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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언론은 잔인한 4월을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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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 언론은 잔인한 4월을 벌써 잊었나?

    • 2015-05-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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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만두 시민들 마스크가 전염병 창궐 우려 때문?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4월은 참 잔인한 달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엔 네팔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피해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구호물품을 보내며 지구촌의 관심이 네팔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팔 현장에서 언론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별명을 벌써 잊은 모양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국내 언론은 속보와 단독 경쟁에만 매몰돼 세월호 참사의 실상을 밝히기는 커녕 오보를 쏟아내며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진도에 내려가 취재했던 기자 중 한명으로서 저도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이후 취재 윤리를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인가 봅니다.

    카트만두 시민들이 대지진으로 집 일부가 무너져 내린 골목길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에 파견된 일부 국내 기자들은 카트만두 시민들이 마스크 쓴 모습을 사진으로 곁들이며 '전염병 확산이 우려돼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100%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카트만두 시민 대부분은 원래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합니다. 최소 10년에서 20년 이상된 중고차와 오토바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때문인데요. 천혜의 자연환경인 히말라야를 품었어도 네팔, 특히 수도 카트만두는 이산화황 등 유해가스 농도가 높습니다. 더구나 주요도로 곳곳은 아직까지 비포장이라 흙먼지도 뿌옇게 휘날립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하루 종일 밖에서 취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휴지로 얼굴을 닦으면 시커먼 숯 같은 것이 묻어날 정도입니다.

    국내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또 있습니다. 여진과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카트만두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그것입니다.

    카트만두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버스 정류소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버스에 매달리거나 지붕 위에 올라타는 모습은 대지진 이전부터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 언론인들에게만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었지요.

    결정적으로 이들이 카트만두를 빠져나가는 이유는 여진에 따른 공포 때문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은 "카트만두가 너무 위험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남쪽 도시로 시민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서로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표값이 한달 평균 임금의 1/8까지 치솟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카트만두 시민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카트만두를 떠났습니다. 강력한 지진으로 산간지역 마을들이 무너지면서 가족과 친지의 안전이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직접 고향을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구호 물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쌀과 물, 텐트 등 나름대로 여러 물건을 챙겨 카트만두를 떠나고 있습니다. 적어도 공포 속 엑소더스와는 거리가 멀지요.

    덧붙이자면 카트만두에서 일하는 산간마을 출신 근로자들 대부분은 하루 벌어 하루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생활이 열악합니다. 대지진 이후 일자리가 사라진 카트만두에 이들이 굳이 남아있을 이유도 없다고 합니다.

    취재 현장은 언제나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특히 네팔은 재난 현장인 만큼 숨고를 틈조차 없습니다. 더구나 시차가 우리나라보다 3시간 빠르다보니 취재할 시간은 부족하고 기사 마감시간은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기본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이 국민을 속인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알면서도 그랬다면 정말 '못된' 언론이지요. 저도 겸허히 뒤를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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