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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사는 아이, 5살 용수를 아시나요"



사회 일반

    "유령처럼 사는 아이, 5살 용수를 아시나요"

     


    - 베트남 엄마, 외도후 출산하고 가출
    - 한인 아빠, 친자 아님을 확인한뒤 사망
    - 무국적으로 보육원 간 아이, 살길 막막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진행 :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장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5살짜리 아이에게 벌어진 일이라기에는 너무도 파란만장한 얘기입니다. 2009년 5월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인 엄마 사이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빠는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유전자감식을 했고, 실제로 이 아이는 자신의 핏줄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부부는 이혼을 했고 아이는 베트남인 엄마가 키우게 됐는데, 어느 날 엄마가 아이를 놓고 가출을 합니다. 그리고 한때 아빠였던 그 남성은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 아이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한국인도 베트남인도 아닌 무국적자 신세로 떠돌고 있다는데요. 어떻게 된 얘기인지 이주와 인권 연구소, 이한숙 소장의 얘기를 좀더 들어보죠. 이 소장님, 안녕하세요?

    ◆ 이한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 이름이 용수라고요?

    ◆ 이한숙> 가명입니다.

    ◇ 김현정> 용수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 이한숙> 용수는 지금 보육원에서 선생님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베트남인 엄마는 가출하고 핏줄은 아니어도 어쨌든 호적상 아빠는 돌아가시고. 그 후에 아이는 바로 보육원으로 간 건가요?

    ◆ 이한숙> 그 뒤에 아빠의 가족이었던 분이 입양을 했었는데.

    ◇ 김현정> 아이의 가족이었던 분이라면 누구요?

    ◆ 이한숙> 그 아버지의 여동생이 되시는 분이 입양을 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이의 고모가 아이를 입양을 하게 됐다?

    ◆ 이한숙> 그런데 이제 유품에서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확인서를 우연히 발견하고 아이를 일단 보육원에 데려다 주고 파양절차를 밟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제가 앞에서 아이가 떠돌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보육원에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요?

    ◆ 이한숙> 고모가 이 아이를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난 뒤에 파양 절차를 밟으면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이라는 걸 제기했어요,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그렇게 하면서 이제 그 소송에서 고모쪽이 승소를 하면서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돼서 이 아이는 주민등록이 완전히 말소된 상태입니다. 보통의 아이가 주민등록이 말소됐으면 새로 주민등록을 만들면 되는데, 이 아이는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이고 친부는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잖아요.

    ◇ 김현정> 그렇게 되네요.

    ◆ 이한숙> 지금 한국국적법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 한국 국적을 얻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미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등록이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주민등록도 없고 아무런 국적도 없는 상태, 그래서 아무런 적이 없는 상태입니다. 존재 자체가 법적으로 인증이 안 되는 상태니까. 그러니까 시설아동들이 보통 정부지원금을 일반적으로 받는데 이 아이는 그런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는 것이고, 건강보험을 들 수도 없는 것이고. 자라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부부가 이혼을 했어도 한국인 아빠 호적에는 올라 있었을 텐데 고모가 소송을 하면서 아예 호적에서 파버렸다는 얘기네요?

    ◆ 이한숙> 네, 그렇죠.

    ◇ 김현정>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 국적 따라서 베트남에 올릴 수도 있을 텐데 엄마는 가출을 해버린 것이고, 그러니까 아이는 무국적자가 된 거예요?

    ◆ 이한숙> 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보육원에는 무국적자인 상태로 있는 겁니까?

    ◆ 이한숙>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건강보험 같은 것 안 되잖아요?

    ◆ 이한숙> 안 되죠.

    ◇ 김현정> 말씀하신 것처럼 국가보조금도 전혀 지금이 안 되는 거고요?

    ◆ 이한숙> 네.

    ◇ 김현정> 그럼 어떻게 보육원에서는 아이를 양육하고 있습니까?

    ◆ 이한숙> 자체후원금으로 양육하고 있는 거죠.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김현정> 그러면 이제 5살 용수는 먹고 입고 하는 거야 보육원에서 해 준다지만, 앞으로 자라게 되면 교육도 받아야 될텐데 어떤 나라의 국적도 없이 어떻게 살아가나요?

    ◆ 이한숙> 지금 한국에서는 국적이 있든 없든 체류자격이 있든 없든 의무교육은 받을 수 있어요. 그동안 이런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에 교육은 받을 있는데 문제는 다른 건 전혀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 아이는 특히 시설아동이기 때문에 단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지원들이 필요한데.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죠.

    ◇ 김현정> 하다못해 은행에 통장 하나 만들려고 해도 무국적자니까 지금 안 되는 것 아닌가요?

    ◆ 이한숙> 그렇죠. 인터넷 사이트 어딘가에 가입하려고 해도 안 되는 거고.

    ◇ 김현정> 아무것도 안 되는?

    ◆ 이한숙> 아무것도 안 되죠.

    ◇ 김현정> 여권 만들려고 해도 당연히 안 되는 것일 거고. 아무것도, 사회생활이 안 되는 거네요?

    ◆ 이한숙> 네.

    ◇ 김현정> 용수, 어떤 아이인가요?

    ◆ 이한숙> 총명하고 건강하게 잘 컸더라고요. 특히 똑똑해서 사람들의 사랑도 더 많이 받고 있고. 또래 아이들보다 얘기도 더 잘하고.

    ◇ 김현정> 아이가 상황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습니까?

    ◆ 이한숙>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그 상황을. 어른들도 한참 들어야 이해가 되는 상황인데. 아이가 이해하기는 좀 힘들겠죠. 보육원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까 별로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어떻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방법이 없을까요, 소장님?

    ◆ 이한숙> 법무부쪽에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시적인 체류 허가를 줄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일시적인 거라면 그렇죠.

    ◆ 이한숙> 한국은 1991년에 UN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고 비준했었습니다. 헌법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협약은 국내법하고 같은 효력을 가지거든요. UN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한국에 살아가는 모든 아동들이 교육권이나 건강권 같은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되는데 10여 년이 지났는데 국내법이 거기에 따라 정비가 제대로 되지 못했어요. 그렇기 그것 때문에 이런 아동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거고. 어제 마침 그와 관련해서 이주아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네요. 만약에 이 법이 제대로 통과되기만 한다면 이 문제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 김현정> 용수 같은 무국적 상태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하셨는데, 몇 명이나 됩니까?

    ◆ 이한숙>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죠. 무국적 상태인 아이들은. 왜냐하면 태어났지만 여기에도 저기에도 등록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니까. 적 자체가 없고 존재 자체가 법적으로 확인이 안 되는데 숫자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데 주변에서 점점 그런 게 많이 보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추정컨대 꽤 많다?

    ◆ 이한숙> 네. 난민의 자녀들은 무국적이 되기가 쉬워요, 한국에서 출생하면.

    ◇ 김현정> 소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한숙>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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