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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가족의 숙명?…도넘은 청문회 신상털기



국회/정당

    후보자 가족의 숙명?…도넘은 청문회 신상털기

    정책과 능력보다는 ‘도덕성’ 검증 치중…국정자문위 ‘제도개선’ 주장

    “야당은 총리 후보자에게 국정 수행능력이 있는지 정책적 검증을 거의 하지 않고 신상털기에 주력했다” (2015년 2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청문회는 후보자의 소신과 철학, 정책을 듣고 질문하는 자리인데, 현재의 청문회는 고문에 가깝다”며 “아들,딸 청문회, 장인·장모 청문회로 변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장에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과 현 문재인 정부들어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각각 한 말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공수(攻守)가 바뀌었지만 ‘망신주기’ , ‘신상털기’식 청문회는 계속 되고 있다. 후보자뿐 아니라 후보자의 처자식과 부모까지도 고위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검증대에 오르면서 일종의 ‘현대판 연좌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아들의 병역 면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과거를 공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부인의 암투병’ 사실도 밝혀야 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장남과 차남의 음주운전 이력이 공개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큰 딸의 증여세 늑장 납부, 유엔 부하 직원과 동업, 음주운전 벌금 전력 등이 드러났다.

    ‘검증’이라는 명분아래 고위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숨기고 싶은 비밀까지도 들추어지는 게 인사청문회의 현실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법 12조에 따르면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기타 기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라는 포괄적인 법 규정을 근거로 후보자뿐 아니라 후보자 가족의 신상에 관한 정보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보 공개의 근거가 되는 법 규정이 포괄적이어서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도 무한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인사청문위원들은 △후보자 및 배우자 명의 휴대폰 내역(개통일 포함) △후보자 및 배우자 명의 휴대폰 최근 1년간 통화기록 내역 △최근 5년 동안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카드사용내역 등을 요구했다.

    무리한 자료 요구는 비단 이번 정부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 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때 청문위원들 역시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최근 10년간 교통사고 발생내역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최종 학력과 출신 초중고대학의 학력기록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과거 학교생활기록부상 징계기록 일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은 인사청문 절차가 시작되면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 후보자와 관련된 자료 요청서를 보낸다. 각 기관들은 후보자 개인에게 자료 공개 동의여부를 묻는 절차를 거치는데, 실질적으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에게 개인 정보보호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에 전면 거부도 어렵기 때문이다.

    ‘벌거벗기기 식’청문회가 후보자의 직무수행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부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당마다 자신들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개선 필요성에는 온도차가 있다보니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11일 인사청문제도와 관련해 미국처럼 도덕성 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되, 정책에 대한 청문회는 공개해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리와 장관들의 임명을 둘러싸고 꽤 괜찮다고 알려진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고 사회에서 매도되는 현상을 경험했다”며 “우리(더불어민주당)가 야당 때도 그랬지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사청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처럼 신상은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과 자질에 관련된 것만 공개로 검증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도 이미 국회에는 발의된 상태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지난 2월 공직후보자의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현행법상 국회 인사청문회는 윤리성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공직후보자의 가족관계, 재산, 건강상태 등 사적 영역까지 공개토록 하고 있어, 유능한 인재의 공직기피현상을 낳아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적 낭비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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