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남친과 잤어?"… 제주대 갑질 교수 의혹 대부분 사실로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사건/사고

    스페셜 노컷특종

    [단독]"남친과 잤어?"… 제주대 갑질 교수 의혹 대부분 사실로

    뉴스듣기

    학교 자체 조사 결과…성희롱·갑질·연구부정행위 '확인'
    제주대, 명예 실추 우려에 감추기 '급급' … 경찰 내사 착수

    제주대학교가 그동안 학교 위신만을 생각하며 꽁꽁 감춰둔 '갑질 의혹 교수 조사 결과'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단독 입수했다.

    지금까지 의혹에만 그쳤던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A교수의 갑질, 성희롱, 연구부정 행위는 학교 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한 증거 영상 캡처 화면. 영상에는 A교수의 폭언이 들어 있다.
    제주대는 지난 6월 부터 각 의혹에 대해 교무처, 인권센터,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벌였고 최근 대부분 조사를 마무리 했다.

    다만 연구부정행위의 경우 본조사는 마쳤지만, 현재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다시는 학생들을 상대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일 A교수의 갑질 천태만상을 공개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갑질 교수 조사 결과 자료.
    ◇ "남친과 잤어?" 성희롱‧폭언…학교 "부적절" 판단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A교수는 수년간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상대로 집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희롱했다.

    먼저 수업시간에 여학생에게 "남자친구와 진도 어디까지 갔어? 잤어?"라고 말하거나 복도를 지나는 여학생에게 "야, 냉커피 두잔, 섹시하게 타와 봐"라고 지시했다.

    또 커피심부름을 받은 남학생에게 "O마담"이라고 부르며 "가슴 만져보자"고 성희롱을 하고, 수업시간에 남학생들에게 시각장애인 체험을 "여친 스타킹으로 해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한 남학생의 여자친구를 보면서는 해당 학생 앞에서 "뒤태가 예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A교수는 학생들을 상대로 폭언과 인격모독도 거리낌 없이 했다.

    학생 발표 중에 다른 학생을 책상 위에 눕혀 수업도구처럼 사용한다든가 발표 준비가 미흡하면 "버러지같이 하냐"고 말하거나 창문을 열어 뛰어내리라고 명령했다.

    편입생에게는 "너 편입생이야? 관상학적으로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할 얼굴이야"라고 말하고, 학생들 사이를 "편입생" "오리지널"로 가르며 차별하기도 했다.

    또 청각장애인이었던 학생이 수업 중에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다시 한 번 말해 달라"고 하자 머리 박치기 시늉을 하며 굴욕감을 줬다.

    지난 6월 학내 붙여졌던 대자보. (사진=고상현 기자)
    학생들은 "수년간 수업시간을 비롯해 그 외 시간에도 A교수의 성희롱이나 폭언이 끊이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한다.

    학교 조사 당시 A교수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농담이나 교육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참고인 진술, 동영상, 음성파일 제출 자료를 보면 교육이나 친밀감의 표시로 보기에는 부적절했고,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담배‧도시락 심부름에 집 인테리어 공사까지

    A교수는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인격모독에만 그치지 않았다. 평가 주체인 교수, 그 대상인 학생의 '갑‧을' 관계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았다.

    학생들에게 수시로 담배와 도시락을 사오라고 지시하거나 연구실 앞으로 주문한 의자를 집에 가지고 오라고 시키는 건 기본이었다.

    특히 A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집 인테리어 공사를 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4월 한 학생은 A교수의 지시로 바닥과 천장 등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A교수는 이 과정에서 "현관은 했니?" "천정은 내일까지 해라"고 지시했다.

    학생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지시한 메시지 캡처 화면.
    또 학생들에게 지인이 판매하는 고가의 서적(15만원 상당)을 강매했다. 이 책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니었다.

    A교수는 매주 서적 구매 여부를 확인하고, 과대표에게 추천 책을 의무적으로 사는 것을 학생들에게 안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A교수는 수업시간도 제멋대로 바꿨다. 수업 당일 학생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낮 수업시간을 저녁으로 조정한 뒤 지시한 시간보다 1~2시간 늦게 나타나는 식이다.

    학교 측은 "A교수는 학생들의 수업과 평가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당한 사적인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교육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국제공모전 수상작품 팀에 아들‧딸 끼워 넣기

    A교수는 학생들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품에 수차례 자녀의 이름을 임의로 끼워 넣기도 했다.

    실제로 A교수는 지난 2016년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 수상 작품인 '실리콘 마그네틱 재충전 전구' 작품 팀에 자신의 아들 이름을 넣었다.

    A교수의 아들은 학생들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소켓 부착 등 일부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나 학교 측은 디자인 수상 작품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들 이름을 임의로 끼워넣은 2016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품 상장. 빨간 줄 부분이 아들의 이름이다.
    A교수는 아들뿐만 아니라 딸의 이름도 학생들의 국제 공모전 수상작에 추가했다.

    지난 201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인 '아프리칸 렌치(고무나무 수액 추출기)' 프로젝트팀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A교수의 딸 이름을 올렸던 것.

    A교수는 학교 조사에서 "자녀의 아이디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일회적 의견 제공 정도의 기여를 근거로 자녀를 공동 참여자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학교 연구 윤리위원회 본조사 결과 이처럼 '부당한 저자 표시' 사례가 5건 확인됐다.

    ◇ 4학년생 용기로 드러나…학교는 감추기 '급급'

    A교수의 이러한 갑질 행태는 졸업생들까지 수년에 걸쳐 이뤄졌지만,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다.

    A교수가 학과와 디자인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왕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취업에 영향을 주는 학점의 평가자이자 디자인 업계에도 발이 넓어 취업에도 영향력이 있었던 것.

    한 졸업생은 취재진에게 "학과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영향력이 커 쉽게 교수의 무리한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재학생도 "학과 내 다른 교수나 강사들도 A교수를 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A교수가 설사 나가더라도 다른 교수의 보복이 두려워 다들 공개를 꺼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4학년 학생들이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그러나 후배들을 생각한 4학년 학생들이 용기를 내 지난 6월 기자회견과 학내 대자보를 통해 폭로하면서 A교수의 갑질 행태가 드러났다.

    학생들은 학교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처벌을 요구했지만, 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그동안 학교 위신만을 생각하며 외부 폭로를 막기 급급했다.

    송석언 제주대 총장은 지난 8월 28일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학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했다.

    '기본에 충실한 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천명하는 제주대엔 학생 인권은 없었다.

    한편 현재 제주동부경찰서는 학교가 밝혀내지 못한 학교 행사 지원금 유용 혐의(횡령)와 함께 집 인테리어 공사에 학생을 동원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A교수를 상대로 내사를 벌이고 있다.

    학교 측은 이의신청 절차 등 조사가 최종 마무리되는 대로 중징계‧수사의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수업이 이뤄지는 공대 2호관. (사진=고상현 기자)
    네이버채널 구독 이벤트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