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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언론현실 확인한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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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팍팍한 언론현실 확인한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

    KBS서 퇴짜 맞은 '훈장', 당당히 본상에 이름 올려

    24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제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및 '제22회 통일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언론이) 고사 직전인데 그나마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뉴스타파"(박정남 PD), "(KBS에서는) 온전히 방송이 나갈 것이라고 생각 안 했다"(최문호 기자), "기자들도 자기검열에 빠져 있다"(권석천 기자) 등의 수상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시상식 역시 언론의 언로가 얼마나 막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KBS서 퇴짜 맞은 '훈장',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

    우선, 제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은 '훈장과 권력'을 제작한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제작팀에 돌아갔다. 이번 수상은 특히 KBS가 저버린 '훈장' 아이템을 뉴스타파에서 추가 취재를 통해 재탄생시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수상자들 단체사진 (사진=언론노조 제공)

     

    심사위원회는 '훈장과 권력'을 두고 "탐사보도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이어 "최문호(뉴스타파) 기자는 취재를 간섭하고 보도를 축소·은폐하려는 KBS를 떠나 마침내 당초 기획했던 기사를 완성하는 치열한 기자정신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최문호 기자는 "(제작하면서) 감정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친일과 독재,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키워드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데이터에서 (보고) 알겠더라. 그 전에는 분산돼 있던 키워드들이 이 취재를 통해 한몸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게 바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없어져야 할' 것들이구나 하고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 기자는 "(KBS에서는) 온전히 (방송이) 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에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낼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고 결국 이 모든 걸 싸서 뉴스타파로 오게 됐다"며 "그런데 뉴스타파에서 한 취재는 KBS에서 했던 것과 180도 다른 것이다. KBS에서는 2 정도만 알았다고 한다면 여기 와서는 100 정도의 취재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4부작을 하고 아직 에필로그를 완성하지 않았다. 아직 이 취재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한열, 박종철 등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언론자유를 위해 힘쓰신 분들이 모두 훈장을 받고 최소한 대한민국 훈장의 역사만이라도 바로세울 수 있게 기여했을 때 에필로그를 쓰자는 마음으로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KBS가 사내 탐사보도팀에서 장기간 준비해 온 대기획 '훈장'의 원활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막아 왔다는 사실이 지난해 드러난 바 있다. 방송일자를 확정하지 않은 채 끝없는 데스킹이 반복됐고, 팀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진은 타 부서로 발령났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토론해 보자"는 공정방송위원회도 사측의 일방 거부로 무산됐다.

    24일 제28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한 뉴스타파의 '훈장과 권력' (사진=훈장과 권력 캡처)

     

    또한 친일 행적자에게 가장 많은 훈장을 수여한 것이 이승만·박정희 정부라는 내용이 들어간 점, 사측이 삭제한 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 기시 노부스케 총리에게 보낸 친서 등 주로 박정희 정권 얘기였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KBS가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2부작이었던 '훈장'은 1부에 해당하는 간첩과 훈장 내용만 반쪽으로, 그마저도 '늑장' 방송되는 데 그쳤다. 결국 제작진의 중심축이었던 최문호 기자는 지난 2월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왔다. '훈장과 권력' 제작진은 대한민국 서훈 내역 72만 건의 상세 내역을 찾고, 신원 미상의 6천여명을 새롭게 조사하며 현장 취재를 병행한 끝에 지난 8월 28일부터 4부작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을 받은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 역시 어두운 현재 언론 상황을 우려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금 각 사가 '자사 이기주의'에 의해 갈갈이 찢겨져 있고 기자들도 자기검열에 빠져 이 기사 우리가 써도 되는지, 이 취재 내가 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1974년보다 더 후퇴한 상황이 됐다"며 "왜 싸우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걸지 못하느냐고 말 걸기 위해 저한테 상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22회 통일언론상 수상자 단체 사진 (사진=언론노조 제공)

     

    ◇ 통일언론상도 뉴스타파 몫, '목격자들-개성공단' 수상 영광

    제22회 통일언론상 역시 뉴스타파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회는 뉴스타파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을 통일언론상으로 선정했다.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따른 파장을 취재하고, 파산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보상 약속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심사위원회는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은 평화통일과 화해협력을 위해 언론으로서 할 말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목격자들-개성공단 2부작'을 만든 박정남 독립 PD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250일 정도 됐고, 북한 미사일은 계속 날아다녀 언제 전쟁 날 지 모른다고 하는데 이런 상을 받게 돼 좀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정남 PD는 정부가 피해보상금 신청한 것 중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줘서 '죽지 못해 산다'는 개성공단 피해 기업 사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언론 상황도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거의 고사 직전인데 그나마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뉴스타파에서 생겼다"며 "'목격자들'은 뉴스타파와 독립 PD, 독립 영화감독이 만드는 시사 다큐다. 세상에 찍소리라도 하고 살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PD는 "이 일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PD는 판단하는 사람의 약어'라고 말하곤 한다. 60분짜리 작품을 만들 때 PD는 2만 번 정도 판단한다고들 한다. (이 상을 주신 건) '목격자들' 카메라가 세상 어느 곳을 비춰야 하는지 판단하라는 의미 같다"면서 "이 사회 어두운 곳과 힘없는 곳을 비추는 카메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자유언론실천재단이 선정하고, 통일언론상은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가 공동 시상한다.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일어났던 10월 24일에 맞춰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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