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KBL 코트도 '핵전쟁' 발발…NBA와 규정 차이는?



농구

    KBL 코트도 '핵전쟁' 발발…NBA와 규정 차이는?

    전주 KCC의 하승진 (자료사진 제공/KBL)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5년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기간에 평균 자유투 시도가 가장 많았던 선수는 누구일까?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 하든? 아니다. 정답은 LA 클리퍼스의 센터 디안드레 조던.

    그는 경기당 11.2개를 시도했다. 보통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반칙도 자주 당한다. 디안드레 조던이 과거의 샤킬 오닐처럼 압도적인 공격력을 발휘해 수많은 반칙을 이끌어냈던 것일까? 아니다. 그는 1대1 공격 기술이 별로 없는 수비형 센터다.

    그의 자유투 시도가 많았던 이유는 자유투 성공률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디안드레 조던은 지난 시즌 자유투성공률 39.7%에 그쳤고 통산 기록도 41.6%에 불과하다. 일부러 그에게 반칙을 해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것이다.

    확률상 2개를 다 못 넣거나 1개 밖에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고 있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클리퍼스의 공격을 정체시켜놓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작전은 자유투가 좋지 않았던 샤킬 오닐을 상대로 종종 펼쳐졌고 '핵-어-샤크(hack-a-shaq)'로 불렸다. 국내 NBA 팬들은 이를 두고 '핵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KBL에서는 '핵-어-하승진'

    KBL 코트에서도 '핵전쟁'이 펼쳐졌다.

    지난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전주 KCC의 경기. 동부가 77-78로 뒤진 종료 30초 전, 동부의 웬델 맥키네스가 가만히 서있던 KCC의 장신 센터 하승진을 손으로 치기 시작했다. 맥키네스는 하승진을 치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심판을 바라봤다. 지금 반칙을 하고 있으니 빨리 휘슬을 불라는 메시지였다.

    하승진은 자유투가 좋지 않다. 통산 성공률은 52.7%, 올 시즌 성공률은 47.8%로 데뷔 시즌(45.0%) 이후 가장 낮다. 맥키네스는 하승진의 자유투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일부러 그에게 자유투를 던지게 한 것이다.

    맥키네스의 플레이에는 일리가 있다. 일단 팀이 뒤져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KCC가 공격을 실패하더라도 24초의 공격제한시간을 다 쓰는 것 만으로도 동부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격이 성공하면 압박감은 더욱 커진다. 맥키네스는 승부를 건 것이다.

    동부의 바람대로 하승진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동부는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실책이 나오면서 결국 77-78로 지고 말았다. 승부를 떠나 맥키네스가 시도한 '핵-어-하승진' 작전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 리카르도 포웰의 막판 덩크 실패와 더불어 팬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다.

    ◇KBL과 NBA의 규정 차이

    지난 NBA 포스트시즌의 화두 중 하나는 '핵전쟁'이었다.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선수를 대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의반칙 작전이 나왔다. 경기 시간이 지연되고 긴장감은 떨어졌다.

    NBA에서는 주로 뒤지고 있는 팀이 상황 반전을 위해 고의작전 반칙을 꺼내든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처에서는 이 작전을 쓸 수 없다. 규정 때문이다. '핵-어-조던' 작전이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된다면 경기의 긴장감과 질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NBA는 그런 '핵전쟁'의 폐해(?)를 막기 위해 4쿼터와 연장전 마지막 2분을 남기고부터는 고의작전 반칙을 쓸 수 없도록 해놨다. 공을 들고 있지 않은 선수에게 일부러 반칙을 할 경우에는 자유투와 공격권을 함께 준다. 클리퍼스가 4쿼터 중반 조던을 뺐다가 2분을 남기고 다시 투입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KBL은 어떨까. '핵-어-하승진' 작전은 규정상 문제가 없을까?

    없다.

    KBL의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 NBA 규정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KBL은 올 시즌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따르고 있다. 막판 2분 고의반칙과 관련해 FIBA 룰과 NBA 룰은 차이가 있다. FIBA 룰에는 NBA와 같은 보호장치가 없다.

    일반적인 파울 작전이라는 뜻이다. 그는 "파울 작전을 할 때 제때 휘슬을 불지 않으면 격해진다. KBL은 파울 작전을 하는 팀이 미리 이야기를 하고 파울 작전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시행해왔다. 10개 구단에게 규칙을 설명할 때 파울 작전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KBL 룰에는 4쿼터와 연장전 2분 동안 공을 들고 있지 않은 선수에게 반칙을 할 때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U-파울)에 준하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 인바운드 패스를 하기 직전의 상황에서만 그렇다. 패스를 하는 선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 전에 코트에서 반칙이 나오면 자유투와 공격권이 주어진다. 이는 '핵' 작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규정상 '핵' 작전은 평범한 파울 작전일 뿐이다.

    ◇고의반칙 작전의 명과 암

    하승진에 대한 고의반칙 작전이 유행할까? KCC는 고민에 잠길만 하다. 방법은 없다. '핵-어-하승진'이 시작되면 하승진이 자유투를 꾸준히 넣어주거나 승부처에서 잠시 하승진을 쉬게 할 수밖에 없다.

    '핵' 작전이 100%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 작전의 성패는 결국 상대팀의 공격에 달려 있다. 고의반칙 작전으로 KCC의 공격을 방해한다 해도 그 팀이 정작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이 작전은 의미가 없다. NBA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고의반칙 작전을 하는 팀은 비판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핵전쟁'을 즐겨 일으킨다(?). 팬들은 포포비치 감독의 그런 자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전술적인 판단이기에 비판의 여지는 많지 않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이 가능하다. 그러나 팬들이 그런 농구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핵' 작전의 유행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룰 개정을 논의했으나 장고 끝에 당장은 메스질을 가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NBA는 계속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