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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속에 가슴치는 '진짜' 실종아동 부모들



사건/사고

    '가짜' 속에 가슴치는 '진짜' 실종아동 부모들

    '아동학대' 문제에 '실종아동' 관심 엷어질까 두려워

    (사진=자료사진)

     

    43년.

    "살인자가 됐다 해도 끝까지 내 자식을 찾고 싶다"는 전길자(69)씨가 아들을 찾아헤맨 기간이다.

    전씨의 아들 정훈(실종 당시 3살)군은 1973년 3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집 앞 담벼락에서 놀다 실종됐다.

    이후 전씨는 정훈군을 찾기 위해 닮은 아이가 있다는 제보가 들리면 전국 어디든 찾아다니다 건강도 잃었다.

    정훈군을 잃어버린 해 맹장이 터져 목숨을 잃을 뻔했고 1992년에는 자궁근종 수술, 1997년엔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뒤 2006년엔 마지막으로 위암 수술을 받았다.

    1984년 9월 추석 명절에 아들 희택(당시 2세)군을 잃은 박금자(73·여)씨는 폐병을 앓게 돼 숨쉬는 것조차 고통이 됐다.

    박씨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보니까 피가 말라온다"면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이 소금에 절인 듯 저리고 숨쉬는 것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병석(68)씨는 7살 때 없어진 아들 상복군을 34년째 찾아다니고 있다.

    최씨는 전국 방방곡곡 관공서와 보육시설을 뒤졌고, 방송국과 무당까지 찾아갔지만 허사였다.

    아들이 돌아올까봐 40년째 한집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최씨는 "텔레비전에서 부모나 아이를 찾는 장면이 나오면 애착심을 갖다가 마음이 약해져 혼자 운다"고 털어놓았다.

    ◇ 미발견 실종 아동 매년 200~250명 발생

    이들처럼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수십년 애끓는 가슴으로 살아가야 할 부모는 매년 꾸준히 생겨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발견 실종 아동은 210명으로 전년보다 19%가량 줄었지만, 2011년(36명)과 비교하면 5.8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복지기관인 초록우산재단 측은 "매년 2만명 안팎의 실종아동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가운데 99%정도는 한달 이내에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200~250명 정도는 미발견 아동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장기 실종 아동은 신고가 늦거나 단서가 부족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서가 나와야 추적도 하는데 그게 부족해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공인을 받은 아동보호시설의 경우 실종 아동이 들어오면 신원 정보를 경찰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미인가 시설의 경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실종아동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

    중앙대학교 최영 교수는 "정부가 실종아동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아동지문 사전등록 제도'와 '코드 아담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예산이나 지원 인력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면서 "상대적으로 법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 "언제나 만날까…"장기 실종 아동 관심과 배려 필요

    장기 실종 아동 부모들은 요즘 이마에 주름살이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부모의 학대 사실이 드러난 인천 11살 소녀와 훼손된 주검으로 돌아온 경기 부천 최군은 장기결석 학생으로 밝혀져, 실종 아동 대책이 '학대'에 초점이 맞춰질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전길자씨는 "학대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려고 하다보면 장기 실종 아동이 묻힐까봐 많이 걱정된다"면서 "만약에 장기실종 아동이 학대 받는 아이들 때문에 묻혀 버리게 된다면 우리 장기 실종 아이들은 어디가서 찾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박금자씨도 "세월이 약이지만 내가 죽어야 (아들을)잊지 않겠느냐"며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는데 올해는 꼭 만날 수 있도록 장기 아동 찾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실종아동과 남은 가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성균관대 박승희 교수는 "요즘은 옆집에서 누가 학대 받는지 알수도 없고 아이를 잊어버릴 가능성이 훨씬 많다"면서 "경찰이 가정집을 일일이 방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이웃 간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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