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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가족들'' 의료사고 빈번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보건/의료

    ''애타는 가족들'' 의료사고 빈번하지만 정부는 뒷짐만

    법정 가도 의사 정보독점으로 과실입증 어려워…분쟁조정법 제정 시급

    하루에 8건 꼴로 1년에 3천여건의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관련법 미비로 환자들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안이 18년째 표류하고 있다.

    ▲ 의료사고 年 3천여건 발생…감염·응급실 사고 포함시 훨씬 많을 수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나 집계는 없지만 1년에 2천건에서 3천건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BestNocut_R]

    소비자원이나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의 피해사례 신고 접수 등의 자료를 통해 산출한 수치이다.

    지난해의 경우 의료소비자시민연대에 접수된 의료사고 피해 신고는 모두 2천 900여건이다. 매일 8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병원 내 감염사고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응급실 사고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의료사고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1년에 50만건에서 100만건의 의료사고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 의료사고, 국가적 대응은 미흡…공식적인 집계조차 없어

    수술

     

    안타깝게도 복지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공식적인 집계를 내거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복지부는 "의료사고는 손해배상 등의 소송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며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집계나 통계도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권익단체인 의사협회도 사정은 비슷한다.

    의사협회는 회원인 의사가 의료사고에 연루됐을 때 손해보험 형태로 공제 보상 업무만 할 뿐 의료사고 관련된 구체적인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의료사고는 의사와 환자 간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정부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가 나면 다반사가 법정까지 가게 되지만 의사들의 정보독점으로 의사 과실 입증이 쉽지 않아 환자들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한편 의료법상 복지부 장관 아래 중앙의료심사조정의원회와 시도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결정 사항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어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 의료사고, 영유아~노인까지 연령대 다양

    지난달 4일 서울 마포의 한 성형회과에서 가슴확대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 양 모씨가 수술을 받고 이틀 만에 숨졌다.

    딸이 좀 더 예뻐지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자 가족들의 충격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난 4월 28일 경기도 일산 모 병원에서 코콜이 수술을 받은 권 모(44)씨가 과다출혈로 숨졌다.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는 유족들은 50여일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에서 팔 골절 접합수술을 받던 중학생 임 모(15)양이 사망했다.

    임 양이 숨지자 유족과 병원측이 시신을 놓고 거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시신탈취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관련 영상]

    이밖에 맹장수술을 받은 20대 여성, 무릎연골 이식수술을 받은 70대 노인, 건강검진을 받던 건장한 폭력조직의 40대 간부가 숨지는 등 의료사고는 우리주변에 흔하게 목격되고 있다.

    이제 의료사고는 언제든지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 의료사고 분쟁조정법 제정 시급…국회서 18년째 표류

    지난 1989년 의료사고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법(의료분쟁조정법)안이 의사들에 의해 처음 제안된 이후 18년 동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년 동안 관련 법안이 6번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법 제정에는 실패했다. 의사들의 강력한 입김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사고 조정 관련법이 3개나 상정돼 있다.

    경실련과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입법 청원한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과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3개 법안 가운데 시민단체 안과 우리당 이기우 의원 안은 공통점이 많아 상당부분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국회 법사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지는 미지수이다.

    ▲ 국회 상정 법안 내용과 쟁점은…

    의료사고 관련 법안의 핵심 쟁점은 과실을 누가 입증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대세였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논리가 지배한 것이다.

    이번 국회에 상정돼 있는 시민단체와 우리당 이기우의원의 안은 의료인 본인이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안명옥 의원 안은 지금처럼 환자가 의료인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는 보건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관한 내용이다.

    이 의원 안은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해 민사소송 전에 원하는 경우에만 조정기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 안은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반드시 조정기구를 거치고 합의를 하지 못했을 때만 소송을 하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 의사가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경미한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내용, 그러니까 의사들의 형사책임 특례도 쟁점이 되고 있다.

    결국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안은 환자 중심이냐 의사 중심이냐 하는 문제이다..

    예민한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 심사 과정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외국의 의료사고에 대응 방법은…

    선진국들은 국가가 개입해 공식적으로 통계를 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독립적인 의료서비스 조사기관인 ''탁터포스터''가 공식적인 의료사고 통계를 내고 국립환자안전청이 의료사고 발생 건수를 공식 발표한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는 정부 기관인 ''국민건강서비스''가 조사 분석을 통해 보상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의사의 명백한 과실로 드러나면 먼저 정부가 환자측에 보상액을 지불하고 의사에게 그만큼을 추징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병원마다 법무팀을 운영하면서 자체 해결을 시도하고 있고, 소송을 벌이게 되면 양측의 변호사간의 합의로 의료사고의 90%를 해결하고 있다.

    또 미국의 질병통제센터를 중심으로 병원감염 등 의료사고를 매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 관리하고 대응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소송전 분쟁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전담기구를 설치해 의사에게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 돼야 한다.

    6월 국회에서 관련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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