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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목숨과 바꾼 돈 2억...동양이 날렸다



기업/산업

    남편 목숨과 바꾼 돈 2억...동양이 날렸다

    직원 말만 믿고 남편이 유산으로 남겨준 전 재산 맡겨

    송은석기자/자료사진

     

    7년 전 암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김 모(48)씨는 7살 난 딸아이를 혼자 두고 밖에 나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결혼 후 6년 만에 얻은 귀한 딸아이다. 남편의 암 투병 중 미숙아로 태어난 딸아이에 엄마로서의 관심을 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딸아이에게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혼자 내버려 둔 채, 김 씨는 요즘 절벽에 매달린 심정으로 동양증권에 맡긴 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다니고 있다.

    김 씨에게 이 돈은 남편의 목숨과 바꾼 돈이다. 7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은 김 씨와 한 살 난 딸아이를 위해 아파트와 암 진단금과 사망 보험금 등을 남겼다.

    김 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아이를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일 할 수 없었다.

    생활비가 필요했던 김 씨는 집을 팔고 전세살이를 했다. 집 팔고 남은 돈과 남편의 사망보험금, 암 진단금 등 2억 여 원의 돈을 동양증권에 맡겼다.

    증권사 직원에게 사정을 모두 얘기하고 “아이와 내가 평생 먹고 살 돈이니 원금을 까먹지 않는 안전한 상품”에 가입 시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직원을 믿고 따랐다. 믿었기 때문에 직원이 지점을 옮기 때마다 같이 따라갔다.

    9월 초 언론에서 동양 위기설이 터져 나왔고, 돈을 빼기 위해 직원을 찾아갔지만 기사가 잘못 나간 것이라며 부인했고 추석 연휴 전날엔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라고 권유까지 했다.

    9월 30일 동양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 관리 신청을 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는 자신이 가입했던 상품들의 계약서를 떼보니 동양레저, 동양 인터내셔널, 동양 CP(기업어음) 등 직원은 동양 계열사 상품에만 가입을 시켜 놨던 것이다.

    김 씨는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막막함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 울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이 암 투병할 때 신약 한 번 맞아보고 싶다고 했어요. 신약이 한 번 맞는데 500만원이었는데…. 제가 선뜻 맞으란 얘기를 못했어요. 애랑 저 둘이 살아나갈 일이 막막해서 그 땐 그랬는데 지금 와서 너무 후회가 되는 거에요. 이렇게 날릴 걸 알았다면 그 때 맞게 해 줄 걸….”

    ◈장애아들 둔 엄마의 한숨 "남편 잃고 40년 악착같이 번 돈인데..."

    올해 68세인 이 모 씨는 43살 된 뇌성마비 1급 장애아들을 뒀다. 아들이 3살, 딸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은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이 씨는 청소일, 식당일 등 40년 동안 일용직에 전전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악착같이 벌었지만 10원 한 장 허투루 쓴 적은 없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도 때지 않고 모아온 돈이다

    “장애아들이 있으면 돈이 있어야 해요. 형제간에도 장애가 있으면 멀리 하기 때문에 우리 아들을 보살피려면 돈이 있어야 해요”

    이젠 늙어 일도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이 씨는 동양에 1000만 원 정도를 예금하고 이자를 받아 생활비에 보탰다.

    지난 4월 담당 직원이 6개월만 돈을 맡겨두면 이윤을 많이 남기고 돌려주겠다고 했다. 5년동안 거래를 해왔던 이 씨는 직원의 말만 믿고 무슨 상품인지도 모른채 가입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상품은 채권이었다.

    10월 2일이 만기였는데, 만기를 이틀 앞두고 동양그룹은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피 같은 돈 끌어다 쓴 동양, 손 놓고 있던 금융당국에 피해자들 '울통'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라는 말만 믿고 가입했다” 김 씨와 이 씨 모두 공통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들은 직원으로부터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다.

    이 씨는 “우리는 말귀도 못 알아듣고 글 봐도 무슨 얘긴지 모르다. 채권인지 알았으면 아예 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 또한 “원금을 까먹는 상품에 절대 가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도 내가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동의한다는 표시가 돼 있었다”면서 “내 돈을 맡기고도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되나.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 씨와 이 씨가 당한 것과 같이 상품의 기본 구조, 원금 손실 여부 등 상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불완전 판매라고 한다.

    이번 동양 사태로 인한 피해자 수는 4만 9000여명에 달하며 불완전 판매 민원은 14,000여건에 이른다.

    사정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뒤늦게 피해자 권리 보호를 위한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하고 동양증권에 불완전 판매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녹취파일을 제공하도록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은 고위험 고수익에 가입한 개인 책임이라고 말한다”며 “2008년도부터 시장에서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불완전 판매 중지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고, 그런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공지를 하지 않는 등 금융 당국이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는 17일 금융위원회, 18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해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와 금융당국의 책임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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