.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가짜 오픈채팅방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 오픈채팅방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시민 A 씨는 "채팅앱 관리자 측에 검찰을 사칭한 오픈채팅방을 신고했지만 여전히 이런 채팅방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포통장 사건 하나에 국가기관이 합동수사를 한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자주 사칭하는 국가기관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금융감독원 등이다.

    여러 명을 한 팀으로 꾸린 보이스피싱 조직은 여러 기관을 골고루 사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합동수사본부'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다양한 기관의 담당자를 돌려가며 전화해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수법이다.

    보이스피싱 단골 미끼인 대포통장 한 건을 수사하려고 경찰과 검찰, 금융감독원이 합동수사를 펼친다면 일단 의심하자.

    한 경찰은 "수사 분야만 20년간 해왔지만 금감원과 검찰, 경찰이 합동으로 수사해 본 적이 없다. 중대한 시국 사안이면 몰라도 3개 기관이 모여 수사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형 대기업의 범죄 비리 사건은 금감원 직원을 파견받아 수사를 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파견 직원이 대외적으로 수사에 나서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범죄 사건 관련인에게 전화를 걸어 "금감원 직원이다"라고 밝히고 수사하는 금감원 직원은 없다는 뜻이다.

    과잉 수사 규모는 의심 또 의심하고 볼 일이다.

    ◇휴대전화 조사를 '원격 앱'으로 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해서 '목소리'로만 상대를 속이는 시대는 갔다. 스마트폰 기능을 이용한 교묘하고 치밀한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앱 설치를 유도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범인은 대뜸 휴대전화부터 조사한다고 들이댈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휴대전화 조사를 원격제어 앱으로 하지 않는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장 발부 등 절차가 따라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가 증거물이라면 기본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작업을 한다. 정보가 더 이상 가공되지 않기 위해서 진행하는 중요 절차다. 앱을 설치해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원격제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도한 걱정은 금물..일단 주변인에게 알려라

    "당신의 통장이 위험하다"라는 말은 누구든 당황하게 만든다.

    그 당황스러움이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지만 당시에는 무언가에 홀린 듯 범인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나친 두려움과 불안감이야말로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노리는 아킬레스건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실제 수사기관이 피해 사실을 전화로 통보해준다면 그때부턴 안심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계좌 피해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이 자동 지급 정지를 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 시점부터 통장 잔고는 빠져나갈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기 일이라면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지만 남의 일은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않나"라며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받는다면 우선 가족과 친구 등에게 알려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또 피해 사실을 알릴 때는 스마트폰이 이미 악성코드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으니 직접 주변인을 만나 대화하거나 다른 전화기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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