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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범죄, 분노가 제일 쉽다는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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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한공주' 이수진 감독 인터뷰

    이수진 감독. (사진 이명진 기자)

     

    영화 '한공주'를 보고 저멀리 마음깊숙이 죄책감처럼 자리잡고있다가 가끔씩 생각나는 한 아이가 떠올랐다.

    철부지 부모의 결별로 할머니를 엄마로 부른 아이. 그 엄마가 죽고나서 외톨이가 돼 홀로 떠돌다가 결국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먼 친척 아이 말이다.

    얼굴 몇번 안봤지만 왠지 그녀의 인생이 짠해 마음이 갔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작은 관심이라도 기울였다가 혹시나 내 인생이 복잡해질까봐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 한공주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38)은 바로 이런 딱히 비난할 수는 없지만 자기 삶의 안전선을 사수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콕 짚어낸다.

    그리고 자기보호에 매몰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현대인의 각박한 삶의 태도와 반성없이 자행되는 사회적 폭력과 편견이 어떻게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 아무런 죄도 없는 한 아이의 삶을 극단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목도하게 만든다.

    이 감독은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이 영화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이자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공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꼭꼭 숨기는 이유는 그녀가 당한 끔찍한 사고나 그녀를 해한 가해자에게 관객의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한공주는 도망치듯 학기중 전학을 간 여고생 한공주(천우희)가 새로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현재와 비극적 사고가 벌어진 과거의 일상을 오가며 그녀와 주변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차갑게 그려낸 영화다.

    - 지난 몇년 왕따 자살 폭력 등을 다룬 영화가 쏟아졌다.

    "나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오랫동안 고민했다. 소재만 주목할까 진짜 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가늠하거나 공분을 일으키는 영화가 아니라 한 극단적 상황에 처한 소녀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자고 결정했다. 또 소녀 주변의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정한 뒤 시나리오를 썼다."

    - 첫 장편이나 그동안 만든 단편도 사회적 소재가 많더라.

    "의도한 것은 아니다. 사회의식도 투철하지 않다. 이번 영화는 영화감독이 아니라 대한민국 30대 사회인의 눈으로 성폭행, 중고생 자살, 왕따 문제를 미디어로 접하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한 게 시발이다. 쉽게 잊혀지지 않아서 하루는 내게 물었다. 만약 사건의 당사자가 내 일상에 들어오면 무엇을 할래? 아무 생각이 안났

    다. 그때서야 분노하는게 참 쉬운 행동이구나 싶더라."

    - 공주의 엄마를 포함해 손내미는 어른이 없다.

     

    "인간에겐 여러가지 감정이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중 하나가 나오는데, 공주의 (재혼한 )엄마 같은 경우 공주가 연락도 없이 나타났을 때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발현된 거라 본다. 그 엄마의 캐릭터라기보다 상황의 산물이다. 어른들은 또 공주가 부딪히는 우리사회의 편견, 선입견의 다른 표현이다. 전 공주가 강한 아이이길 바랐다. 비록 가정환경은 어렵지만 옮고그름을 알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아이. 과거 어떤 아픔이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주가 부딪히는 벽으로 어른들을 그렸다."

    - 그나마 공주에게 친절했던 두 사람도 결정적 순간에 머뭇한다

    "동급생인 은희는 새친구의 진실을 알고 두려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쌀쌀맞게 굴다가 공주를 받아들인) 이전 학교 선생의 엄마는 그때 순간적으로 망설였다고 본다. 그들을 보면서 저게 내모습이 아닐까?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길 의도했다."

    - 주변인들의 한순간의 망설임과 무신경함, 극단적 이기주의가 또다른 비극을 낳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그들의 주변인은 아무 잘못도 없나. 사회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 좀 더 큰 범주에서 사건을 봐야 하지 않을까. 처벌강화 등 결과론적인 부분만 고민해서는 안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가 나의 고민이었고, 그런 고민들이 존재할 때 비극적 사건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비단 영화속 사건에 한정하지 말고 좀 더 근원적으로 문제를 봐주길 바란다."

    투자 제작까지 겸한 감독 "상금요? 이자내고 있죠"

    원래 사진을 전공한 이 감독은 졸업을 앞두고 '내 인생의 영화' 한편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친구들과 단편을 찍었다. 그 단편이 2002년 인디비디오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이 계기가 돼 영화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편 '아들의 것'(2006)은 제36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적의 사과'(2007)는 제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한공주는 그가 만든 첫 장편으로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과 투자도 도맡았다.

    그는 "저예산영화는 작은 실수나 사고 하나만 터져도 영화가 중단될 수 있으니 무조건 완성하는게 목표였다"고 돌이켰다. 한공주가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썼는데 정작 자신이 이 영화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완성된 한공주는 제16회 프랑스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제43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등 국내외에서 수상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때 단편은 수익창출이 영화제뿐이라 수상에 집착한 시기도 있었으나 잘못된 내 모습을 발견했고, 현재는 스스로가 만족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이수진 감독. (사진 이명진 기자)

     

    그래도 상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이 감독은 "저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기뻐하니까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감사하다"며 "영화제 상금으로 빌린 제작비의 이자를 내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 득녀한 그가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또 찍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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