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자료사진)
"제가 이런 말씀까지는 안 드리려고 했는데 진짜 쫀쫀하고 구질구질합니다. 그 난리를 쳤던 사건인데 기록을 일일이 보고받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그러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사건을 지난 2013년 담당했던 경찰 수사팀장 A총경은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로 작심한 듯 검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경찰이 이 사건 수사에서 확보한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 3만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전 특수수사과) 관계자와 당시 수사팀장 A총경은 6일 오후 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수사관들은 충분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봤고 관련한 자료를 충분히 검찰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먼저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압수된 하드디스크 4개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본인이 아니라 윤씨 자녀들이 쓰던 것이었고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파일 1만6천건과 동영상 파일 210건이 복구됐지만 디지털 증거 특성상 개수는 큰 의미가 없고,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 규정 등에 따라 기록을 폐기한 뒤 하드디스크는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파일목록과 배제사유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처리했는데 이제 와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된다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수사기록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사건 가담자들에게 제출받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기록의 경우 사건과의 관련성이 알쏭달쏭(경찰은 "아리까리하다"고 표현)하다고 판단해 2장의 CD에 담아 검찰에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수사팀장은 "검찰에서 관리를 잘못했거나 잃어버렸거나 당사자에게 그대로 돌려줬을 수는 있겠다"며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다. 무서운 검사님들이 이제 와서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단이 끝날 때가 다 돼가는 것 같은데 아무 성과가 없으니 힘없는 경찰에 물타기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고생했던 직원들의 명예가 검찰 태도와 언론보도 때문에 훼손되는 모습을 보니 면목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방해한 것도, 경찰 수사를 뒤집은 것도 검찰이 아니냐"며 "검찰은 당시 출국금지, 통신자료, 압수수색 등에 관한 요구를 10차례 이상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3년 7월 경찰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던 윤씨에게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폭력행위처벌법상 상습강요 등 10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사기, 경매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3개 혐의를 우선 적용해 윤씨를 구속기소한 뒤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벌여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