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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면 방법 없다"…화마(火魔)가 두려운 고시원 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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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불 나면 방법 없다"…화마(火魔)가 두려운 고시원 거주자들

    • 2018-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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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주자들 "밤에 불날까, 들고 나갈 옷 걸어둔다"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현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9일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인근 고시원 거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평 남짓한 방들이 숨 쉴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참변의 대상이 되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두려움이 피어난 것이다.

    ◇ "불나면 방법 없어…어떻게 뛰쳐나가나 걱정뿐"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에 6년째 살고 있다는 박모(58)씨는 화재 사건을 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혀를 끌끌 차며 "며칠 동안 마음이 참 아프더라"며 "이름은 달라도, 어차피 다 같은 고시원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웃 정모(61)씨 역시 "나도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빤히 다 안다"며 "망연자실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비슷한 노후 고시원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사고가 마냥 남의 일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씨는 "우리 고시원은 특별한 비상구도 없는데 계단도 옛날식이라 경사가 높다"며 "불이 났다고 당황해서 막 내려오다 보면 굴러서 크게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살고 있는 고시원 방. 1평 남짓한 공간에 옷가지들이 널려 있다. (사진=김명지 기자)

    박씨네 고시원 계단. 한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실제 박씨가 사는 고시원의 계단은 각 칸의 높이가 10㎝를 훌쩍 넘었고, 한낮에도 빛이 거의 들지 않아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야 했다.

    화재 소식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잠도 쉽게 들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다.

    고시원 밖으로 통하는 창문도 없는 방에 사는 한모(69)씨는 요 며칠 두툼한 조끼를 방문 옆에 걸어둔다.

    조끼 주머니엔 지갑과 신분증을 넣어뒀다.

    한씨는 "불이 나서 연기가 다 차버리면 아무런 방법이 없다"며 "옷이라도 얼른 집어서 뛰어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뒀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사고에 오히려 무뎌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씨는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하며 운을 뗀 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상하게 삶에 대한 애착 자체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친 기색으로 "죽으면 홀가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한씨의 고시원 방. 언제 불이 날까 두려운 마음에 지갑을 넣어둔 조끼를 방문 옆에 걸어놨다.
    ◇ "양방향 피난로 등 각종 대비 없인 독 안에 갇혀버린다"

    전문가들은 고시원에선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 완강기 등은 물론, 구조적으로 스프링클러와 양방향 통로를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는 "화재 시엔 스프링클러와 건물 양방향 피난로의 유무가 거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노래방이나 고시원 같은 소규모 다중이용업소에 도망갈 곳이 정식 통로 하나밖에 없으면, 화재 시 탈출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서울 종로에 있는 다수의 고시원엔 양방향 통로나 완강기 등의 피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간혹 이것이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기능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별도의 비상계단이 있는 듯했던 한 고시원도 확인 결과 중간에 잠겨 있거나 다른 층 실내로 연결되면서 유사시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서울에 올라온 지 8개월째인 취업준비생 정모(26)씨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별도의 비상계단이 있던 고시원도 통로가 철문에 막혀있었다. (사진=김형준 기자)

    정씨가 사는 고시원 계단은 사물함에 공간을 빼앗기고 있다.
    현관 밖 벽이 대리석으로 돼 있는 등 신축 건물의 티를 내는 비교적 깔끔한 모습을 한 고시원이지만, 이곳 역시 화재에 취약해 보이긴 마찬가지라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완강기도 없는 이 고시원엔 정식 통로가 하나뿐이며, 반대편엔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비집고 나가기도 버거워 보이는 작은 창 하나가 있었을 뿐이다.

    정씨는 "계단 옆엔 신발장이 줄지어 놓여있어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좁다"며 "만약 불이 나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탈출이 늦어져 피해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울의 중심이기도 하고, 지하철역도 가까운 데다 어르신들이 많아 저렴한 음식점도 많다 보니 무작정 방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며 "'어떻게든 자리를 잡도록 노력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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